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필리핀으로 공부를 하러 떠났다. 일 년이 될 지,  몇 년이 될 지 기약없이 떠난다기에 보내는 날 잠시지만 눈이 젖고 마음이 아렸다. 

  근데 며칠 뒤 네이트에서 만나 서로 잡담을 주고 받았다. 그 곳에서 있었던 서너날을 미주알 고주알 생중계를 하는데 이건 원, 이웃에 있을 때 보다 더 시시콜콜 잡담을 나눴다. 그러다 보니 보내던 날 내 마음이 괜한 사치와 허영인 양 느껴져 혼자 머쓱해졌다.

 모든 것이 편리하고 가까운 세상. 근데 그 안 에서 절절한 마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그것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그러고 보니 사소한 일에 감동 잘 받기로 지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나조차도 요즘은 지극한 마음을 가져본 기억이 없다. 병이 될 지극함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참'이란 수식을 붙일 만한 마음도 그다지 없었던 듯 하다.

 두보가 노래했던 그 마음. '죽어서 헤어지면 슬픔에 목이 메이고, 살아서 헤어지면 가슴은 쓰라리다'는 그 쓰라림 조차 그리운 날이다. 삶이 이토록 무미건조해진것은 분명히 불행이다.

 갖가지 편리함에 길들여진 우리는 이제는 감정조차도 선택해서 관리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지독한 아픔 따위는 되도록 선택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지극한 기쁨과 행복도 모르고 살아갈 밖에.

삶이 좀더 불편해도 좋으니, 구차해도 좋으니, 외로워도 좋으니

기쁨이든, 슬픔이든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든, 모두 다 벗인 양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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