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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내게 있어 독서는 너무나 즐거운 놀이다. 난해하기만 하거나, 형편없는 문장력으로 엉성하게 땜질한 책을 보게 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책 보는데 드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 가장 저렴하게, 타인의 뜨거운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매체는 책이다. 힘들 때 따뜻하게 안아준 것도 책이었고, 망설일 때 용기를 준 것도 책이었다. 간접경험이니, 지식습득이니, 사고력 확장이니 하는 책의 효용은 익히 알고 있을 거다. 그 많은 효용 중에 내게 와 닿았던 것은 책의 치유력이었다. 직장생활과 함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겪다보니 사람이 싫어 그만두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책을 붙잡고 직장에서 버텼다. 이상한 사람들을 이해해보기 위해 집어든 심리학책이 지금은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분야가 됐다.
책이란 것이 신기한 게, 읽을수록 오만하게도 만들지만 결국 겸손한 사람으로 만든다.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러 사람만나길 피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내 소통력이 더 커졌다. 그 밖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 읽을수록 살아나는 문장력에 스스로 감탄중이다. 책이 만능은 아니지만, 삶을 여유롭고 넓고 길게 보게 해준 건 사실이다. 책을 읽지 않았던 옛 시절을 떠올리면 안타까울 뿐이다. 조금만 더 일찍 책을 읽었더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살고는 있지만 좀 더 발전된 삶을 살길 소망한다. 그 옆에는 늘 책이 함께 하리라 생각한다.
여기 책으로 미래를 가꾸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 있다.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는 인생의 전환기에 접어든 서른의 직장인에 초점을 두어 책읽기의 즐거움에 대해 쓴 책이다. 구본준 저자 자신이 직장생활 6년차 때 문득 한살이라도 젊을 때 머리에 기름이라도 쳐두자는 생각에 책을 들었던 게 독서이력의 시작이 되어 이렇게 책까지 썼단다.
결론적으로 이 책 참 잘 썼다. 자타공인 책벌레들이 어떻게 책을 봐야하는 지 쓴 책은 많다. 그러나 직장인의 자기계발에 초점을 두고, 실제로 이를 행하는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쓴 책은 이 책이 유일무이하지 않나싶다. 저자가 기자란 직업도 이런 인터뷰기획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저자 자신이 책과 만나게 된 계기와 책으로 시작된 인생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2장은 책읽기로 자신을 경영하는 직장인들의 인터뷰다. 실용적이고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 많아서 유용한 장이었다. 3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독서카페의 운영자들이 많았다. 여기에 독서경영을 도입한 회사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직장에서 독서동아리를 만들려다 좌절한 경험이 있어서 눈이 번뜩였다. 책을 읽으니 가족관계까지 좋아졌다는 한 책쟁이의 인터뷰를 보게 되니, 책보는 가장들이 달라 보이기까지 했다. ‘독서의 완성을 서평으로 하라’, ‘지하철에서 읽는 게 최적이다’등의 실용적인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좋았다. 3장은 책읽기를 통해 얻는 것들을 정리해 놓은 것인데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라 편하게 읽었다. 그중 ‘생존을 위해선 읽어야 한다. 읽지 않으면 뒤처진 것이다’란 말엔 서늘한 기운까지 느꼈지만, 사실은 사실이지 않은가. 마지막 4장은 유명석학들과 우리나라 대표 책쟁이들의 인터뷰로 2장보다는 더 깊이 있고 인문적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서평까지 마무리를 지어야 책을 다 본 것으로 친 단다. 한동안 정리 글 하나 쓰지 않고 책만 훑어보던 것에 반성하며, 서평하나를 쓴다. 그리고 서평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뿌듯함도 같이 생긴다는 걸 서평 속에 적어 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