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김윤아 콘서트를 다녀왔다. 솔로 콘서트는 오랜만이라 긴장도 되었지만 오히려 편안한 마음도 있었다. 커플들도 많았지만 나처럼 혼자 온 이들도 많았다.
공연장이 대학교 안이여서 간만에 젊음(!)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공연장을 찾는다고 헤매다가 처음 부닥친 건물이 알고 보니 공과대학이어서 나의 대학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속으로 공대생들 화이팅!을 외쳤다는). 분수대에 분수는 끊임없이 나오고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무척 찌는 날씨만 아니였다면 캠퍼스를 배회할 것을 그러기엔 너무 무더웠다.
공연은 전체적으로 "사랑의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사람은 본디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이므로 끊임없이 사랑을 갈망하는 존재가 아닐까. '행복한 사랑은 없네'라는 콘서트의 부제가 말해주듯 뭘 모르던 때의 사랑은 낭만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지만 사랑의 본질은 어쩌면 추악하고 더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내게 사랑은 욕망이라는 단어와 비슷하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끝까지 탐하며 쫓아가면 그 끝은 파멸이라는 것과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고 심하게 회의적이다. 이런 사람이 결혼을 한 게 아이러니하기는 하나 오히려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현실적이어서 기대치가 낮아서 가능한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노래 사이에 김윤아의 이야기가 더해져 공연 마지막이 되면 한 줄기의 스토리가 완성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노래 사이에 관객과의 소통과 대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 방식이 마치 연극에서 배우들이 하는 대사처럼 느껴져 신선했던 것 같다.
특히 오랜만에 듣는 도쿄 블루스, 강, 담, 유리가 정말 좋았다.
가창은 말해 무엇하리오. 2시간 20분 간 완벽한 기승전결의 서사가 이어졌고 앵콜곡이 되자 눈물이...
그리고 책과 커피를 샀다.
공교롭게도 모아 놓으니 붉은 계열이 되어 버렸네.
첫 번째 책은 7월의 여성주의 책인 <성의 변증법>이다. 표지도 강렬해서 기가 살짝 죽는데 내용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아 걱정이 된다. 7월 초부터 바짝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는 바바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이다. 1차 세계대전 개전 초기를 다룬 전쟁사로 정평이 나 있는 책인데 기존 책의 중고가가 어마무시해서 사려고 해도 엄두가 안났는데 마침 딱 새로 나와주어 감사한 마음으로 질렀다. 두껍지만 양장본이 아니라 무겁지도 않아 마음에 든다.
커피는 알라딘 일산 블렌드라고 하는데 그냥 물 많이 타서 숭늉처럼 마시려고 샀다^^;
토요일에 집에 들어오니 거의 일요일이 된 시간이어서 무리하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오늘 휴가를 미리 내 놓았고 오늘까지 푹 쉬었다. 덕분에 컨디션은 괜찮다.
<한국전쟁의 기원> 시리즈를 완독하여 6월에 큰 독서 목표는 끝낸 셈이라 마음이 홀가분하다.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국지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하여 걱정이다. 다들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