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책으로 〈여자들의 사회〉를 읽었다.정말 오랫만에 에세이였다.돌아보면 10대 때는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여유가 없었다.20대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한두푼 모은 것 가지고 책을 겨우 살 수 있었지만 지적인 욕망이 생겼어도 아는 게 전혀 없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개인과 세상의 이야기를 읽었다.그게 에세이였다.책의 내용을 읽다 보니 나의 10대와 20대 시절이 떠올랐다.나는 관계에 많이 서툴렀던 사람이었다.작가도 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어려웠음을 고백했는데 나와 비슷해서 놀랐다.(오히려 나는 대학 때 이후 남자들과의 관계에 더 익숙한 편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쿨했다.)친구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는 것이 어려웠고 그 사이에 끼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다.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나는 장난을 잘 받아들이는 타입이 아닌데 누군가가 장난을 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러다보니 늘 나는 겉돌았다.사람들과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고나의 속내를 내비쳤다가 한 두번 호되게 당한 이후로는 그마저도 시도조차 안하게 되었다.스스로를 가두었다는 표현이 맞겠다.이 책은 다양한 영화, 드라마, 책에서 표현된 여자들의 세상을 다루고 있다.과거에 좋아했던 컨텐츠가 나오면 ‘아~ 맞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지.‘ 했다.〈빨간머리앤〉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처음엔 애니메이션으로 접했고 이후엔 원작인 책을 읽었다.마지막으론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셋 다 다른 느낌으로 풀어내어 모두 감동이 있었다.작가는 빨간머리앤을 선택한 이유로 여자들의 우정을 이야기한다.하지만 내가 앤을 선택한 이유는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가 있어서였다.앤은 주체적이고 자기 표현에 스스럼이 없었다.그녀의 자신감이 부러웠다.나는 늘 주눅들고 소심해서 어릴 적 발표하는 것조차 떨려하던 아이였다.그런 그녀가 자신의 출신이나 성별, 외모 등에 굴하지 않고 늘 앞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고양이를 부탁해〉는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이다.얼마 전 개봉 20주년으로 상영하기도 했다.이번 상영 때 보지는 못했고 개봉 당시 본 게 다라 군데 군데 잃어버린 서사가 많았는데이 책을 통해서 영화의 스토리가 다시금 떠올라서 반갑고 좋았다.내가 이 영화를 좋아한 이유를 생각해보니 여자 친구들의 미묘한 관계를 참 잘 표현했고그녀들이 일을 하게 되면서 부딪치는 것들을 스스로도 헤쳐 나가기도 하지만 친구로서 기대고 보듬어준다는 점이다.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젊고 풋풋하며 아름다운 청춘이 저절로 그려진다.거기에 영화음악까지 좋다니.이 영화가 책의 리스트에 있어서 참 좋았다.작은 아씨들은 공교롭게도 작년에 북클럽을 하면서 재독한 책이었다.나는 자매들의 부모님이 참 훌륭하시다라는 생각을 했고 조가 글을 쓰고 책을 내며 결혼을 해서 교육에도 힘쓰는 모습이 멋있었다.어쩌면 이렇게 자매들의 성격이 다 다를까 생각했다가 아 나도 그랬지 싶어 피식 했다.나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서로가 결혼하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잘해주기보다 각자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서 찾으려 무던히 애썼던 것 같다. 덕분에 질투하고 많이도 싸웠다.나에게 없는 그녀의 모습들이 어찌나 샘이 나던지 갖고 싶었던 적이 많다.이제는 예전 일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했었다.나머지 셋 리스트는 못 본것들이다.여자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시간 내서 하나 둘씩 꺼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