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베스트극장 - 늪 [dts] - [할인행사]
김윤철 감독, 박지영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드라마 <늪>을 DVD로 보고 나서 모처럼 영화 리뷰(비슷한 것)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진을 한 장 구해야지, 하는 생각에 모 영화잡지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창에 친 것이 '덫'.
드라마를 본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늪'을 '덫'으로 착각하다니 어이없어 하다가
가만 생각해 보니 '늪'을 '덫'으로 바꾸어도 크게 문제될 게 없지 싶다.
재미있는 건, 검색 중 '덫'이라는 이름의 여성 의류 매장 사이트가 눈에 띈 것.

이틀 전 영화 <괴물>을 보았다.
올케는 그 시간 아이 둘을 데리고 애니메이션 <카>를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영화가 무서웠니 어쨌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카>보다는 <괴물>을 그렇게 보고싶어 했던 딸아이가 한마디 끼어든다.

"엄마, 나는 피가 흐르고 팔다리가 잘리고 그런 장면은 안 무서운데, 어떤 사람이 도망 다니다가
경찰이나 괴물에게 잡히는 그 전의 순간이 제일 무서워!"

아이의 그 말이 나의 공포를 정확하게 꿰뚫는 것이라 깜짝 놀랐다.
한마디로 드라마 <늪>은 영화 <괴물>보다 100배로 무서웠다.

사랑이 변하는 것,  '애욕'이 사랑을 넘어뜨리는 순간,
입술만 웃고 싸늘한 눈으로 나를 보는 누군가의 시선,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점점 변해가는 나,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나......

'복수'가 무서운 게 아니라,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가 무서웠다.
특히 윤서(박지영)를 언니라고 부르며 믿고 따르는 채원이 평소 그녀에게
마음속으로 갈아온 칼날.
그래서 입술은 웃으며 싸늘한 시선으로 내뱉는 말.
그리고 남편과 바람난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것이 도리어 얼마나 인간적인 건지
보여주는 윤서의 침착함.

인간의 심연은 정말 끝이 없다.
무서워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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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7-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베스트극장을 보다가 깜짝 놀랐던 드라마예요. 제법 작정하고 만들었던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근데, 주하는 어찌 그걸 벌써 알았을까요. 심지어 저는 나쁜놈이 잡히는 것도 싫어요. 늘 도망자 쪽에 감정 이입을 해버리거든요.

로드무비 2006-07-29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namu님, 저도 항상 쫓기는 자의 입장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봐요.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는 박지영의 징징거리지 않고
단칼에 해치우는 식의 복수가 통쾌한 면이 있더군요.
아이가 자신의 느낌을 그렇게 표현할 줄 아는 게 신기해요.
아이들은 이미 모든 것의 감을 잡고 있는 듯.
인생에 대해서.

달팽이 2006-07-2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을 나이로 또는 그들의 지위로 대하기보다는
우리와 대등한 하나의 영혼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거겠죠...
불교를 비롯한 자아의 윤회에서는 우리의 영적 동반자들이 이번생에선 부모로 다음 생에선 자녀로 그리고 배우자로 태어난다고 하더군요.
어쨌거나 두 모녀가 아주 특별한 인연이란 생각, 페이퍼 읽으면서 드는군요..

플레져 2006-07-2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주하의 그 느낌, 저도 그게 정말 정말 무섭거든요.
~하기 직전의 그 무엇! 오싹하죠.
잘 만든 드라마였어요. 박지영의 연기가 참 좋았어요. 그 섹시한 입술에 서린 공포라니.

로드무비 2006-07-29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박지영도 그렇고 그 하주희라는 배우도 그렇고,
연기 너무 리얼했어요. 적역이었고요.^^

로드무비 2006-07-2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아아, 엄마와 아이는, 부부는 그렇게 세상에서 만나는군요.
맞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인연이죠.
아이를 아이라고 무시하여 건성으로 대하면
귀신같이 알고 울먹울먹하더라고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항상 자신이 없습니다.
기본이라도 해야 할 텐데......^^;

하루(春) 2006-07-2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거 보고 싶어서 사신 거예요? 저는 본방송 보고, 나중에 상탄 후에 앙코르로 해주는 거 또 봤거든요. 무섭죠. 으음.. 주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맞아요.

kleinsusun 2006-07-2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오랜만이예요^^ 전 <괴물>도 <늪>도 못봤어요.
근데....차라리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것이 "인간적"이란 말은 참...와닿네요.
그건 아마츄어들의 복수? ㅎㅎㅎ

2006-07-29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30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구대학생님, 반갑습니다.
표지 보며(안 샀고요!) 저자의 헤어스타일이 멋지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소장함 오픈했습니다.
나중에 참고해 주세요.^^


수선님, 저도 언젠가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고 뒹구는
다이나믹한 싦을 살아보고 싶다고 친구에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혼 전에요.
ㅎㅎ 지금은 그런 일이 생길까봐 무섭습니다.
전 아무 말 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쪽이 좋아요.
복수든 뭐든. 그것이 프로?^^

FTA 반대 하루 님, 출시 소식 접하자마자 주문했어요.
마침 싸게 팔더군요.
두 번이나 보셨군요.^^


산사춘 2006-07-3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현력 좋은 주하양입니다. 역시 유전은 못속이는군요.

로드무비 2006-07-30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유전 쪽으로는 뭐든 자신이 없어서
모든 것이 후천적인 노력과 학습의 결과이길 바랄 뿐이랍니다.
이 맴 아시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