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정원 -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주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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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단편을 읽으려고 구매한 책인데 내가 이주란의 소설을 왜 좋아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소설이 비슷한 결을 지녀서 그만 읽어야지 싶었는데 <가을 정원>을 읽어서 다행이다. 임선우, 최예솔의 단편은 처음이었는데 신선하고 색다른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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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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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들에 대한 작가의 감각을 마주한다. 대상 수상작인 최은미의 <김춘영>, 황정은의 <문제없는, 하루>로 기우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다양한 작가의 단편과 리뷰까지 읽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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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내가 사는 지역에 첫눈이 내릴지도 모른다. 첫눈을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첫눈이 오면 올해의 가을과는 완전히 작별하고 겨울을 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눈보다 먼저 김장이 김치냉장고에 안착했다. 항상 김장을 하시면 챙겨주시는 장로 님 덕분이다. 배추김치, 파김치, 총각김치, 섞박지까지 다양하다. 무를 좋아하는 나는 총각김치와 섞박지가 빨리 익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되니 김장을 담기 위해 배추와 무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뒤늦게 고춧가루의 가격도 걱정된다. 김장을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친구의 어머니가 담그시는 김장이 줄었으면 싶고, 다른 친구의 어머니가 사시는 절임배추가 괜찮았으면 좋겠고 올케언니가 김장을 담글 때 오빠가 많이 거들어주기를, 언니네 김장을 도와주러 가는 친구가 해야 할 일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가을의 열매로 식탁 위에는 감과 귤이 가득하다. 베란다에 가지런히 익어가는 대봉과 아침마다 깎아먹는 단감과 귤들. 이 모든 일상이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같을 거라 확신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갑자기 허리가 아파서 꼼짝도 못 하는 작은언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하루아침에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고 괜찮아졌다고 말하지만 아닐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일상은 얼마나 축복인가. 반대로 달라지고 싶은 간절한 이에게 어제와 똑같은 일상은 얼마나 저주스러울까.





지나치게 극단적이지만 우리는 축복과 저주, 그 어딘가를 살아간다. 우선은 축복을 생각하며 김연수와 황정은의 소설을 읽는다. 『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수상작보다 황정은의 단편을 『2025 제1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도 마찬가지로 김연수의 단편을 먼저 읽는다.


내린다는 첫눈이 내리면 그 모습을 가만히 볼 수 있는 순간이면 좋겠다. 온다는 첫눈이 오면 반갑게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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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5-11-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두 권을 함께 샀어요. 따라읽겠습니다

자목련 2025-11-21 09:52   좋아요 0 | URL
나란히 놓인 두 권을 상상합니다. 함께 읽는 일, 좋아요!

페넬로페 2025-11-1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31일, 일요일
날짜도 또렷이 기억나네요.
그 날 갑자기 허리가 삐긋해
2주동안 꼼짝도 못했어요.
병원에 입원해 mri찍고
혹시 모를 병이라도 있으면 수술까지 각오했었는데 다행히 증상은 없었어요.
주사맞고 약 먹고 물리치료하고 ㅠㅠ
정말 갑자기 아프더라고요.
한 번 아프니 모든 것이 힘들어 밖에서 전쟁이 나도 상관없겠더라고요.
자목련님께서도 책 많이 보시고 글 쓰니 앉아있는 시간이 많으니
허리 정말 조심하시길요^^

자목련 2025-11-21 09:56   좋아요 1 | URL
2주 동안 입원도 하셨군요. 아픈 경험은 정말 무서워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몸을 혹사하지요.
몸을 달래고 돌보며 살아야 하는 시간라서는 조금 서글프기도 하고요 ㅎㅎ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blanca 2025-11-1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정말 바람이, 손이 시려웠어요. 김유정 문학상은 사지 않아서 김연수의 단편은 자목련님 얘기로 들을게요.

자목련 2025-11-21 09:59   좋아요 0 | URL
겨울이 가을을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김유정 문학상, 즐겁게 읽어보겠습니다!

바람돌이 2025-11-18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정은작가님 에세이말고 소설집 나온지 꽤 오래되어서 이제쯤 나오지 읺을까 기다리는데 말이죠. 아쉬운대로 이 책ㅂ 터 읽어야할까봐요

자목련 2025-11-21 10:00   좋아요 0 | URL
저도 소설집 기다리고 있는데 소식이 없네요. <작은 일기>에서 언급한 단편이 이 단편이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책읽는나무 2025-11-19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 열무를 얻어버려 알타리무 김치를 담궈뒀어요. 양념만 만드는데도 하루가 소비되더군요. 그리고 밤엔 김승옥 수상 작품집을 한 편씩 읽었더랬죠. 왠지 김승옥 수상 작품집 책을 떠올릴 때면 김장 이야기와 황정은 작가님과 김연수 작가님이 떠오를 것 같아요. 그리고 눈 이야기를 읽다 보니 최은미 작가의 <김춘영>도 떠오를 듯도 하구요. 거기에도 눈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자목련 2025-11-21 10:02   좋아요 1 | URL
나무 님이 담근 알타리무 김치는 얼마나 맛있을까요!
단편을 읽는 가을밤, 낭만적입니다. <김춘영>은 아직인데, 어떤 눈을 만날까 궁금하네요^^
첫눈이 내렸다는데 저는 못 봐서 소설에서 마주해야겠습니다^^

꼬마요정 2025-11-2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지난 주에 감을 따고 왔네요. 이제 나이가 많은 감나무는 많이 버거운지 작은 감들만 열려 있더라구요. 귤도 주문해서 벌써 10키로를 먹어치웠습니다. 추운 날씨는 싫지만 겨울에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좋군요. 김유정 문학상은 저도 받았답니다. 이번에 책이 예뻐요^^

자목련 2025-11-21 10:07   좋아요 1 | URL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감 따는 일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귤은 정말 빨리 사라져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 더 맛나고 특별하네요^^
김유정 문학상, 즐겁게 읽으세요!

yamoo 2025-11-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탁 위에 감과 귤이 가득하다니...참으로 풍요롭네요..
책상 위 책과 커피 한잔 그리고 귤...늦가을의 고즈넉한 청취가 묻어나는 사진입니다. 차분하고 좋네요^^
저는 한국소설 대신 트레버 소설을 올려놓고 싶은 계절입니다..ㅎㅎ

자목련 2025-11-26 08:44   좋아요 0 | URL
풍성한 시골 인심 덕분입니다. 지금은 식탁이 깨끗하고요 ㅎㅎ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 - 김연덕의 10월 시의적절 10
김연덕 지음 / 난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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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는 알이 굵은 사과를 먹지 못했다. 알이 작고 익지 않은 아오리를 먹은 기억이 전부다. 사과가 금값이라고 했다. 그런 이유는 아니겠지만 김연덕의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를 읽으면서 덜 익은 풋풋한 사과 맛이 떠올랐다. 아직은 완성이 되지 않은 어떤 것, 미완성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 서툰 안도감 같은 것이라고 할까. 김연덕을 생각하면 바로 그의 시는 길었지가 따라온다. 보뱅의 산문에 대한 그녀의 글이 좋았던 기억과 함께.


『아오리 아니고 아오모리』는 제목에서 짐작하겠지만 아오모리에 대한 여행 기록이라 해도 무방하다. 시긴 김연덕이 순전히 사과 때문에 아오모리로 떠났지만 사과가 아닌 아오모리 이야기. 10월을 담았지만 아오모리의 10월은 아니고 아오모리를 기억하고 10월이라고 하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오모리에 간 적이 없고 아오모리에 대해 모르기에 어떤 선입견도 없이 아오모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건 참 다행이고 좋은 일이다.


올해의 10월은 연휴가 길었고 무기력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김연덕의 10월은 느리면서도 빠르고 시큰둥하면서도 활기찼다. 그것은 아오모리에서 만난 노인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도시를 채운 노인의 시간과 삶을 귀 기울여 집중하는 김연덕이 좋았다. 낯선 외국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그들, 다시 만났을 때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 잊어버린 기억 위에 내려앉는 기억이 반복되는 삶을 생각했다.


천천히 공원을 산책하고 박물관을 둘러보고 처음 만난 k와 친구가 되어 완벽하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일상. 그 모든 것은 떠났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오모리에서 보고 만나고 느낀 것들은 에세이와 시를 통해 같으면서 다른 아오모리로 태어난다. 김연덕이 시를 쓰는 방식이라고 할까. 그의 긴 시가 이렇게 쓰이는구나 싶었다. 괜히 친근함이 느껴졌다. 어떤 풍경을 어떤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아오모리가 지닌 고유한 특성이라고 할까.


잠근 것 치고 손쉽게 문이 열려 나는 답답하고 단정한 재료들이 지어진 오래된 내 정신의 외벽을 부수고 안쪽 더 안쪽으로 향하는데 이곳에서 아직 피가 식지 않는 사람은 노인인 박물관 관리인 둘과 나뿐이다.


산 정상 사진 스키 사진 여럿에 담긴 사람들의 오후 피부에서는 삶을 소중한 스트레스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지루함이라곤 영원히 모르게 해줄 게, 그들에게 틀린 약속을 선사한 피가 영원히 활기차게 도는 중이다. (시 「아오모리시 삼림박물관」, 중에서)





아오모리에서 아오리 사과만큼이나 유명한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책 모양의 카스텔라가 관광상품이라니. 책장에 꽂힌 그 책이 맛있는 카스텔라로 만날 날은 없겠지만 책등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를 게 분명하다.


시인이 채운 10월을 읽으면서 국군의 날, 한글날이 아닌 체육의 날, 정신건강의 날이 10월에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몰랐던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날에 대한 시인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따듯했다. 1년 동안 찾았던 진료실과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와 편지는 그가 지나온 시간을 짐작하게 만든다. 잘은 모르지만 힘들고 어려웠을 시간이 끝나기를 바라며.


버스나 기차 안에서는 풍경들이 쉽게 뭉개져요. 정말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장면도 사진을 찍고 싶다고 느끼는 장면도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 카메라를 드는 순간 어느새 지나가버려요. 제가 잡을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다는, 묘한 무력감과 가능성의 상태가 좋았습니다. 게다가 풀숲이나 눈 쌓인 바다 같은, 한 덩어리고 뭉쳐진 자연이, 지치고 피곤한 사람의 기운을 내뿜으며 제 곁을 지나갈 때요. (101~102쪽)


노인이 많은 도시이기에 그들의 삶이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공간이 있다. 당연하겠지만 가까이에서 직접 목격한다면 그만큼 서글픈 일도 없다. 더이상 추억의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한 지역의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빙수가게의 이야기도 그랬다. 다시 만난 K도 어린 시절 자주 가던 가게라는 게 신기하고 고마웠다. 나는 그랬다.


10월은 지나갔다. 시인이 아오모리로 채운 작년의 10월도 지나갔다. 이제 마주할 10월은 내년의 10월이다. 내년 10월에는 연휴가 길었던 올해의 10월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10월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아니 아오모리를 떠올리기에 충분한 책이다. 사과의 푸른빛만이 아닌 다채롭고 포근한 빛으로 가득할 아오모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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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1-12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감하신 분께 ㅡ ‘피‘ 라는 단어를 읽으니 문득 어떤 詩의 한 문장이 떠오르는군요. ˝당신의 피에는 온도가 없어요!!!‘ 저는 여기서 ‘온도‘가 더 좋을까 ‘온기‘가 더 좋을까 한참을 고민했었죠. 나중에는 내가 이 시의 작가도 아니고 김춘수도 아닌데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하던 순간이 떠오르는 군요.
(아, 자목련님의 피에 온도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ㅠ. 그런데 왜 이런 걱정을 하고있지?)
10월이 오면 아오리 장바구니 클릭하는 일인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요~

자목련 2025-11-18 10:1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제 피의 온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좋을 텐데.
날이 많이 춥습니다. 온기가 가득한 하루이길 바라요^^
 
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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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너무 좋았던 탓일까. 살짝 아쉽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쓸쓸한 여운이 나쁘지 않았던 느낌. 좋았던 단편도 있었지만 소설집 전체 평점은 셋하고 반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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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11-07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읽고 싶어서 장바구니 담아둔 책인데요.
아 책 소개 보지도 않고 에이모 토울스라 담아뒀는데 단편집이군요...

자목련 2025-11-11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소개글을 꼼꼼하게 살피지는 않았네요. 저는 좀 아쉬운 단편집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