개를 기르다 청년사 작가주의 1
다니구치 지로 지음, 박숙경 옮김 / 청년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 만화계에서 작가주의의 거장으로 이름 높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다. ‘개를 기르다’. 이 제목만으로 연상되는 내용은 어떤 것일까? 귀여운 강아지의 재롱, 충직한 개와 주인 간의 끈끈한 우정, 개와 아이들의 다정한 한 때...

 드물게도 이 작품의 소재는 ‘개의 죽음’이다. 작가가 15년을 함께한 개와 이별하는 1년여의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탐’이란 개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며 느끼는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가 칸칸이 채워져 있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자기가 맺어왔던 다양한 관계들을 통해서 알고 있다. 그 아픔이 가슴 속에 오롯이 기억되는 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일은 늘 한없이 두렵고 겁이 나는 일이다.

  특히 다수의 반려동물들이 대개 인간보다 짧은 생의 주기를 갖기에 그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잃는 아픔을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행복했으므로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아픔과 상처가 없는 관계는 거짓이다. 사랑해서 아프고, 아파서 더 소중할 수밖에 없는 기억. 그것이 진정한 관계 맺기이리라.

 특히나 동물친구들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를 먼저 떠나보낼 각오를 하는 것이다. 이별의 상처를 예견하고 시작하는 관계란 얼마나 성숙한 마음을 요구하는 것인지... 그런데 요즘 우리는 어떤가. 그만한 각오로 관계 맺기를 시작하고 있을까?

 얼마 전, 조카 녀석들이 키우던 강아지를 아파트에서 더 이상 못 키우겠다며 내 어머니께 맡기는 걸 보면서 나는 불같이 화를 냈다. 돈을 주고 사오면서 시작된 관계일진 모르지만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인데. 반려동물들을 애완용으로 착각하는 아이들의 문화와 거기에 대해 진지한 성찰 없이 ‘시험 몇 점 맞으면 사 줄게.’라고 아이들을 부추기는 어른들의 천박함이 두려울 따름이다.

 관계는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리고 반려동물들은 애완용이 아니다. 우리는 존재 대 존재로서 만난다. 그리고 사랑하고 이별한다.

 그들과 관계 맺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사랑하였으므로 상처받고, 눈물 흘리고, 아파할 각오를 하라고. 그리고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이 순간, 더 많이 사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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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키우며 역시, 제일 괴로운 일이 이놈들이 고만 죽는 것이었지요.
개는 오래살면 15년 정도 삽니다. 키우던 개가 세상을 떠나면 진정 슬프지요..
키우던 개는 팔 수 없습니다. 남에게 줄 수도 없습니다.
가족을 팔거나 남에게 줄 수 없지요(..입양은 가능할까요?).
죽을 때까지 키울 수 없다면 개를 키우면 안됩니다.
개와 주인의 관계는 그렇습니다. 산딸나무님.


산딸나무 2007-11-21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