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거리 성매매가 ‘가장 비천‘ 해서 그 이하로 전락할 곳은 없다고 간주하며,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후에 성매매를 연구한 국제 연구 결과들을 접했을 때, 거리 성매매가 아닌 다른 유형의 성매매와 성산업에서 폭력이 더욱 만연하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시애틀의 한 연구는 스트립 클럽, 마사지 숍, 포르노물제작 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이 거리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들보다 삶의 조건들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적고, 폭력을맞닥뜨리게 될 위험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119

성매매 업소나 에스코트 에이전시에 있으면 어떤 구매자를 만날지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알고 있었다. 승자하기 전에 성구매자를 볼 기회가 있는 거리에서의 상황과는 다르다.
이런 이유로 거리 성매매 여성의 자율성이 가장 크다.
이는 거리 성매매여성을 가장 불행한 부류로 묘사하는 일반적 생각과는 대조된다. 성매매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다른 면에서 운이 좀 없더라도 거리 성매매에서 가장 자율성이 높다.
이것이 바로 1993년도 성범죄법이 거리 성매매 여성들에게 충격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처음부터 별로 많지도 않았던 자율성 중 일부가 강탈되었다. 믿기 어렵게도그 법령은 성매매를 하는 남성이나 여성, 혹은 성매매 자체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 법령은 성매매를 목적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불법화했다. 유인한다는 말은 성구매를 하려고혹은 자기 자신을 성매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돌아다니는행위를 뜻하는 법률 용어이다. 따라서 그 법안은 거리 성매매 여성들만을 범죄시하고, 표적으로 삼았다. 이는 성매 - P120

매를 실내로 몰아넣는 뚜렷한 결과를 초래했다(의도됐다고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더 이상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었고, 부작용으로 과도한 고통을 야기했다. 처음으로 삽입 성교를 시작해야만 했다. - P121

여성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스트립 쇼를 해가 없는 구경거리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 음란하고 외설스러운말들을 아우성치는 술 취한 남자들 50, 60명 가운데 서서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하는 층들을 천천히 벗겨낼 때, 심장이 가슴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쿵쾅거리는데 무해하거나 재밌지 않다. 정신적으로 철저히 침범된다. - P125

성매매를 ‘성적 자기 결정권’으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뒷받침될 수없는 이유는 우리가 성적인 이유가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성적인 요소는 즐길 수 없었고 견뎌야 했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더라면 업주에게는 빈 업소가, 성구매자들에겐 빈 필름이 남았을 테다. - P127

여기서 타락의 상호작용이라 함은 심리적으로 취약한남성의 마음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성매매 여성이고의적으로 이용하여 조종한다는 점과 관계가 있다. 인위적인 조작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남자에게는 필수적으로 그렇게 하게 된다. 성매매에서는 이를 수행해내는 능력이 요구될 뿐이다. 이것이 성매매 여성이 일종의 자율성을 지닌다는 증거는 아니다. 이런 종류의 구매자는 조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주인‘을 알아봐야만 한다는증거일 뿐이다. 한 가지 이유이다. 그것이 성적으로 그를흥분시키기 때문이다. 여성이 실제로 통제력을 가진다기보다 그렇게 인식하고픈 남성의 필요가 그 중심에 있다. - P133

서로에게 해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양쪽모두 알면서도 그중 누구도 신경 쓸 자비심은 없다는 점은타락이 상호작용하는 또 다른 본질이다. - P137

성매매 구조 속에서는 기본적으로 성적 동등함이나상호 존중이 없으므로, 진정한 관계를 맺기 희망하고 찾아다니는 사람은 성과 없이 계속 실망할 것이 뻔하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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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 66
발해 태수로 봉해진 ‘공수’가 백성들을 안민하며 자리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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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양이현정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부끄럽지만 이 책의 제목을 얼마 전 처음 알게 됐고 저자의 이름도 마찬가지로 낯설었다. <여전히 미쳐있는>의 참고도서로 포함되어 있던 책이었으나 오래된 책이라 과연 신선할까 싶어 망설여졌다. 그러나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고 빈도수 면에서 꽤나 여러 번 거론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책에는 스타이넘이 쓴 에세이나 칼럼,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 책의 제목과 같은 <남자가 월경을 한다> 글은 놀랍기는 해도 개인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물론 당시는 지금보다 더 놀랐을 법한 글이다). 오히려 1부 뒤의 내용인 트랜스젠더와 성기에 가해지는 범죄는 현실적이어서 끔찍하게 느껴졌다.


성기를 절단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종교적인 이유로 너무나 어린 여성들의 생식기가 잘려나가는데 감히 그 고통을 짐작할 수가 없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아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여성에 대한 철폐, 반인권적인 행태를 이유로 1990년 이후 권고안이 통과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그 지역 여성들이 주도하는 운동이 시작된 것은 정확히 1979년 2월이었다. 수단 카르툼에서 열린 역사적인 회의에는 아프리카와 아랍의 10개국대표들(외과의사, 산파, 보건 공무원 등)이 참석했고, 그 밖의 많은 나라들은 대표를 보낼 수는 없었지만 지지를 표명했다. 이 회의는 세계보건기구동지중해 지역사무국이 수단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개최한 것이었다. 이 회의의 이름은 조심스럽게도 "여성과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 시술에 대한 세미나로 정해졌다. 구체적인 주제들은 아동 결혼, 임신 수유기동안의 음식 금기, 그리고 성기절단이었다. 회의의 결과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권고사항이 정해졌다.

1. 국가정책으로 여성 할례를 폐지할 것.

2. 여성 할례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취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할 것.

3. 성기 절단 시술의 위험과 불필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

4. 산파, 치료사 등 의료 시술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것. - P55~56


1990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CEDAW 준수를 감시하는 UN 위원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권고안은 여성 성기절단이 여성에게 해롭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권고안은 여성 성기 절단은 단지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 P60


3부는 다섯 명의 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 명의 연예인, 포르노 배우, 두 명의 정치인, 그리고 페미니스트이다. 


최근 들어 마릴린 먼로의 생애는 재주목받았던 것 같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최고의 스타가 되었지만 외모로만 자신을 평가하는 사회에 그녀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을 법하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무엇보다 끔찍하지 않았을까.  


영화, 사진, 책 등에서 그녀는 오로지 남성의 눈에 비친 마릴린이었고, 그것은 그녀가 죽고난 후에도 변함이 없다. 우리가 노마 진 베이커 (마릴린 먼로의 본명)를 돕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그녀가 바라던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녀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우리가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 P130


'린다 러블레이스'의 진실은 들여다보기 끔찍했다. 그녀를 고용한 인간은 고용자를 가장한 범죄자 수준이었다. 그 참혹한 현장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2부에 포르노그라피 내용을 읽고 이 내용을 읽으면 자연스레 포르노는 없어져야 할 악임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이제서야 나는 사람들이 왜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지를 알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강간당하는 여자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마음 속으로 ‘나한테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어. 나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야.‘ 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나는 그 생각이 ‘나라면 눈사태가 나지 않게 할 텐데‘ 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걸 안다." - P138


신체적 학대 때문에 생긴 많은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음으로 인한 괴로움을 당한 후에, 린다와 남편 그리고 10대 자녀 두 명은 뉴욕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다. 그녀는 아직도 매체에서 납치, 살인, 가정 폭력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움을 겪지만, 그래도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멀리 다른 주로여행하기도 하며 성매매와 포르노그라피의 현실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법정에 서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자기 삶을 바치는 것은 치유의 마지막 단계이다. 아직도 <목구멍 깊숙이>를 만든 사람들에게 피해액을 받아내거나 그것의 배포를 중단시킬 법적인 방법은 없다. - P145


‘포르노그라피‘ 라는 말은 그리스어 ‘포르네‘ (매춘부나 여자 포로)와 그래포스(서술, 묘사)를 합친 것이다. 그러므로 포르노그라피의 언어적 의미는 ‘성을 사는 것을 묘사한 것‘ 이며, 권력의 불균형, 성노예화를 함의한다. 또한 다른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포르노그라피의 정의에 포함된다. - P104


인종차별주의 주장은 조직적인 학살과 폭행 등의 행위로 이어지고 그 행위까지 정당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폭력적인 영화를 보는 것은 폭력을 더 많이 용납하게 만들고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도 높인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모든 인종의 여성들에 대한 성적인 폭력을 정당화하는 선전물 역시 집단 혐오의 한 형태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포르노에 대해서만은 아무런 위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포르노는 남성의 공격성을 만족시키는 "안전" 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포르노가 없으면 남성의 공격성이 실제로 발휘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포르노도 폭력을 미화하는선전물들 중 하나이다. 그런데 왜 그것만은 폭력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 걸까? - P108


앨리스 워커에 대한 인터뷰는 개인적으로 가장 소득이 많았고 대표작인 <컬러 퍼플>을 정말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흑인 여성들이 그녀에게 기대하며 책을 읽는 마음도 이해할 것 같았으나 결국 워커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모든 여성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언제나 대중은 지도자보다 앞서나가고 독자들은 학자나 비평가보다 앞서나간다. 구하기 어려운 앨리스 워커의 책들을 찾아보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흑인 여성들이고 그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이 경험을 거쳐 보편성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용감하게도 흑인과 백인의 섹스나 아프리카의 여성 억압 같은 미묘한 주제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있다. ("그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당신은 조금도 이해할 수없을 거예요."라고 스펠먼 대학의 흑인 여학생이 눈에 눈물을 머금고 내게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흑인이 아닌 다양한 여자들도 개인적으로 앨리스워커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일과 자기 생각을 갖는 일의 어려움, 쉽게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우리의 몸, 어머니에 대한 우리의 부채 의식, 출산의 현실, 여자들의 우정, 우리를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일의 파괴적인 결과, 관능, 폭력 등……… 이 모든 것이 그녀의 소설과 시의 주제이다. - P162~163


앨리스에 대한 미스테리 중에는 작품을 통해서만 설명될 수 있는 것도 있다.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그녀는 상냥하고 말이 많지 않은 친절한 사람이다. 나는 그녀가 여러 시간 동안 모임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주제였는데도 말이다. 어떤 작가는 그녀를 투사 같지 않은 투사"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녀의 글에서 볼 수 있는 분노와 징벌, 정당한 살인에 관한 상상은 그녀 안에도 있다. 그런 분노가 터지는 것을 보려면 아주 오랫동안 그녀를 알고 지내야 한다. - P177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마지막 챕터에서 한 스타이넘이 쏟아낸 개인적인 기록들이었다. 가족에 대한 소회, 플레이보이클럽의 바니걸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없는 고백이기에 힘들게 읽어내려갈 수 없는 이야기다. 자매애에 대한 소견은 여성들이면 인생을 살다가 한 번쯤은 외로움과 고독에 나만 빠져 있다 절망한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스타이넘의 고백을 듣고 있으면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아닐까 느끼게 된다. 나도 어렸을 적 학대 등 아픈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에 대한 고백은 눈물샘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결혼 전에는 주체적인 여성이 결혼 후 집에 갇히거나 남성과 그 집안에 의해 하고 싶은 것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될 때 자존감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부모의 관계가 엉망이 되고 가정이 뒤틀린 상황에서 아이가 태어난다면 솔직히 말해서 아이가 평범하게 자라기란 더 어려울 지 모른다. 자녀가 부모를 오롯이 이해하기란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그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제는 연민이 든다는 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원망스러워서 어머니가 밉기도 한 시절이 있었으니까. 그런 시절을 나 또한 지나왔다. 가난, 가정 폭력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경험해본 자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룻이라는 이름의 독특한 여성이었던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녀는 뉴욕에서 살고 싶어했고 유럽을 여행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마을을 지나는 버스를 타는 것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마을 최초의 자동차를 운전했지만 운전을 허락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했다. 

어머니가 떠나간 지금 나는 일이 제대로 풀렸다면 어머니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가 열정과 유머를 보여준 몇몇 순간들에서 그 단서를 포착할 수는 있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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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10-14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타이넘 참 좋죠. 앨리스 워커도.
평범한 가정이야 말로 가부장적 질서의 가족인 거 같아요. 그리고 신화였다는 걸. 그 평범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평생을 지극히 애써오신 나의 부모님. 애씀은 자칫 폭력이 되고 아니 애쓰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는 것.이 보일때 까지. 보게된 후.

저는 저의 가족을 사랑하는 데 그건 가족이어서가 아니에요. 그들 각자 개인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인식에 닿기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랑을 하는 건 너무 어렵고ㅋㅋㅋ (공부의 결론) 저는 이제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노력하면 안되더라고요. 제게. 저의 사랑방식은.

거리의 화가님의 평범하지 않은 독서에 아침부터 감동받고 갑니다! (책목록이 다 너무 비범하다😻)

거리의화가 2023-10-14 20:40   좋아요 1 | URL
어렸을 때 ‘왜 우리 가족이 평범하지 않지?‘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나중에 보니 다들 조금씩의 트라우마와 고통이 있더라구요. 평범성이라는 것의 기준도 결국 사회에 기준에 맞춰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개인으로서의 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가족 간에 문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어요.

평범하지 않은 독서! 쟝님의 철학 책 읽기 무엇보다 비범한 걸요^^
 

정신 질환, 중독과 가난. 중독은 극빈의 생활로 이끄는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중독의 손아귀 안에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미 가난할 때만 가난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정신 질환은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서 정신 질환 그 자체나 중독에 성공적으로 대항하지못하도록 한다. - P62

소모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었다. 진짜 불처럼 말이다. 불씨를 불어버릴 수는 있지만 불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가 무언가를 먹이로 삼는 한 어딘가에 살아 있다. - P64

성적 이미지로 가득하면서도 여전히 처녀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성매매 당사자는 사회가 추구하는이미지와 반대되는 스펙트럼 제일 끝 쪽에 위치해 가까운시일 내에 존중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 정도 - P66

의 재치는 있다. 누군가 나 같은 여성들을 전력으로 비난할때, 조용히 혼자 생각한다. 당신도 나였을 수 있고, 나도 당신이었을 수 있어, 세상은 아직 약쟁이로 변하지 않은 중독자들로 가득하지 않아? 라고. - P67

어머니는 내가 매우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실제 나이보다 열 살쯤 더 많은 것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대우가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스스로 더 성숙한 듯느끼게 했다. - P69

눈에 보는 모든 곳은, 회색빛 그림자들, 크림색의 칙칙한 음영들, 끔직한 부패가 연상되는 녹색 같은 죽은색들뿐이었다.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 올리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버지 어깨를 당기면서 ‘아빠, 아빠’라고 계속 불렀고, 결국 아버지가 느릿하게 머리를 들어 올려 나를보았다. 아버지는 심하게 약에 취한 상태였다. 눈은 거슴츠레했고, 초점이 없었으나 나를 알아보자 수치스러움으로두 눈이 구름 끼던 모습을 본 것 같다. - P71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평소에 별로 의식하지 않는 비밀 문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 문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유년시절의 장소로 여행하게끔 나를 소환한다. 이 문으로 가는열쇠는 시시각각 변형되고 바뀐다. 그 문으로 통하는 열쇠가 오늘은 공중 화장실 특유의 꺼림칙한 녹색이었다가, 내일이면 예쁘게 페인트칠이 된 공원의 하얀 벤치로 바뀔 수도 있었다. - P72

‘노숙‘이라는 단어를 보면 언뜻 결여된 것이 집 한 가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개별적 결핍들 간의 결합이다. - P79

노숙인은 어디를 가건 환영받지 못한다. 노숙자는 사회적의미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없고 필요 없는 자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사람, 추방된 자, 외부인이며 자신과 함께 짊어지고 다녀야만 하는 그들의 몸은 어디를 가든지 침입이 되어환영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이다.
불필요함이 신체로 구체화되었다. 모든 노숙인들이 그렇다. 피할 수 없다. - P84

아직도 주로 밤에 따뜻하고 편한침대보 속에 누워 있으면 생각난다. 추워 떨면서, 배 고프고 목마른 채로, 외롭고 피곤한 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채로 밖에서 배회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고는 따뜻한 침대 속에서 몸서리치며 그들을 위해 짧은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난 후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느끼는 감정은죄책감인데, 그 이미지를 마음속에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 P87

노숙 생활을 할 때 정말이지 독서가 그리웠다. 책을 사랑했고 책을읽는 행위가 정말 그리웠다. 독서를 아무 곳에서나 할 수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노숙 신세인 경우 어쩌다 돈이 생기면 즉각 음식을 사는 데 써야 해서 책을 살 수 없게 된다. 서점 안을 동경하며 쳐다보곤 했고, 무척이나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점원이 여기는도서관이 아니라고 말할 때 느끼게 될 부끄러움이 두려워그러지 못했다. 도서관에서는 회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다.
주소 없이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 P90

하얀 차가 도로 한쪽에 섰고 남자친구가 운전석 쪽 열린 창문으로 그에게 말했다.
"살살하쇼, 이 아이 처음이니까."
그곳에 나를 데려간 주제에 아끼는 체하던 그 위선을보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움찔했다. - P94

성매매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자라난 가정에서 독립하는 일반적인 나이 혹은 권장되는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독립한 10대 여성들이 흔히 진입하게 되는 삶의 국면으로 널리 인식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알아야 할 때는 몰랐다. - P96

성매매 옹호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성인들 간의 합의‘라는 말이다. 그 단어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있다. 첫째로, 진면모를 알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 합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성매매 유입 전에 정확하게 성매매를이해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어떨지 추측하고 동의할 뿐이다.
둘째로, 성매매되는 많은 자들의 경우 성인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성인과의 성관계에 ‘합의할 수 있는 위치에있지 않다. 또한,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비율이 나처럼최초 성매매에 ‘합의‘ 하였을 당시 성인이 아니었다. - P97

인간은 위협적이거나 대단히 충격적인 환경에 놓이면 심리적으로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바 있다. 인간 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서 『거짓의 사람들』에서 스콧 펙 박사는 "감정에 대한 느낌이 압도적으로 고통스럽거나 즐겁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마비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쓴다. - P98

종종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고 느꼈지만 잠깐씩 평정을 되찾을 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달라지고 오염된 건 나임을 깨닫곤 했다. 그잎들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음은 내가 다른 눈으로 그 나뭇잎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명료한 순간들에는 자연과 문학 등 성매매에 유입되기 전에 사랑했던 그 모든 것들이 아직 거기 그대로 있지만 내가 달라져서 더 이상 내게 열려 있지 않다고 느끼곤했다.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이 바뀌고 떠나가버렸다는 상념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이런 느낌들은 편재했으나 파도와 같아서 때로는 격렬하게 아우성치다가도 때로는 뭔가 잘못됐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을 남기면서 물러났다. - P106

행복, 충만, 만족스러움같이 모든 사람이 바라는 삶의기준들은 성매매 여성에게서 비껴가기 시작하는데, 그녀스스로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08

내게 성매매에 잠식된다는 말은 삶의 범위가 좁아져 모든 것이 그 당시 생활의 중심에 놓여 있던 성매매로 귀결된다는 의미였다. 성매매는 모든 것을 침범하고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취침 습관, 구매하는 옷, 대화, 내가 하던 것 못지 않게 하지 않던 행동들도 지배했다. - P109

누구든지성인기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성인이 되는 정말중요한 분기점은 가슴이나 생식기가 아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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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황희선.임옥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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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분법적 사고가 통할 수 없는 세상이 된 지금 도나 헤러웨이의 혜안은 미래로 갈수록 탁월함을 느끼게 한다. ‘경계‘는 불안을 뜻하기도 하지만 변화와 새로움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녀의 철학을 이번에야말로 섭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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