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하는 아이의 수영 공개수업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제 머리속에 '10분 거리'로 입력이 되어 있는 모 대학교 체육관의 수영장인데요.  휴가 때와 달리 오늘은 카메라까지 잘 챙겨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에 뭐 좀 찍어바르고 하다보니 늦어서 택시를 집어탔습니다.

가지고 간 책을 읽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택시 미터기를 보니 약 4000원 돈. 목적지까지 막연히 예상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절반밖에 안 왔습니다.

"아저씨, 이거 모범택시예요?"

반백의 기사님, 백미러로 흘끔 제 얼굴을 쳐다봅니다.

"아닌데요, 흐흐."

"그런데 요금이 벌써..."

"거리가 멀잖습니까! 경기도에서 서울."

"아무리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택시요금은 7000원 돈이었습니다. 흔연스런 표정으로 지폐를 냈지만 아까 기세좋게 "택시!" 하고 불렀던 제 발등을 찧고만 싶었습니다.

다행히 공개수업에 늦지 않았고요. 제 새끼는 엄마를 보자 순간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모든 동작을 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저 깜찍한 모습이라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인터넷에 올리는 기술을 하루빨리 남편에게 배우라고 해야겠습니다.(말해놓고 나니  제가 다 어이가 없네요.)

오늘 수영장에서 보니 제가 제일 늙은 엄마였습니다. 엉엉. 그런데도 사는 게 이렇게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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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08-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셨겠어요.....아니, 택시비 말고 귀여운 주하의 모습 말이죠^^
택시 타면 진짜 요금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덜컥덜컥 내려앉죠. 특히 열받을 때. 신호등에 걸려 한참을 한발짝도 못갔는데 요금은 300원이 올라가 버리고, 다음 신호에 가나 했더니 내 바로 앞에서 신호 바뀌어 버릴 때 진짜 열받죠.

하얀마녀 2004-08-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택시 타기 싫어요 ㅠㅠ

로드무비 2004-08-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라곤 요것밖에 없으니 한번 더... 깍두기님, 우리 주하 얼굴 소현이에게 보여주고 앞으로 펜팔 하라고 다리 놓아 주실래요? 아직 주하가 너무 어린가?


아키타이프 2004-08-2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의 까만 눈망울은 사람들을 유순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주하"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건 김주하 아나운서랑 동명이어서 인걸 이제야 알아챘다는...
전 아직도 딸의 입장이 강하네요-당연하지, 미혼에 애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평가보다 엄마 눈에 잘난 딸이 되고 싶어서 저역시 다부진 마음을 먹었던 기억이 생생해요.

플레져 2004-08-2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의 눈빛, 심상치 않네요!
아티스틱한 저 눈빛....!

반딧불,, 2004-08-2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아이들은 언제나 천사예요..
그나저나..
택시 얄밉네요.

불량 2004-08-27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모자라서, 3000원 어치만 태워주세요..한 적도 있습니다. ㅜ.ㅡ
수영 공개 수업이라니..정말 귀여웠겠어요. 사진 올리는 법 빨리 배우세요오~

2004-08-27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08-2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속삭여주신 분.
저는 100퍼센트 아날로그적 인간이에요.
이벤트에 내건 상품이 좀 깜찍한 것이어서 그런 착각을 하시는가 본데
어림도 없답니다.^^;;;
인터넷 올케에게 딱 30분 배웠고요, 기계 못 다루고요, 독수리 타법입니다.
이만하면 성실한 답변이 되었을까요?
기분 하나도 안 나빠요.
앞으로도 자주 속삭여주세요.
저도 얼마나 속삭이고 싶던지...^^

로드무비 2004-08-28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마녀님, 택시는 절대 탈 게 못됩디다.
버스도 어느 것 타야 할지 모르겠고 이젠 외출 자체를 삼가야 할 것 같아요.
가하님, 플레져님, 반딧불님...우리 주하 예쁘죠? 눈이 정말 보석입니다.
아티스틱한 눈빛이라니, 헤헤헤 너무 기분 좋아요.
불량유전자님, 전 학습욕구가 도무지 없는 인간이에요.
올 때는 아는 엄마 차를 얻어타고 왔는데 초등학생 아들 일일이
학원까지 태워주고 한데요. 공부도 데리고 앉아 가르치고...
저는 좋아하는 책이나 읽을 줄 알았지 운전면허도 못 따고...
사는 게 참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사진 올리는 것 정도는 배우면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