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6편 읽었을 뿐인데 이리 좋을 수가 있나. 
물론 저자가 해설을 워낙 친절하게 해주셔서 그런 것이겠지만.

긴 감상평을 하고 싶지만 그런 재주는 없고 느낀 바를 짧게만 표현하려고 한다. 


< 늙은 갈대의 독백 >
해가 진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여 잠이 든다
물닭도 쉬이 어느 낯설은 논두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섧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
이 몸의 매듭매듭
잃어진 사랑의 허물 자국
별 많은 어느 밤 강을 내려간...
늙어감에 대한 비애. 


< 여우난골족 >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랫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윗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대의 사기 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우고 홍계닭이 몇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랫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
가족들과 두런두런 있는 정겨운 풍경. 잊혀지고 있는 고유의 것들


< 모닥불 >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갖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닥의 깃도 개 터럭도 타는 모닥불

화합, 공존


좋구나. 해설이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아무튼 이렇게 계속 읽어서 이달 말까지 다 읽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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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8-23 0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닥불>.....와...모닥불 안에 다 담긴 거네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눈동자를 오른쪽으로 옮겨가고 있었는데 ㅎㅎㅎ모두들 다 안은 것은 모닥불..

거리의 화가님 덕분에 재미난 시 한편 늦밤에 즐겼어요.

백석시인은 아무리 봐도,,,,넘나 ㅎㅅ하심!

거리의화가 2023-08-23 09:10   좋아요 1 | URL
<모닥불> 1연만 올린 것인데요. 1연은 서로 비슷한 것들을 배치했는데 2연은 반대로 대립되는 것들을 배치해요. 3연은 또 다른 형식인데 묘하게 어우러져서 재미나더라구요. 몇 편 보지도 않았는데 시들이 좋네요. 남은 뒷편들도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은 밤 시 즐기기 딱 좋았겠어요. 외모까지 참 출중하신 분!ㅎㅎㅎ

독서괭 2023-08-23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옷 저도 어서 읽고 싶은데 백래시가 저의 발목을 잡습니다.. ㅠㅠ

거리의화가 2023-08-24 08:55   좋아요 1 | URL
괭님 백래시 읽기 고생많으십니다. 사례가 그렇게 많다고 소문을 들었어요!^^;
사례가 많다는 게 사실 좋은 일이 아니어서 씁쓸하긴 하지만(그만큼 많은 사건 사고가 많다는 방증이므로) 책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겠죠. 완독하시고 난 후 백석 시 읽으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희선 2023-08-24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동주 시인이 백석 시인 시집을 찾아 읽으려고 하던 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도서관에서 시집 시를 다른 데 옮겨 적었다고 합니다 백석 시인이 북한으로 가서 한때 못 읽기도 했네요 그때는 많은 시인이 읽고 싶어했군요 몰래 읽었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3-08-24 08:57   좋아요 1 | URL
예전에는 한참 잊혀졌다가 이제 많은 자료들이 나오고 해서 지금은 시인들이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죠!^^ 시들이 참 좋네요. 토속적이어서 그런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시들이 많습니다.

자목련 2023-08-24 09: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백석 시은 왠지 겨울과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한데, 여름에 겨울을 상상하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거리의화가 2023-08-24 09:29   좋아요 1 | URL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들이 전반적으로 많아서 여름보다는 겨울이 더 잘 어울리긴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시들이 좋아서 언제 읽어도 그 감성은 고스란히 전해질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