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이곳이 전쟁터가 될지도 모르고 하늘에서 폭탄이 쏟아지게 될지도 모르고………… 세계는 지금미쳐버렸어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걸 아셔야 합니다. 괴로웠던 일, 생각하고 싶지 않는 일 모두 다 털어버리고, 네, 홀가분하게 사십시오, 임선생." - P111
"아드님 불편한 몸도 사람이 불공평해서 그런가요?" "공평하다는 병신이라도 다 살아가는 길이 어찌 없을 것이여? 손발 없는 배암도 묵고 살고 물속의 개기도 묵고 사는디, 일찍이 가고 더디게 가는 거사 천지조화,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닌께로" ‘할머니 말씀이 옳아요. 가두는 자가 없으면 갇히는 자도 없을 것이며 들판의 곡식이며 열매며, 많이 갖는 자가 없으면 굶어 죽는 자도 없을 것이며, 죽이는 자 없으면 죽는 자도 없을 - P117
것이며 주인이 있으니 하인도 있는 것, 부리 하나, 작은 밥통하나 몸속에 달고서 수만 리 창공을 날아 먹이를 찾고 번식하는 새, 겨울 한 철 나무뿌리 갉아먹으며 연명하는 작은 짐승들, 그들은 자유롭다! 해방된 존재들이다! 오직 인간들만이 사로잡혀 있다.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말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말, 말, 그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구원의 연장[道]이기도했지만 피로 물든 흉기는 아니었던가?‘ - P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