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들의 풍경 - 고종석의 한국어 산책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엇인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눈은 아름답다. 찬찬히 살피는 대상에게 품고 있는 사랑이 그 눈길에 그윽히 담겨있기 때문이리라.
아이의 웃음을 들여다보는 어머니의 눈, 사랑하는 이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연인의 눈, 거친 노동으로 터져오른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는 자식의 눈, 영혼을 불러와 옮겨낸 싯귀를 들여다 보는 시인의 눈... 그 순간은 말이 필요없는 시간, 오로지 눈만이 말해줄 수 있는 진실들이 건네어지는 순간이다.
모국어라는 말들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은 다시 그의 모국어란 말로 살아나 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응시하는 그의 눈은 참 아름답다. 그의 말이, 글이 그 눈길을 짐작하게 한다.
단아한 그의 문체가 오랜만에 내 모국어가 가진 매력에 마음껏 젖어들게 한다. 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공기처럼, 물처럼 나를 살아가게 하는 내 언어가 이토록 사랑스러운 존재였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침에 책을 다 읽고 나서 하루 왼종일 나도 그처럼 내가 사랑하는 말들을 가만히 떠올렸다. 오롯이, 몽실몽실, 쫄로리, 애틋하다, 삿됨없다, 사무치다, 이쁘다, 피어나다...
말들의 풍경,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