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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도착한 건 어제 오후.
책상 위에는 요즘 번갈아 읽고 있는 책이 서너 권 가로세로 얽혀 있어
이 책은 언제나 읽을꼬, 페이지를 잠시 열어본 것이 사단(?)이었다.
'학창시절 깍쟁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로 시작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126쪽)
배가 고프지 않다며 피자 한 조각을 시킨 친구가 저자가 시킨 라자냐를
맛있다며 널름 반도 넘게 먹어치우고는 계산할 때 달랑 자기 피자 값만 냈다.
그때 느낀 황당과 격분 시추에이션의 코믹하고 리얼한 묘사와 함께
인간관계의 기본인 '기브 앤 테이크', 협상시 '윈윈 기술'의 필요성을
자연스레, 아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어 나가고 있었던 것.
"쇼핑 좋아하세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앞에 앉은 맞선남이 쇼핑을 좋아하냐고 물었던 것이다.(123쪽)
'윈윈의 기술'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앞으로 몇 장 페이지를 넘겼다가
또 꼼짝없이 발목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맞선을 보러 나와서 엄마에게 발발이 전화를 거는 마마보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외국 바이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걸핏하면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보는
영업사원을 솜씨좋게 버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영업인은 이웃 나라에 왕의 서신을 전하러 간 사신도 아니고,
편지를 물고 전쟁터를 날아다니는 비둘기 같은 메신저도 아니다.
출장을 갔으면 바이어와 주체적으로 협상하고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124쪽)
유쾌하고 재치있는 표현에 웃음을 터뜨려 가며 읽는 것도 고마운데,
세일즈와 상관없이 삶의 자세랄까 인간관계 노하우 등 떨어지는 떡고물도 수북하다.
심지어 출장가방 싸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메모하고 있는 이 책은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뿐만 아니라 바이어의 마음을 얻는 감성 테크닉까지 전수하고 있다.
글쎄, 그 감성이라는 게 과연 테크닉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나 어느새 그녀의 친구가 되어버린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바쁜 일이 있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나는
어젯밤과 오늘 오전, 두 번이나 커피를 식혔다가 데워서 마셔야 했다.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나는 머그잔에 한가득 뜨거운 커피를 준비하는데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커피 마시는 걸 깜빡한 것이다.
먹을 것을 무지 밝히는 나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책 제목을 너무 가볍게 잡았다.
잘못 들으면 유럽출장을 이웃집 마실 가듯 할 수 있다고
뽐내는 것 같기도 하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척도로 성공한 삶을 규정하는 듯해서다.
저자의 의도(아마도!)와는 다르게.
평이하게 잡은 소제목들도 좀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