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로 보는 세계 만화의 역사
클로드 몰리테르니·필리프 멜로 지음, 신혜정 옮김, 성완경 감수 / 다섯수레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만화가 옷벗는 것만 있다고 생각하거나 우리나라 만화는 삼류이거나 어두운 지하에서 보는 선입관을 대하는 경우를 종종 있습니다. 이들은 만화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일정한 선을 긋어 놓고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다양한 열린 시선으로 많은 만화를 섭렵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나 일본 만화에 대해 깊이 있게 빠졌다가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려는 것입니다. 이런 날개짓에 [세계 만화의 역사]는 순풍에 돛을 단 격으로 큰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들었지만 1/3을 읽지 못하고 엄청난 실망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첫째, '<리스크체노텝의 묘비>는 조금 넘보기 어려운 산인 <팡톰>을 흉내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작가가 뛰어난 이야기꾼이며, 다음편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261쪽)'

'박흥용의 [무인도]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서로 다른 현실을 지향하고 있지만 처음에 느껴지는 성찰적 구도는 뒤로 갈수록 무르 익는다. 하지만 [내파란 세이버]에서는 너무 성찰만 담으려 하다, 이야기의 재미성을 놓친 교훈적인 만화라는 이미지가 물씬 풍긴다.'

박흥용에 대해 위와같이 적고서 다른 나라에 번역을 하여 출간하거나 혹은 만화를 읽지 않는 이에게 이야기를 건낸다면 어떨까? 위의 견해가 아무리 뛰어난 비평가의 입을 통해, 혹은 전문가를 통해 뱉어진 말이라도 자칫 맹목적인 주입을 하는 우(愚)를 범할 수가 있습니다. 혹은 너무나 다른 눈높이로 인하여 서로 엇갈림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리스크체노텝의 묘비]가, [팡톰]이라는 작품을 처음 들어보는 내게는 모든 내용은 생소하며, 지은이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든가 잠시 보류를 하여야만 합니다. 맹목적으로 믿을려고 하니 내 사고가 경직됨이 분명할 것이며, 보류를 하자니 아직 책을 펼치 필요가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두번째로 '모든 작품에 살이 숨쉬는 마법들은 하나하나 헤쳐 가다보면, 어느새 만화는 역사적 맥락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전세계의 주요 정치.예술.문화.과학.기술.종교 관련 사건들을 참고 사항으로 망라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지은이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너무 단순한 사건 모음과 사전 지식이 없는 저에게는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내 눈은 만화에 대해 읽어나가고 있는데, 지은이에 망라해 놓은 사건들은 옆부분에 주석으로 달려 있어, 불협화음만 더 할 뿐입니다. 즉 사건은 만화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불과결한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참고사항에 거치게 합니다. 그리고 지은이가 말하는 '연도별, 주제별은 만화의 주요 작품들을 하나하나' 제시하는데 너무 집착을 하지 않았나 합니다. 해마다 작품을 넣다보니 많은 양에 비해 깊이 있는 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으며-간략한 줄거리 요약- 몇 몇 나라에 취우친 편집에 의한 주제는 편향된 시각을 제시합니다.

즉 1896~2002년 동안의 세계의 만화라고 하지만 너무 편향되었습니다. 미국(1952년까지 94편, 그 뒤 31편), 프랑스(14/ 107), 이탈리아(19/ 23), 벨기에(14/ 30), 스웨덴(1/ 12) 그리고 몇 몇 나라의 한 두편 작품이 더 올라와 있습니다. 지은이의 어떠한 기준점에 대해 이런 만화를 채택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지배했습니다. 분명 어마어마한 양의 만화책을 읽어 낸 듯하지만 어떠한 조류와 시대와 가지는 연관성, 혹은 만화적 실험이 가져다 준 변화, 자국민과의 만화 거리감에 따른 차별을 어떻게 극복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지은이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얼마 만큼의 많은 만화책을 보고 세계라는 말을 썼는가와 어떠한 기준점으로 위의 작품을 나열하였는가? 만화적 가치가 지니는 평가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서양만화에 대해 많은 작품을 접해 본 사람이라면 친숙한 감정으로 쉬이 읽어 내려 가겠지만 아직 겹문이 좋은 저에게는 성급하게 다가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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