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부장제의 창조 10장 상징들 편을 읽다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생명의 기원에 대한 반사실적(counterfactual) 설명을 넓은 범위의 철학적 체계에 입각하여 신화차원에서 과학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인과관계에 대한 그의 이론은 사물을 현재의 모습대로 만드는 다음 네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①질료인(質料因 material cause), ② (사물에 추동력을 주는) 시동인(動因efficient cause), ③ (사물에 형식을 부여하는 형상인(形相因 formalcause), 그리고 ④ (사물이 추구하는 목표인) 목적인(目的因 telos). 그리스의 철학적 사고와 같은 선상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신보다 그 중요성이 덜한 문제에 주의를 기울인다. 인간 생명의 기원에 대한 그의 설명에서는 생식에 대해 남성이 기여하는 것은 존재를 위한 네 가지 원인 중 세 가지 때문이며, 네번째이자 가장 낮은 원인인 질료인만이 여성의 기여를 가능하게 해준다고 하였다. 

- P360


그는 여성은 1번 질료만 갖고 있어 불완전한 존재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만일, 남성이 효과적이고 능동적인 것을 나타내고, 또 여성적으로 간주되는 여성은 수동적인 것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여성이 남성의 정액에 제공하는 것이 정액이 아니라 정액이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월경이 그 본성상 원시적인 물체에 가깝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 P361


그러면서 정액을 가진 남성은 능동성을 가진 존재로, 월경을 하는 여성은 수동성을 가진 존재로 그린다. 여자들은 한 번쯤 그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기 주장을 펼치거나 적극성을 내보이면 '나댄다' '조용히 좀 해라' 이런 말들...


인류사회는 두 개의 성(sex)으로 나뉘어 있다. 이성적이고 강건하고 생식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고 지배하기에 적합한 남성과, 열정적이며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며 약하고 생식과정에 저급한 물질을 제공할 뿐이며 영혼이 없고 지배받게 되어 있는 여성으로, 그리고 이런 이유로, 다른 남성들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지배는 여성에게해당하는 특성의 일부를 지배받는 남성들에게 부과함으로써 정당화될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로 그렇게 한다. 노예들은 "그들의 몸으로삶의 욕구를 다스린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노예들은 "그런 원리를이해할 만큼 합리적 원리에 참여하지만, 그것을 소유할 만큼 참여하지는않는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성별 정의로부터 계급지배를 논리적으로 정당화한다. 

- P365


나는 인간이 무엇이든 지배할 수 있고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예를 들어 자연이나 동물 등) 나아가 이것이 서양이 동양을 지배할 수 있고 상위 계급은 하위 계급을 부려도 된다는 논리가 그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소크라테스는 수호자 여성들(guardian women)이 집안일과 자녀양육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남아 여아를 똑같이 교육시킬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의 기회평등은 가족의 해체 (destruction of thefamily)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게 한다. 플라톤의 목적은 사유재산, 사적 가족, 그리고 그로 인한 지도자집단의 이기주의를 폐지하는 것이다. 그는 사유재산이 계급적대와 불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은 생활에 있어서 공동(common)의방식을 가져야 한다・・・・공동의 교육, 공동의 자녀. 그리고 그들은 공동으로 시민들을 돌봐야 한다."

- P367


그러나 플라톤은 수호자들의 자비로운 독재 (benevolent dictator-ship)가 실행되는 이상국가(utopian state)라는 조건에서만 여성들이 평등한 것으로 그렸다. 30) 주의깊게 선택되고 길러진 엘리트 중에서 일부여성들은 대등한 사람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것에 대해 쓰고 있었던, 노예제에 기반을 둔 민주적 도시국가(아테네-옮긴이)에서는 시민권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모든 열등한 사람들-농노, 노예, 그리고 여성을 제외했어야만 했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민주적 정치체제의 토대 자체인 정치적 시민권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을 제도화하고 합리화한다. 서구문명이 수세기 동안학, 철학, 그리고 성별 교의(doctrine)에서 이용해 왔던 것은 플라톤의이상주의적 사상이 아니라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유산이다.

- P368


아리스토텔레스는 계급, 가부장제를 강화시키는 논리를 펼쳤지만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는 그와 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면이 있었다. (물론 한계는 있었지만)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은 이전에 여성주의 책읽기에서 웬디 브라운의 <남성됨과 정치>에서 만난 적이 있다. 교차되는 지점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형상이 질료보다 그 본성상 더 낫고 더 신성하기 때문에, 우월한 이가 열등한 이로부터 분리되는 것도 더 좋은 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질료로서 봉사하지만, 남성은 생성된 사물의 움직임이라는 원칙에서 더 낫고 더 신성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성에게서 떨어진다.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세계에 여성과 노예가 설 자리는 없다. 오로지 남성, 주인만 있을 뿐이다. 웬디 브라운은 노예제가 생산 및 재생산 노동자가 자신의 목적을 정식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을 약화하여 통치와 보호가 필요하다고 선언했다고 이야기한다. 여성은 질료를 공급하고 남성은 씨(정액)을 공급하므로 형상이나 원칙을 내부에서 쓸 수 없는 경우 외부의 원천에서 공급해야만 한다. 모든 질료에는 형상이 필요하고, 모든 행동에는 지도나 원칙이 필요하다. 


서구 남성에게 육체와 분리된 정신은 자연, 자연적인 것에 묶인 이, 그 자신의 희망과 욕망을 부추기는 외적 요소뿐만 아니라 선택된 적 등 그 모든 것에 맞서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고안된 무기다.



<남성됨과 정치>는 이북으로 읽었기 때문에 쪽수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리스토텔레스는 목적론을 정당화하는 면이 있고 계급의 질서와 논리를 옹호한다. 폭력과 불평등이 당연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플라톤과 소크라테스를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사실 예전에 플라톤 저작 쉬운 것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없어서 중간에 그만두었는데 다시 도전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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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6-16 2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소개해주신 책중 <신비롭지않은 여자들>에서
영국의 해부학자가 여성과 타조의골격, 남성과 말의 골격을 나란히 비교했었대요. 상대적으로 낮은 지능과 출산기능을 대조하려고요. 과학이나 철학이나 참 열일했고 그게 또 효과적이었던걸로 보입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키에르케고르가 소크라테스를 높이 평가하며 모든 아이러니스트들의 대선배라고 칭했던것도 떠오릅니다. 공부할게 늘 많네요^^

거리의화가 2022-06-17 09:04   좋아요 2 | URL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에 그런 내용이 나오는군요~ 주문한 책들 중 하나라 곧 받을 수 있겠네요. 근대 철학과 과학의 시초를 따지면 결국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오지 않나 생각했어요. 그의 주장이 인용되고 재생산되면서 지금까지 흘러온 거겠죠~

소크라테스는 그나마 플라톤보다는 친숙한데 플라톤은 저작들도 많고 추상적인 내용들이라 어려움이 있지만 이 책을 계기로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을 읽어가다보면 결국 공부할 양은 느는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2-06-17 0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성됨과 정치> 인용해주신 부분, 저는 왜 책을 읽었지만 기억나지 않는걸까요.. 하하.
저도 오늘 출근길에 <가부장제의 창조>조금 읽었는데, 저는 사회계약은 남자들만의 것 이라는, 일전에 다른 책에서 본 내용이 생각났어요. 계속해서 책을 읽으니 다른 책과 연결고리, 교차점도 찾게 되고 그게 참 좋으네요, 거리의화가 님.

저도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6-17 09:02   좋아요 4 | URL
인용한 문장이 딱 생각난 것은 아니구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오길래 <남성됨과 정치>에서 다뤘었지~ 하는 생각이 일단 들었고 질료와 형상 이 이야기 나올때 그 때는 모호하기도 하고 어려웠었던 지점이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으면서 이해가 더 잘 되었달까요~ 말씀하신대로 사회 계약, 그러니까 국가 체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리스의 폴리스가 결국 국가라는 것까지 나아가면 여성과 노예가 배제된 구성원, 그러니까 남성과 이익 집단들의 잔치였겠구나 싶은 것이죠^^

다락방님 이 책 읽으면 읽을수록 좋네요! 오늘 완독하겠지만 아무래도 5점 별 갈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6-17 1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조금만 더 읽으시면 완독이시군요?
11장까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사상까지 나오는군요??
이 책 읽을수록 주제나 분류가 어마어마한 책이로군요?
단발머리님이 탑 5 로 꼽는 이유를 알겠어요^^
<남성됨과 정치> 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이야기 나왔던 것 기억납니다.
전 그때 아리스토텔레스편 따로 다른 철학책 조금 읽었었는데요. 이 사람의 형이상학에 꽂혀서 형이상학이 뭘까? 한참 생각했던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 질료와 형상 저 중요한 단어는 까먹고 오로지 형이상학만ㅋㅋㅋ
근데 화가님이 언급해 주시니 언뜻 떠오르는 듯도 합니다. 작년 겨울, 철학자들과 철학 용어가 어려워 열심히 밑줄 그으며 읽었었는데...완독했다고 자축 와인까지 마셨었는데...음!!! 책 내용은 왜 그닥 기억나지 않죠? 얼마나 지났다고??ㅋㅋㅋ
그래도 형상과 질료 단어 기억나고, 여성과 노예의 개념은 좀 확실하게 다진 것 같아, 그게 어디야? 그런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저도 좀 찾아 읽고 싶어진 철학가 입니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님도 늘 소크라테스~소크라테스~ 노래 부르시더라구요. 찾는덴 다 이유가 있었군요^^

암튼 이번 달은 화가님이 1등이시군요?
미리 축하드려요^^

거리의화가 2022-06-17 16:42   좋아요 2 | URL
네. 맞습니다 나무님~ 오늘 드디어 11장 읽을 차례. 다 읽고 나면 완독 도장 쾅 찍을 예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외였어요~ 저는 이 책에 등장할 줄 몰랐거든요.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히브리 문명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나와서 놀랐는데 읽어보니 이해가 되더군요. 서구문명의 기원, 그 시초가 되는 철학자가 결국 그이니 말이죠.
ㅋㅋ 소크라테스는 그래도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얽힌 일화들이 알려진 편이라 좀 더 친숙한데 플라톤은 이데아를 이야기하고 사상에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아 읽어봐도 모호할 듯 싶습니다. 그래도 읽어나가봐야죠^^;

바람돌이 2022-06-17 16: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부의 문제점은 계속 공부할게 늘어난다는 것. 제발 난 이것만 볼거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는....
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소크라테스로의 회귀라니 아 슬퍼요. 학창시절에 공부할걸....ㅠ.ㅠ

거리의화가 2022-06-17 16:4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공부를 하다 보면 가지 치기가 되면서 원래 보려던 것들도 못 보게 되는 단점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분야의 공부들도 하면서 이런 공부도 포함시키고 나아가보려고 합니다^^ㅎㅎㅎ

결국 서양 문명의 시초는 고대 그리스. 그리고 그 철학입니다^^; 저도 공부 좀 할걸요ㅠㅠ 아는 게 없네요.ㅋㅋㅋ

mini74 2022-06-17 1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1장 읽었어요. 그러면서 해부학 찾아보면서 남성의 그것이 여성의 안으로 들어가 여성자체거 불결하다고 생각했다는 둥 과거의 글들 찾아읽으며 헉!!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번달 책보다 좀 나은듯 합니다 화가님~~ 👍

거리의화가 2022-06-17 21:53   좋아요 1 | URL
근데 저는 1장이 사실 가장 어려웠거든요~ 역시 모든 책은 진입점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문체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몰입이 안됐던 것도 있었고요!
여성의 월경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서도 나오는데 더러운 정액 이런 식으로 표현하더군요ㅠㅠ 읽으면서 소름끼치는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미니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