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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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씨, 내겐 꼭 우승해야 할 이유가 있어. 이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야."
내게도 꼭 우승해야만 하는 이유는 있었다. 하루 종일이라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중략) 탈락한 순옥에게도, 송준희에게도, 우승해야 하는 자신만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에겐 누구나 자신만의 신념이 존재한다.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이해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생존이 유일한 삶의 의미가 될 때,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는 건 자신의 목을 내어주는 것에 불과하단 사실을 나는 처절하게 깨달았다.-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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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사춘기 - 인생 9단 엄마의 눈물이 주르르, 웃음이 푸하하 전방위 수다
김희경 지음 / 마고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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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며칠 전, 윤용인씨의 <심리학남자를 노크하다>를 봤었다. 책 내용 중에 제주도의 촌부가 인터넷으로 글을 올리다가 이번에 책을 냈다는 내용이 있었다. 평범한 주부가 책을 냈다는 데에 호기심이 동하여 <엄마는 사춘기>를 찾아보았다.  

감정기복이 심하지만 씩씩한 시골 촌부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웃었다. 노루를 보러 간일, 남편과의 연애이야기, 로또이야기, 백만인의 조 오빠 이야기는 훈훈했다. 노총각 진규 씨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나 휴먼적이라 뜨겁기 까지 했다. 그러나 손녀와 딸아이가 걱정되어 제주공항에서 악 쓴 일, 남편과 갈라서겠다고 싸운 일, 죽이고 싶을 정도로 개가 미워진 이야기까지 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글 말미에 웃음코드를 남겨두고 썼는데, 저자의 밝음과 긍정성이 보여 좋았다. 중년을 넘긴 아줌마의 부끄럼 없는 활보에 많이 웃었다. 그리고 작은 것에 속상해하는 모습에서 인생을 관망하는 나이가 되도 소심함은 똑같았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사람 사는 게 참 우습다. 어느 순간에도 유머는 잃지 말아야겠다는 늙은이 같은 생각도 든다. 나도 삶을 좀 더 겸허히 받아들일 때가 되면, 이런 수필을 써 내려 갈 수 있을까? 지금도 쓸 수는 있겠다만, 아직 많이 부족하고 삶에 치러야 할 비용이 많이 남았다.

가끔 궁금하다. 나는 누구와 백년해로하여 살며, 나의 새끼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 어찌 살고, 그 들의 자식들은 또 어떻게 살까 궁금타. 이럴 땐 자고 일어나면 60년 쯤 미래로 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질 못하니 먼저 산 이 들의 글을 보면서 내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한 세상을 살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가슴이 쿵쾅거리는 연애 시절의 열병은 기억 너머의 한 조각 무지갯빛 구름만으론 버틸 수 없다. 때로는 웬수처럼, 때로는 전사처럼 싸우고 쟁취해야만 내 것인 내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중략)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의 역할을 다하려면 강하고 지혜로운 여자가 되어야 한다.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살더라도 이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간장이 끊어지는 아픔도, 심장이 터질 듯한 고통도 인내하고 견뎌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어느새 흰머리가 나풀거리고 그 때쯤이면 이 세상도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당신을 만나 행복했었노라고 그렇게 읊조리면서, 오늘의 나처럼 향기로운 차 한모금마시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겠지.(p.94)

ps. 저자의 머리말에 수필선생으로 부터, 글의 호흡이 너무 길며 고상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수필집에서 고상을 따져서는 진정성과 재미가 떨어지니 반색할 내용이었으나, 글의 호흡이 길긴 했다. 조금만 손 봐주었다면 훨씬 빛났을 텐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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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남자를 노크하다
윤용인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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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일 뿐인데 과대포장 했다. 심리학을 붙이지 않았다면 별 3개는 줄 수 있었을 텐데, 제목 탓에 별 1개다. 요즘 남성 심리학이 대세라고는 하나, 이건 아니다. 윤용인의 전작 <어른의 발견>을 좋게 봤던 탓에 리뷰확인도 안하고 산 내 잘못이 크다.

제목을 ‘폼 나는 중년으로 사는 법’이라고 했다면 이리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의 장난기 가득한 문장과 솔직한 글발을 높이 사는 편이었는데, 오늘 부로 취소다. 딴지에서 다져진 그의 글발도 실은 별 것 아니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전작 <어른의 발견>에서 누드 심리학을 주장하며, 이웃집 아저씨 같이 설파하던 심리학은 어설펐지만 귀여웠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이런 토막상식에도 못 미치는 심리이론 몇 개를 경험담과 섞는다고 독자들에게 지식전달이나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 독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그럼에도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있다. 저자는 여행사 사장인데, 자신의 에피소드에 등장시킨 지인들의 말이 참 멋지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경영난에 고민이 될 때, 만났던 지인은 ‘50명의 조직에서 50등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냐? 그가 있기에 49등이 있는 것이고 리더란 오히려 50등을 낙오자가 되지 않게 훈련시키고 동기부여 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해 준다. 또 다른 지인은 ‘개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사장으로선 형은 자격미달’이라는 독설도 해준다.

참, 그 인복이 부럽다. 책 속에서 밝히듯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 그를 이리 만든 것 같다.  사람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보는 걸 귀찮음보다 경이감으로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심리학이든 뭐든 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훌륭했다. 비슷한 것은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격언을 생각해보면 저자도 꽤나 달변가이고 상담을 잘 할 것 같은데, 이것저것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위안이 된다. 

여행사 직원에서 딴지일보 기자, 다시 여행사 사장으로 변태한 그 성미.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하고야 마는 성깔까지는 좋은 데, 그 성질을 지켜보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왜 없을 까에서 좀 애석하다. 중년 남성도 위로해달라가 책의 주제지만 말이다. 아저씨가 불리게 된 중년 남자도 힘들겠지만, 그런 남자를 보는 아줌마들도 힘들다. 이제 나올 만큼 나온 중년남성의 심리 말고, 중년의 여성 심리책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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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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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심리학 책 읽기는 재미있다. 심리학 책은 나도 몰랐던 내 맘을 들여다보게 해주고, 주변인들까지 이해 정리하게 해준다. 그래서 인간관계로 힘들 때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와 부딪혀야 할 때 심리학 책을 찾곤 했다. 생계에 상관없이 공부할 기회가 생긴다면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다.

여기 한 심리학자가 있다. 심리학 도구로 역사사료를 분석해 우리가 흥미 있어 할 인물 몇을 세상에 내놓은 이다. 분석당한 이는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이다. 타고 나길, 정조와 이이는 감수성이 뛰어난 ‘전략가’(INTJ)였고, 허균은 ‘지도자’(ENFJ), 연산군은 ‘어린아이’(ENFP)였다. 그런데 여기서 정조와 이이는 건강한 양육자에게서 길러졌고, 허균과 연산군은 심리적 병을 앓는 양육자에게서 자란다. 결과론적으로 이 문제적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친 양육자들도 그들의 환경과 타고난 성향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잘났다고 나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열심히 살아야지.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겠구나.” 이런 결의까지 들게 된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도세자와 정조가 일찍 죽은 반면, 심리적으로 병든 영조나 혜경궁이 장수했으니 그런 얘기를 할 만하다. (중략) 만일 영조나 혜경궁이 권력을 쥔 사회집단에 속하지 않고 평범한 백성 중 하나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이 긴긴 세월 동안 계속 나쁜 짓을 했다면 동네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을 것이다. 또한 권력과 재물이 없는 상황에서는 그들의 병든 심리가 타인에게 그렇게 큰 해악을 끼치지도 못했을 것이다. 왜냐면 사람들은 그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상대해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이들이 권력과 재력을 소유하게 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그들 주위에는 병든 인간들이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병든 마음과 행동을 더 부추겨 댄다. 또한 그들에게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병든 마음과 행동에 제동이 걸리지도 않는다. (중략) 물론 그것을 막는 방법은 그들 개개인에 대한 심리치료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 사심이 없는 깨끗한 사람들이 집권하는 길 외에는 없다. (p.135~136)

책을 읽는 내내 흥분했다. 조선의 시대적 상황과 문제적 인물의 심리과정을 따라가는 게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관계설명에서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 혈의 동맹을 보고 아들을 낳아야겠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했다.

책 머리에 저자는 이렇게 써놓았다.

나는 이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 역사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춰주는 이정표이며, 심리학적 연구를 위한 거대한 보물고임을 절감했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올바른 심리학 이론이 현재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조선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 속에서도 의연히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하나의 수확이었다. (p.8)

참고문헌을 보니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다음 작에서도 이런 숨겨진 보물들을 또 발굴 해주셨으면 한다. 고생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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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07-1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한중록 원고를 보고 있는데,
정말 정조는 그런 환경 속에서 용케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책도 빨리 봐야겠어요~~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진작에 읽지 않았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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