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제인 오스틴의 겉 이야기(와 비밀 요원들)

* 상상력과 창의성의 관점에서
<레이디 수전>: 여성의 창의성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 상상력이 악과 관련
<이성과 감성>: 상상력이 자기 파괴와 밀접
<오만과 편견>: 상상력의 위험함을 자기주장과 이기심, 섹슈얼리티의 함정과 관련지음
<에마>: 상상력에 대한 양가성. 자신 이외엔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 내놓아
<맨스필드 파크>: 이중성과 심리적 분열의 극대화. 자아와 타자의 갈등 폭발 - 자기 창조의 정신을 ‘매혹적인’ ‘감염병’이라 정의


<에마>: 여성의 본보기 그려
<설득>: 권위에 대한 복종과 삶의 이야기에 대한 포기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 탐색. 숙녀가 되기를 거부하는 여주인공 그려

설득은 읽어볼 필요가 있을 듯.

글자 그대로 아버지의 책을 쓰는 일은 생애 내내 그녀가 했던일, 즉 아버지의 이론을 설명하고 권위적인 남성 인물의 현명한자비심을 묘사하는 이야기를 썼던 일이었다. 적어도 한 비평가는 마리아가 아버지의 기준과 자신의 개인적 도리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마리아가 (자신의 소설에서도덕적인 표면과 상징적인 저항의 대화를 유지함으로써)" 아버지의 가치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암암리에 표현했다 하더라도, 이 정신분열적인 해결은 가정이라는 전선에서 그녀에게 책상을 내준 일에 대한 아버지의 선심 쓰는 듯한 글을 남겼을 뿐이다. - P305

만일 여성이 글을 썼다면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응접실에서써야 했을 것입니다. […] 여성은 항상 방해받았습니다. […] 제인 오스틴은 마지막까지 그런 환경에서 글을 썼습니다. 오스틴의 조카는 회고록에 이렇게 썼습니다. ‘생각해보면 고모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 고모는 독립된 서재가 없어서 작품을 대체로 공동응접실에서 썼는데, 보통 응접실은 모든 종류의 일상사로 방해받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고모는 하인들이나 방문객, 자신의 가족을 제외한 어떤 사람도 자신이 글을 쓴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했다.‘ 제인 오스틴은 자신의 원고를 숨기거나 압지로 덮어두었습니다. […][오스틴은] 문의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들어오기 전에 원고를 감출 수 있었기때문이었습니다. - P306

오스틴은 (여성은 항상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거부할 필요가 있다는) 자기 이야기가 품고 있는 억압 덕분에 역설적으로 자신이 여자 주인공의 운명으로 규정하고 옹호한 감금을 피할 수 있었다. - P307

오스틴의 예의 바름은 그녀가 가르치기 시작한 모든 후기 소설 속 공공연한 교훈에서 가장 또렷하게 나타난다. 왜 그리고어떻게 여성의 생존이 남성의 승인과 보호에 의존하고 있는지극화시킬 때, 오스틴은 남성이 우월하다는 인식이 허구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남성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힘을 존중한다. 부적절한 아버지를 거부하는 모든 여자 주인공은 더 훌륭하고 더 섬세한 남자들을 찾아나서지만, 그 남자들도 여전히 권위를 대표한다. - P308

오스틴의 책상 위 원고를 덮고있는 압지와 마찬가지로, 침묵과 순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오스틴의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이야기는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여성의 종속적인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관습법이 이시기에 ‘엄호물‘이라고 불렀던 것은 실제로 결혼한 여자의 지위를 유예되고 ‘덮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성의 존재 자체나여성의 법적 지위는 결혼 동안 유예되거나 적어도 남편의 존재안으로 통합되어 합체된다. 그의 날개와 보호와 덮개 아래서 여성은 모든 것을 수행한다‘고 윌리엄 블랙스톤 경은 쓴다. 오스틴이 꿈꾸었던 가장 행복한 결말은 (적어도 그녀의 마지막 소설까지) 무엇인가를 해내려는 여자 주인공들에게 보호와 덮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P309

‘기절하기‘와 ‘미쳐버리기‘라는 양극단은 여성을 유혹하지만 또한 파괴하는 극단이기 때문에, 오스틴이 묘사하는 것은 일종의 변증법적인 자아의식이 나타나는 방식이다. 여성 의식의 양극단은 수많은 여성들을 정신분열로 내몰았지만, 오스틴의 여자 주인공들은 살아남아 번영을 누린다. 바로 서로 대립되는 투사 때문이다. - P322

오스틴이 쓴 총 여섯 권의 소설에서 자기규정의 수단을 박탈당한 여자들은 분장과 위장이라는 위험한 즐거움에 치명적으로이끌리는 모습을 보인다. 오스틴의 직업은 바로 이런 가장에 의존하고 있다. 분장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인물들의 성격을 묘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위장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플롯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가? 모든 소설에서 화자의 목소리는 재치 있고확신에 차 있으며 활기 넘치고 독립적이다. - P330

오스틴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은 곧 자신이여성 인물들에게 부여한 구속에서 탈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오스틴은 전형적인 듯하다. 소설이란 작가의 주체성을 유지하고 숨기면서도 효과적으로 대상화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여성들이 소설에 지대하게 공헌해왔다고 볼 수 있기때문이다. 달리 말해 오스틴은 자신의 소설들에서 본인의 미학적 풍자적 감수성에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는 동시에, 예술의 엄격성에 의해 규율이 잡히지 않은 상상력의 한계를 언급하며 그위험을 주장하고 있다. - P331

오스틴은 전형적 여자 주인공과의 동일시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반항적으로 이탈한 오스틴을 재연하는) 덜 두드러지지만 더 심술궂고 더 발랄하고 활동적인 여성 인물들과의 동일시를 통해 ‘가능성‘ 속에 머무른다. - P332

이미 많은 비평가는 오스틴 소설의 ‘행복한 결말’이내포하는 이중성을 주목해왔다. 이 결말에서 오스틴은 매우 서둘러서, 또는 있음직하지 않은 우연의 일치로, 또는 모든 메시지를 약화시켜버릴 정도의 빈정거림으로 연인들을 축복의 가장자리로 데려온다. 34 호의적인 화자의 도움이 없다면 소녀는 결코 치욕감이나 부모의 집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암시가 여전히남아 있는 것이다.
오스틴의 이중성이 좀 더 모호하게 나타나는 것은 극도로 강력한 여자들을 재현할 경우다. 이런 여자들은 여자 주인공이나작가가 억누르고 있는 반항적인 분노를 매우 성공적으로 재연한다. 분노한 여자들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고 자신의 목소리로말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플롯에서 비밀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다. 그들은 소설 속에서 플롯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미미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소설 마지막에 가서는 스토리의끝에 묻혀버리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추방당한다), 자신들이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징벌을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 P333

오스틴 소설의 모든분노에 찬 귀족 과부들은 남성 신의 계몽적 이성을 위협하며, 남성 신은 결국 여성의 섹슈얼리티, 변덕, 수다의 힘을 추방함으로써만 여자 주인공을 얻는다. 밤의 여왕이 여전히 격렬한 저항의 노래를 열광적으로 부르면서 무대 뒤로 사라지는 <마술피리>처럼, 노리스 이모 같은 여자들은 결코 완전히 억압될 수 없다. 『이성과 감성』에서 멸시당하는 페라스 부인이 좋은 예다. - P337

이 마지막 소설의 여자 주인공은 남자들도 가정생활을 중시하고 참여하는 한편, 여자들은 공적인 행사에 공헌하는 평등한 사회를 발견한다.
이것은 평등한 성적 이데올로기의 출현을 예견하는 상호 보완적인 이상이다. 38 앤은 오스틴의 소설과 편지에서 위험하고 따분한 행위로 묘사하는 출산과 양육의 여성 공동체에 더 이상 갇히지 않고, 39 전통적인 남성 영역과 여성 영역의 통합을 상징하는 결혼에 성공한다. - P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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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5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 <설득>을 읽어야 한다고.... 그래서 읽으려구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16 09:17   좋아요 1 | URL
그런데 설득 읽을 시간이... 다른 책 대신 읽는 것으로 해야할까요ㅠㅠ 고민 좀 해봐야겠습니다.

- 2022-11-16 10:31   좋아요 1 | URL
저도 설득만 갖춰놓았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1-16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설득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거리의 화가 님!!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16 09:17   좋아요 1 | URL
오~ 다락방님 읽어보셨군요. 재미있다니 기대되네요. 에마는 한참으로 미루고 설득이라도 올해 안에 읽는 걸 목표로 해봐야겠습니다!ㅎㅎ

다락방 2022-11-16 09:19   좋아요 2 | URL
저는 에마는 너무 싫었어요, 거리의화가 님. 제가 에마를 읽으면서 엄청 욕해놓은 페이퍼도 있을 거예요. 에마 성격이 진짜 너무 제 타입 아니라서요. 완전 슈퍼 오지라퍼에 저여자랑 저남자랑 잘 어울려~ 해놓고 그 남자가 자기 좋아한다니까 ‘감히 나를?‘ 막 이러는데 ㅋㅋ 와 너무 싫었어요 ㅋㅋㅋㅋ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는 에마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네요.

scott 2022-11-16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득>
영드도 재밌습니다
남주가 좀 멋지게 나와여 ㅎㅎㅎ
에마는 영화는 비추!ㅎㅎㅎ

거리의화가 2022-11-16 10:59   좋아요 1 | URL
스콧님 영드 추천 감사드립니다~ 에마는 책본다고 해도 한참 뒤로 미루려구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