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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깡패 같은 애인 - My Dear Desperado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난주,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전화가 걸려왔다.
교육의원 후보 누구누구에게 한 표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무상급식을 끝까지 찬성한 ...의원이시네요!"
무조건 끊으려다 이름을 듣고 반가워 한마디 했더니,
그 여성은 마치 후보의 아내라도 되는지 감격에 겨워 울먹울먹하는 것이었다.
(전화상으로 그동안 얼마나 냉대와 구박을 받았으면......)
<내 깡패 같은 애인>을 보며 문득 그 전화를 떠올렸다.
단벌 정장을 차려입고 긴장한 얼굴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최종 면접에 임한
세진(정유미 역)에게, 이를테면 "무상급식을 찬성한 의원이시네요!"와 같은
기다리던 말이 들려왔던 것.
(면접관의 질문과 세진의 대답을 들려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스포일러 때문에 참는다.)
사람들은 사실 '나를 알아주는 한마디'에 지금도 얼마나 목을 매는가 말이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것만도 감지덕지인 지방대 출신의 세진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답시고 어느 회사의 최종 면접에서 면접관들의
농담 반 진담 반 요구에(몸치인 주제에)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를
어색한 율동과 함께 부르는 장면은 눈물겨웠다.
'요즘 세상에, 그 정도 수고도 않고 어떻게 취직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그렇게 말해도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소설가 서영은의 오래 전 작품 중에 <사다리가 놓인 창>이라는 중편이 있다.
초등학교 교원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나비야 나비야'라는 동요에 맞춰
어색하게 율동을 하느라 진땀을 빼는 장면이라든가
타자 급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콩 볶는 소리'에 가깝게 자판을 두드리느라
비지땀을 흘리던 주인공이 인상적이었던......
지방대 졸업 여성의 '취업 분투기'라기보다 이 영화는 사실 버젓한 깡패도 못되는
한 어리숙한 청년(박중훈 역)의 '나름대로의 순애보'에 방점이 찍히는 영화다.
(겉모습만으로는 <우아한 세계>에서 송강호가 보여준 무능한 중년깡패와 오십보백보!)
그들이 세들어 사는 반지하방이나, 동네 분식집의 2500원짜리 라면이
'사실성'이라는 또 하나의 가짜 필터를 거치지 않고 고춧가루가 듬성듬성한 채 그대로 나온다.
박중훈과 정유미의 주인공 그 자체인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