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the Cat! : 흥행하는 영화 시나리오의 8가지 법칙 Save the Cat! 시리즈
블레이크 스나이더 지음, 이태선 옮김 / 비즈앤비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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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제본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내용 만큼은 알차다. 분량만 보고 개괄 수준 정도겠거니 싶었는데 막상 펼쳐서 읽다 보니 이 바닥에서 구른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통찰이 군데군데 느껴져서 좋았다. 특히 10가지 영화 장르 카테고리 구분은 상당히 실용적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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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극해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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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으레 범하는 실수인 선악의 단순화가 없어서 좋다. 개인의 악과 제도적 악이 맞물려 발생하는 상황을 다양한 층위로 그려냈다. 작가는 일본인과 한국인, 제국과 식민지라는 표면적 소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보다는 인간 본질에 대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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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서 뿜어져나오는 불빛과 불을 둘러싼 군인들의 그림자가 땅바닥에 흩어지는 모습은 마치 욱일기의 모습과도 같았다. 욱일기는 돌고 돌고 또 돌았다. 그 욱일기 밑에서 설사를 참을 수 없는 조선인들과 대만인들, 필리핀 사람들이 아래로는 질질거리면서도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를 고기를 다시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고래 기름으로 불을 켜면 고래 특유의 바다향이 났다. 등유의 탁한 연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향이었다. 그 향에 피비린내가 섞였다. 정섭은 고래를 해체하던 순간이 떠올라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곳에선 사람이 해체되고 있었다. 고래처럼 살이 갈리고 내장이 쏟아졌다. 테이블 주변엔 등이 많았지만 어떤 어둠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무언가가 빛 속에서 짙어졌다. 허공 속에서 떠오른 어둠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잠식해갔다. 어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여긴 이렇게나 환한데.

고개를 돌리면 어디든 물이 있었다. 다만 마실 수 없을 뿐이었다. 파도는 출렁일 때마다 미로의 벽처럼 치솟았다 사라졌다. 이곳은 가장 푸른 사막이자, 가장 단순한 미로였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어쩔 수 없는 순간은 대개 수많은 어쩔 수 있는 순간들의 무심한, 혹은 안이한 선택 끝에 찾아오곤 하는 것이었다.

선생은 생각했다. 왜 고통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일까? 고통받는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보며 생각한다. 겨우, 그걸 가지고! 그것은 선생이 애초에 믿었던 윤리관에 반하는 일이었다. 선한 약자와 악한 강자는 그가 배웠던 문학의 원형이었다. 그러나 유키마루에서 생활하며 선생은 그것조차 어떤 당위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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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떤 날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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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시나브로 갈라진 삶의 균열을 단 한 번의 큰 보수공사로 메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여기 한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우리를 설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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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겨울 -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겨울 밀리언셀러 클럽 2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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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신이 있다면 바로 킹을 가르키는 말이 아닐까?

제일 중요한 일들은 말하기도 제일 어렵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말로 표현하면 줄어들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는 무한히 커 보였는데 막상 끄집어내면 한낱 실물 크기로 축소되고 만다. p.9

나를 `만졌던` 사람도 죽을 수 있다니. p.26

아버지는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을 때만 그를 치코라고 부른다. p.93

모든 감각의 입력(入力)이 증폭되었다. 마치 내 두뇌 속을 흐르는 전류에 과전압이 발생하여 모든 감각 기관을 110볼트에서 220볼트로 승압시킨 것 같았다. p.199

내 경우에 글쓰기는 언제나 섹스를 대신하고 싶어 하지만 언제나 섹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언제나 화장실에서 문을 잠가놓고 해야 하는 사춘기의 손장난 같은 일이다. p.214

에이스와 잭은 둘 다 어머니의 명예를 걸고 비밀을 지키겠다고 엄숙히 맹세했고, 그리하여 정오쯤에는 패거리 전체가 알게 되었다. 그것만 보더라도 이 얼간이들이 자기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p.323

스티븐스는 노령(老齡)의 기초 연금술을 잘 알고 있었다. 노령은 납을 금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뼈를 유리로 바꾼다. p.427

말하는 사람이 누구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야기로다. p.436

단순한 설렘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잃어버리는 것들 중 하나다. 그러다가 노년에 이르러 그런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면 누구나 놀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검은 머리카락이라고는 한 오라기도 보지 못하다가 어느 날 빗에 묻어 있는 한두 가닥을 발견했을 때처럼. p.458

향수병(鄕愁病)이라면 흔히 어렴풋하고 그리운 감정,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예리한 칼날이 될 수도 있지. ‘병’이라는 말은 비유적 표현일 뿐만 아니라 사실적 표현이기도 하거든. 향수병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놓을 수도 있어. 우리가 거리에서 만나는 얼굴들이 무관심해 보일 뿐만 아니라 추악해 보이고…… 심지어 악의를 품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 향수병도 진짜 병일세. 뿌리 뽑힌 식물의 고통. p.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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