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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부두 소녀...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서면 그녀의 가슴에 꽂힌 핀들에 찔리게 된다. 결국 아무도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을 수 없다는 얘기. 영화 '가위손'이 생각난다.
침대가 된 소녀...땅버들 가지를 무심코 꺾던 날 피부가 순면으로 변하더니 멋진 매트리스와 스프링이 생겨나면서 침대가 되어버린 소녀.
로봇 소년. 의사가 스미스 씨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의 유전자는 정상이 아닙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전기믹서입니다." 스미스 씨는 아내와 주방기구와의 성적인 만남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의 원작자, 그리고 영화 '가위손'과 '슬리피 할로우', '빅 피쉬의 감독 팀 버튼이 직접 그리고 썼다는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읽었다. 제일 첫장은 마른 가지 소년과 성냥 소녀의 사랑 이야기다. 그리고 이어서 로봇 소년,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노려보는 소녀, 자기가 예수님도 아니면서 더구나 손목도 아니고 눈에 못이 박힌 소년, 톰슨 집안의 네 쌍둥이에게 '대합'이라고 놀림을 받는 굴 소년......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친구도 없이 사람들로부터 경원당하는 이상한 모습의 아이들만 잔뜩(23개의 짧은 에피소드) 나온다. 그런데 그의 엉뚱한 상상 속 인물들이 슬프다기보다 유쾌하다. 하나같이 일그러진 초상들인데 가만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위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