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 중독과 가난. 중독은 극빈의 생활로 이끄는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중독의 손아귀 안에 있는 사람이 처음부터 이미 가난할 때만 가난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정신 질환은 당연히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켜서 정신 질환 그 자체나 중독에 성공적으로 대항하지못하도록 한다. - P62

소모되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었다. 진짜 불처럼 말이다. 불씨를 불어버릴 수는 있지만 불씨는 다른 곳으로 옮겨 가 무언가를 먹이로 삼는 한 어딘가에 살아 있다. - P64

성적 이미지로 가득하면서도 여전히 처녀성을 숭배하는 사회에서 성매매 당사자는 사회가 추구하는이미지와 반대되는 스펙트럼 제일 끝 쪽에 위치해 가까운시일 내에 존중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알 정도 - P66

의 재치는 있다. 누군가 나 같은 여성들을 전력으로 비난할때, 조용히 혼자 생각한다. 당신도 나였을 수 있고, 나도 당신이었을 수 있어, 세상은 아직 약쟁이로 변하지 않은 중독자들로 가득하지 않아? 라고. - P67

어머니는 내가 매우 어린 나이였을 때부터 실제 나이보다 열 살쯤 더 많은 것처럼 대하는 경향이 있었고, 이런 대우가 아동기,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스스로 더 성숙한 듯느끼게 했다. - P69

눈에 보는 모든 곳은, 회색빛 그림자들, 크림색의 칙칙한 음영들, 끔직한 부패가 연상되는 녹색 같은 죽은색들뿐이었다.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 올리려고 엄청난 노력을 하는 아버지를 보았을 때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버지 어깨를 당기면서 ‘아빠, 아빠’라고 계속 불렀고, 결국 아버지가 느릿하게 머리를 들어 올려 나를보았다. 아버지는 심하게 약에 취한 상태였다. 눈은 거슴츠레했고, 초점이 없었으나 나를 알아보자 수치스러움으로두 눈이 구름 끼던 모습을 본 것 같다. - P71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평소에 별로 의식하지 않는 비밀 문들로 연결되어 있다. 그 문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유년시절의 장소로 여행하게끔 나를 소환한다. 이 문으로 가는열쇠는 시시각각 변형되고 바뀐다. 그 문으로 통하는 열쇠가 오늘은 공중 화장실 특유의 꺼림칙한 녹색이었다가, 내일이면 예쁘게 페인트칠이 된 공원의 하얀 벤치로 바뀔 수도 있었다. - P72

‘노숙‘이라는 단어를 보면 언뜻 결여된 것이 집 한 가지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개별적 결핍들 간의 결합이다. - P79

노숙인은 어디를 가건 환영받지 못한다. 노숙자는 사회적의미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가치 없고 필요 없는 자라는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사람, 추방된 자, 외부인이며 자신과 함께 짊어지고 다녀야만 하는 그들의 몸은 어디를 가든지 침입이 되어환영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이다.
불필요함이 신체로 구체화되었다. 모든 노숙인들이 그렇다. 피할 수 없다. - P84

아직도 주로 밤에 따뜻하고 편한침대보 속에 누워 있으면 생각난다. 추워 떨면서, 배 고프고 목마른 채로, 외롭고 피곤한 채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채로 밖에서 배회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떠올리고는 따뜻한 침대 속에서 몸서리치며 그들을 위해 짧은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난 후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느끼는 감정은죄책감인데, 그 이미지를 마음속에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 P87

노숙 생활을 할 때 정말이지 독서가 그리웠다. 책을 사랑했고 책을읽는 행위가 정말 그리웠다. 독서를 아무 곳에서나 할 수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땡전 한 푼 없는 노숙 신세인 경우 어쩌다 돈이 생기면 즉각 음식을 사는 데 써야 해서 책을 살 수 없게 된다. 서점 안을 동경하며 쳐다보곤 했고, 무척이나 안에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점원이 여기는도서관이 아니라고 말할 때 느끼게 될 부끄러움이 두려워그러지 못했다. 도서관에서는 회원 가입조차 할 수 없었다.
주소 없이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 P90

하얀 차가 도로 한쪽에 섰고 남자친구가 운전석 쪽 열린 창문으로 그에게 말했다.
"살살하쇼, 이 아이 처음이니까."
그곳에 나를 데려간 주제에 아끼는 체하던 그 위선을보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움찔했다. - P94

성매매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성매매는 자라난 가정에서 독립하는 일반적인 나이 혹은 권장되는 나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독립한 10대 여성들이 흔히 진입하게 되는 삶의 국면으로 널리 인식된다.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알아야 할 때는 몰랐다. - P96

성매매 옹호론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는 ‘성인들 간의 합의‘라는 말이다. 그 단어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있다. 첫째로, 진면모를 알 수 없는 라이프 스타일에 합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성매매 유입 전에 정확하게 성매매를이해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어떨지 추측하고 동의할 뿐이다.
둘째로, 성매매되는 많은 자들의 경우 성인이 아니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성인과의 성관계에 ‘합의할 수 있는 위치에있지 않다. 또한,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비율이 나처럼최초 성매매에 ‘합의‘ 하였을 당시 성인이 아니었다. - P97

인간은 위협적이거나 대단히 충격적인 환경에 놓이면 심리적으로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바 있다. 인간 악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서 『거짓의 사람들』에서 스콧 펙 박사는 "감정에 대한 느낌이 압도적으로 고통스럽거나 즐겁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는 스스로를 마비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쓴다. - P98

종종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고 느꼈지만 잠깐씩 평정을 되찾을 때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달라지고 오염된 건 나임을 깨닫곤 했다. 그잎들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음은 내가 다른 눈으로 그 나뭇잎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명료한 순간들에는 자연과 문학 등 성매매에 유입되기 전에 사랑했던 그 모든 것들이 아직 거기 그대로 있지만 내가 달라져서 더 이상 내게 열려 있지 않다고 느끼곤했다.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이 바뀌고 떠나가버렸다는 상념보다 훨씬 더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 이런 느낌들은 편재했으나 파도와 같아서 때로는 격렬하게 아우성치다가도 때로는 뭔가 잘못됐다는 부드러운 속삭임을 남기면서 물러났다. - P106

행복, 충만, 만족스러움같이 모든 사람이 바라는 삶의기준들은 성매매 여성에게서 비껴가기 시작하는데, 그녀스스로 이런 것들을 경험하지 못하거나 주변 여성들의 삶에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 P108

내게 성매매에 잠식된다는 말은 삶의 범위가 좁아져 모든 것이 그 당시 생활의 중심에 놓여 있던 성매매로 귀결된다는 의미였다. 성매매는 모든 것을 침범하고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취침 습관, 구매하는 옷, 대화, 내가 하던 것 못지 않게 하지 않던 행동들도 지배했다. - P109

누구든지성인기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성인이 되는 정말중요한 분기점은 가슴이나 생식기가 아니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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