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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던 띠별 운세나 별자리 운세가 왜 그리도 장수하는지 알만한 나이가 되었다. 요즘엔 젊은 세대를 겨냥하는 혈액형별 운세 따위도 인기절정인 걸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세대를 불문하고 스멀스멀 스며드는 바이러스 같다.
서점마다 번듯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고만고만한 심리학 책들을 보면서 이런 책들의 유행도 어쩌면 미래를 점치는 것들처럼 우리 속에 들어앉은 불안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전엔 그나마 다가오지 않은 미래만이 불안했다면 이젠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바로 나 자신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막연한 불안감이 동시대인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게 아닐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과 공포를 낳는다. 그것이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나는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
그래서 사실은 심리학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대한민국을 떠도는 논술유령을 상품화해서 무수한 논술용책들이 돈벌이에 나서는 것처럼, 이런 류의 책들이 자기에 대한 불안함을 다스리는 것보다는 오히려 부추긴다는 느낌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경의 <천개의 공감>을 샀다. 그것도 예약해서.
그동안 이 작가의 작품을 빠짐없이 읽어오면서 그 작품들에 반했다. 그리고 그의 치열한 자기성찰에 감탄했다. 매번 새로운 작품들을 만나면서 한껏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또 이번엔 얼마나 성장했을까?
그가 소설 외의 글쓰기를 외도라고 부르든 말든 나는 그의 모든 글쓰기에 일단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고통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공감의 능력이 아닐까? 가난한 자만이 가난의 깊이를 알 수 있고, 상처받아본 자만이 상처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진리는 착한 부자들이나 상처받지 않은 선한 사람들에겐 좀 억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공감의 능력마저 주어지지 않는 고통이란 너무 부조리하지 않은가.
김형경의 에세이에는 바로 그 공감의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다. 그래서 그 어떤 전문가가 쓴 글 보다 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읽다 보면 다 뻔한 소리하고 할 법한 이야기가 그가 하면 어찌나 다정하게 느껴지는지. 그렇다. 핵심은 바로 그의 글이 '정확하다, 똑똑하다, 분명하다'에 있지 않고 바로 '다정하다'에 있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많은 공감의 언어들...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