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은 인생길 - 이채의 life & life 시리즈
황정곤 지음 / 이채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1.
산이라고는 동네 뒷동산 밖에... 아니다. 남해 금산과 창녕 화와산을 한번씩 오른게 역사적 기억인데.. 지난 여름 난 달랑 집을 나가 우리나라를 밟아 보았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양양에 들러게 되었고, 아시는 분에게 어디가 좋으냐고 어쭈어보니 두번도 생각않고 '대청봉'에 오르란다. 테어나서 산에 오른 기억이 다섯 손가락보다 짧은데, 우리나라에서 몇 번 째 높은 산을 오르라 하니, 오르기에 앞서 숨이 막힌다. 컥~~!! 몇 번이고 '대청봉'보다 더 좋은데가 없느냐고 물어보지만 메아리는 여전?. 할 수 없이 나는, 오색에서 대청봉으로 오르기로 했다. 표를 건내받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냐고 여주어 보니, '4시간씩이란다' 합이 8시간. 4시간 동안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을 왜 오르는걸까? 합이 8시간이 아닌가.

아마 산을 오르는 의문은 대청봉에 오르는 길에서 처음 마주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난밤에 김밥 한 줄 먹고 하루를 버텄고, 오늘 가방에는 물병하나 뿐이다. 내 몸은 다섯째 한데에서 잠을 잤으며, 처음길이다'라며, '나 보다 산을 더 못타네'라고 들려오는 소리에 온갖 구실을 불러 모운다. 대청봉가지 오르는길은 여간한 길이 아니다. 정말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예닐곱번을 쉬고, 허기진 배를 계곡물로 달래가며 오른 길,

 "왜 올랐지?"

 대청봉까지 나는 뭐하러 올라온걸까? 죽기살기로, 갈 때 까지 가보자하며 올라온 산,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걸까? 나는 나와 같은 길에 있는 사람에게 어렵게 말을 꺼내보곤 한다. '왜 산에 오르세요?' 사람들은 왜 산에 오를까? '산이 거기에 있어서', 지리산 천왕봉의 해돋이가 눈물나게 감격스러워서, 대청봉 꼭때기에 올랐다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나는 왜 산에 오르는 걸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왜 산에 오르나요?

지난 여름과 가을 동안 이 산 저 산  동가식서가숙 하며 품었던 생각이다. 나는 말 없이 산에 오르고, 꼭대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바람과 함께 엿듣을려고 했다. 그네들은 '정상1004고지'라는 팻말앞에 김치하고는, 누가 부르는 냥 내려가 버린다. 바람 결에 묻어오는 소리는 쓸쓸함분이다. 어쩌면 산으 오르면서 깊은 번뇌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거나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내려서는 걸까? 아랫동네가 벌써 그리운걸까?



                                                                     상사뱀 사연이 깃든  청평사, 적멸보궁에서                

2.
지은이는 백두대간의 첫 발걸음을 지리산에서 띈다. 그는 이십년 이상 산을 다녔지만 아직도 입장료가 아까운가 보다. 처음 나와 첫 마주한 장면은 입장료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새벽에 국립관리공단에서 돈을 받은다고 어린아이 마냥 투정을 부리는 것을 쉽게 흘려 듣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있는 멋 없는 멋을 통해 아름다운 문장으로 자신을 꾸밀 수 있지만, 이런 문장보다 소박한 일상에서 녹아든 이야기가 더 진솔하게 그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

백록담에서 듣은 애기인데, 나 역시 너무 일찍 돈을 받는다고 투덜거리니 아저씨가 이런 애기를 들려 주셨다. 한 원어민 교사가 주말마다 백록담에 오르길래 한 번은 무임승산(---山)을 하랬더니, 이렇게 고운 산을 어떻게 그냥 보겠냐라며 입장료를 건냈다고 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보기 위해 얻은 댓가와 이를 지키고 가꾸기 위해 애 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입장료를 건내지 않았을까? 이른 아침 산행을 통해, 계곡에서 목욕과 산림욕 등 하는 것은 공짜이며, 입장료를 내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모습에 조금은 실망감과 희비를 안고 산길에 따라 나선다.

지은이는 직장 때문에 한번에 종주를 하지 못하고 쉬는 날마다 내려와서, 다시 올라서곤 한다. 이렇게 산악회 사람들과 혹은 혼자서 산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백두대간은 고지도 '산경표'가 세상에 나온 다음부터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일제시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산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맥와 백두대간은 개념이 완전히 상이한 것으로, 진정 산을 오르고 내리려면 백두대간의 줄기를 알아야 한다. 산경표가 나온 다음부터 사람들은 대간을 타기 시작했으며, 그 가운데 한 분에 지은이도 포함된다. 나는 백두대간이라는 말보다 '산행길은 인생길'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책을 펼친다. 분명 어떤 이는 '거기 있어서' 오를 뿐인데... 이 책의 지은이는 산행을 통해 인생을 들려 주려 하지 않은가. 하지만 지은이가 20년 산행과는 다르게 그의 사유와 필력이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책장을 넘길 수록 그림자 처럼 따라 다닌다.

글이라는 것은 여타의 예술작품과 같으면서, 직접적으로 사유를 표현할 수 있다. 한편의 아름다움을 보고 나서, 지은이가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 그 미(美)가 달라진다. 나는 보고도 못 본 아름다움을 다시 접하게 된다. 이렇게 '낯설게 하기'를 통한 심미안(審美眼)은 글 읽기에 재미를 더할 것이다. 하지만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어린 아이에게 억지로 일기를 쓰게 하듯,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 먹고 학교에 갔다. 공부가 끝나자 집에 와서 놀았다. 일기 끝'이라는 식의 단순 사실 나열이라면...

'망설이는 호랑이는 벌 보다 못하다'며 꿈을 향해 나아간 점은 높이 평가하나, 산행에 대한 깊은 사유가 아닌 단순 사실 나열과 자아성찰의 부족함이 곳곳에 엿보인다. 또한 자연에 대한 깔끔한 묘사는 새벽에 올라 아무것도 볼 수 없으며, 이는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즉 사람 사는 얘기나 자연의 운치보다 답사에 대한 객관적 기록물로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은이가 던져주는 화두(話頭)-'산행길은 인생길'은 멋 있으나, 사색을 통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는 바람결에 묻혔나 보다.

3. 나는 왜 산에 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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