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하는 아이의 수영 공개수업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제 머리속에 '10분 거리'로 입력이 되어 있는 모 대학교 체육관의 수영장인데요. 휴가 때와 달리 오늘은 카메라까지 잘 챙겨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얼굴에 뭐 좀 찍어바르고 하다보니 늦어서 택시를 집어탔습니다.
가지고 간 책을 읽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택시 미터기를 보니 약 4000원 돈. 목적지까지 막연히 예상한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창밖을 보니 절반밖에 안 왔습니다.
"아저씨, 이거 모범택시예요?"
반백의 기사님, 백미러로 흘끔 제 얼굴을 쳐다봅니다.
"아닌데요, 흐흐."
"그런데 요금이 벌써..."
"거리가 멀잖습니까! 경기도에서 서울."
"아무리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니 택시요금은 7000원 돈이었습니다. 흔연스런 표정으로 지폐를 냈지만 아까 기세좋게 "택시!" 하고 불렀던 제 발등을 찧고만 싶었습니다.
다행히 공개수업에 늦지 않았고요. 제 새끼는 엄마를 보자 순간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강사의 지도에 따라 모든 동작을 해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저 깜찍한 모습이라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인터넷에 올리는 기술을 하루빨리 남편에게 배우라고 해야겠습니다.(말해놓고 나니 제가 다 어이가 없네요.)
오늘 수영장에서 보니 제가 제일 늙은 엄마였습니다. 엉엉. 그런데도 사는 게 이렇게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