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4천만 명의 여성이 전 세계적으로 성매매라는 구조 안에서 학대된다고 추정됨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매매를 경험한 적이 없이 성매매에 대한이야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성매매를 경험한 사람들은 수치심 때문에 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성매매를 벗어날 정도로 운이 좋았던 여성들 중 대부분은 그저 상처를 보듬으며 삶을 살아가고 그 경험에 대해 언급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더욱 드물니다. 이로 인해 성매매가 존속되고 비밀스런 상태가 유지되며, 정확하게는 바로 그 비밀스러움이 성매매를 정상적이고 그럴듯하게 채색합니다. 또한 성매매를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 이들은 주로 국제적인 성매매에 이권이 개입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들이 거짓말을 하게끔 두는 이유는 진실을 말하기가 두려워서입니다. 저는그 상황에 있는 여성들과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 자신의 두려움에 의해 조종되기를 거부했다는 점입니다. - P19

오늘날 다시 이 글을 쓴다면 사용하지 않을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성매매 여성’과 ‘손님‘입니다. 성매매 여성이라는 용어는 사람이 실제로 자신에게 가해진 것을 체현—그들이바로 그 단어라는ㅡ했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노예‘라는 단어와 비슷합니다. 저는 더 이상 노예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노예가 된 사람들‘이라고 지칭함으로써 다음 두 가지를 환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대상은 사람들이며, 노예가 된 상태는 그들에게 가해진 상황이지 그들이 노예의 본질과 같지 않다는 사실임을 강조하려 함입니다. 같은 이유로 ‘성매매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손님‘이라는 단어를 책에 썼다는사실에 대해서 진심으로 후회합니다. 손님이라는 말은 원래 합당한 상업적 교환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 P21

성매매를 미화하거나 선정적으로 다루는 것에 그 어떤경의나 동의도 표하지 않는다. 그건 성매매의 참된 묘사가아니며 캐리커처조차도 되지 못한다. 캐리커처는 과장된진실일 뿐이지만, 미화된 성매매는 진실과 닮은꼴이 없기때문이다. - P27

성매매 당사자였을 때에는 이상하게도 한 방향으로 친숙한 리듬이 있었다. 기존에 지니고 있던 사고방식 밖으로손을 뻗으려고 하지 않았다. 자라면서,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내 속에 지니고 있던 부정적인 자아상에도 도전하지 않았다. 물론 장기적으로 많은 고통을 야기했지만, 한편으로당시에는 나의 가능성을 인정하기가 매우 두려웠다. - P30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은 단순히 ‘사람이 사는 방식‘을 뜻하고, 성매매는 간단히 집 문밖에 두고 들어올 수 없는 것이기에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다른 업계의 - P31

노동자는 집에 와서 직업적 역할을 벗어버릴 수 있지만, 성매매 당사자는 복잡하게 얽힌 여러 요인들로 인해 그럴 수가 없다.
첫째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때문에 비밀에 매여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과 거리를 두게되고 매우 구별된다. - P32

성매매 당사자는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감정적, 심리적 측면에서 ‘평범한‘ 사회와 더욱 분리된다. 중독은 강도가 심해질수록 오직 돈만이 채울 수 있는 허기가 되어 많은 경우에 약물 의존은 성매매 유입 기간을 장기화한다. 그 여파는 자명하다. - P33

수치심은 시간이 지난다고 서서히 사그라들지 않는다. 가끔한동안 얼굴을 숨기고 시야 밖으로 살금살금 움직이는 듯하다가, 그늘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처음 본 날처럼 현실적이고도 생생하게 다시 내 삶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돌아온다. - P40

나는 여기서 가면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 P40

어떤 면에선 내가 좋아하는 가면조차도 말이다. 가면을 벗는 것이 수치심을 대면하는 나의 방식이고, 수치심 또한 그렇게 하기를 도전한다. 이것이 바로 온 세상에 내 이름이레이첼 모랜이라고 말하기로 결심한 이유이다. - P41

세상과의 분리와 사회에서의 소외 사이의 이동이 쉬워서 혼동하기가 쉽다. 사실, 이동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겹쳐진 채그야말로 서로 뒤섞인다. 가족의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철두철미하고 철저하게 용의주도한 방법으로 사회 내 소외를 양산해내는데, 문제 가정에 아이들이 각각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세상과 전적으로분리되고 멀어진다는 사실을 인생의 매 순간들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게끔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 P44

나의 환경에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 생각은 옳았지만, 내가 그 그릇됨의 한 부분이었다고 믿은 것은 실수였다. - P48

돌아보면 내 어린 시절은 마치 살아 있는 척도와도 같았다. 불안정한 마음의 진행을 재는 불가사이하게 정확한측정 방법 말이다. - P53

평범한 어머니와 딸의 유대감이란 어떤 걸까 종종 궁 - P57

금했는데 내가 처했던 환경은 그 개념과 아주 멀어서 슬프기보다는 그저 추상적으로 애석해하는 기미가 섞인 단순한호기심이다. 성인 여성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거나 웃거나 포옹하는 모습을 볼 때, 그들이 뭘 하는지 집중하며 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얼굴 표정을 관찰하고 몸짓을해독하려고 애쓴다. 얼떨떨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긴다. 그들이 경험하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전혀 알지 못하는 역동을 해독하려 한다. 관심이 가면서도 울적하게 하는 모습이다.
원만하게 무르익은 정서적 성숙도 측면에서 보자면 많은 면에서 내가 소녀였을 때 어머니도 나와 같은 소녀였고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그렇다고 의심치 않는다.
책망으로 가득 찬 씁쓸한감정에서는 멀어졌다. 부모를 단순히 부모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기 시작하게 되는 때가 온다고들 하는데, 자신에게 느꼈던 연민이 부모님에게 이동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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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10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시작하셨군요! 저도 지금 읽는 책만 다 읽으면 바로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10-10 17:26   좋아요 0 | URL
병행하는 책들이 많지만 더 늦게 시작하면 밀릴 듯하여 읽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힘든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힘든 책이네요. 그렇지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님도 화이팅!

건수하 2023-10-10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첫 장 펴보긴 했는데.. 아악 글씨가.. 하며 다시 덮었습니다. 일단 시작을 해야겠어요 ^^

거리의화가 2023-10-10 17:27   좋아요 0 | URL
글자가 작아서 힘들기는 한데 그래도 각 챕터가 짧아서 다행입니다. 향후에 큰글자책으로 나와주면 좋겠어요ㅠㅠ 수하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