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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7권 세트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을 욕심껏 사모으다 보니, 책을 보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찌감치 알게 됐다. 그래서 나름 결심한 것 가운데 하나가 대하소설은 아무리 욕심나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박경리 선생의 토지가 완간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만 덜컥 사버렸다. (물론 후회 안 한다)
설 연휴 사흘을 꼬박 책읽기에 매달려 토지를 읽었다. 감동이 큰만큼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눈과 허리가 주인을 잘못 만나 죽도록 고생했고, 한 달 넘게 소설의 장면 장면이 떠올라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오세영화백이 토지를 그린댄다. 다른 누구도 아닌, 오세영화백이... 다른 어떤 작품도 아닌 토지를...
토지의 감동도 감동이지만 내게는 그동안 오세영화백의 작품 역시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부자의 그림일기'에서 딸의 손을 꼭 잡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던 엄마의 얼굴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구석 저릿한 아픔이 몰려온다. 감동으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에 가까운 느낌... 그게 그의 작품을 읽으며 남은 기억이다.
작품을 그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내내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렸다. 1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주문을 하고, 다음날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 택배상자를 뜯을 때까지가 현실 속에 내가 있었던 시간이다.
다음은 작품 속 시공간 속 기억밖에 없다. 상상 그 이상...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전혀 다른 토지가 거기에 있었다. 6권을 집어들었을 때 현관에 신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7권을 덮었을 때 날이 밝았다.
차마 작품 그 자체를 언급하기가 두려워(말하는 순간 감동의 깊이가 얕아질까 봐) 군말로 대신하자.
이 작품을 읽지 않고 한국 만화를 이야기 하지 말자. 이 작품을 읽지 않고 오세영을 말하지 말자. 그리고 이작품을 읽지 않고 책읽기의 즐거움을 논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