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프레이저 컴북스 이론총서
이현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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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상가에 입문하기에 이만한 시리즈는 없다. 입문서로도 좋지만 사상가가 역사적 시기를 통과하며 이론을 체계화해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배경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좋다고 생각한다. 사상가의 이론을 알고 있다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는 의미에서도 유용할 것 같다.


나는 전작인 <좌파의 길>을 통해서 처음 그의 이론을 접했다. 당시 국내 정치가 상당히 어지러웠을 때라 ‘좌파’라는 단어에 더 꽂혔는지 모르겠다(정치나 경제, 사회가 개혁이 되었으면 하는 쪽이었어서 그런 의미에서도 좌파(?)’ 쪽에 가까운지도). 


프레이저의 사상에 출발점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기원은 전통이론인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비판이론은 사회를 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사회를 변혁하고자 해서 나왔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이 전통적 마르크스 유물론에서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사회적 모순을 계급 경제적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에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 점일테다. 

프레이저는 비판이론을 확장시켜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에코 페미니즘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프레이저는 악셀 호네트와 논쟁을 벌이며 주목을 받았는데 그는 인정과 분배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다. 문제는 이 둘은 대척점에 있어서 둘 다 고려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인정(다름을)’을 고려하면 집단 정체성을 전제하며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분배’를 고려하면 집단 정체성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내세우는 해결 방법은 집단 정체성의 구분 자체를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적 분배, 문화적 인정 뿐 아니라 소수자 집단(젠더, 인종 등)을 위한 정치적 동등성 문제도 고려하자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자본주의적 위기와 심화로 인한 여성의 재생산과 돌봄 문제가 추가된다. 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며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여성은 더 이상 가정에서 가사와 양육에 매달릴 수 없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요즘은 취업이 어려워지니 스스로 먹고 사는데도 쉽지가 않다. 비혼이 늘고 출산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늘어난다. 어렵게 결혼을 하고 출산을 했다 해도 먹고 살려면?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이 되는 것이다. 

프레이저는 우리 사회 전반이 생산이나 성장보다 관계와 생명 돌봄을 중심으로 다시 계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적 재생산 전반이 돌봄을 기초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돌봄 혁명 혹은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다.

돌봄 사회는 인간이 처음부터 의존적임을 인정한다. 

… 독립보다 관계를 우리 삶의 기본 양상으로 삼아야 한다. - P84~85

나도 돌봄을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독립한 인간으로도 빈곤의 덫에 빠지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사회적 보장 제도가 확립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프레이저의 페미니즘은 그가 정의론에서 제안한 변혁적 개선책을 골자로 한다. 경제적 계급, 식민지 계급, 성 계급, 나아가 인간/비인간의 위계적 구분을 철폐하는 것이 이 페미니즘의 궁극적 목적이다. - P106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이론을 잘 설명해 놓았다. 프레이저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입문을 하고 전작 읽기를 도전하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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