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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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를 읽는 황홀한 시간. 그러나 그 시간을 나의 글로 채울 수 없어 슬프다. 김연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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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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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말할 수 없는 먹먹함... 한강이 써줘서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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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 그곳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긴다. 내일 아침 일찍 떠날 예정이지만 마음이 분주하다. 청소기도 돌리고 덜 채워진 세탁기도 비워야 한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뜨겁고 구수한 보리차를 아주 천천히 마신다. 설을 보내기 위한 이동이지만 다른 목적을 지녔다. 가방 속에 넣을 것들은 간단하다. 칫솔, 속옷, 여벌 옷, 양말, 책, 충전기가 전부다. 매번 그곳으로 갈 때마다 몇 권의 책을 챙겼다. 하지만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된 책은 단 두 권. 읽고 있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다. 그러니까 보스망스와 스토너, 두 남자와 동행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두 남자를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책을 곁에 두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건 왜 일까. 그만큼 책이 좋다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습관에 불과하다. 물론 최근에 읽은 메리 앤 섀퍼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이런 구절처럼 순수한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 누군가와 편지로 교류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도 편지와 다르지 않다. 책으로 맺어진 소중한 인연으로 시작된 우정의 공간이니까.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은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22쪽) 

 

 어제 내린 비는 겨울을 달래려 했던 걸까. 비가 그친 하늘은 어제보다 투명하고 젊다. 이곳이 아닌 그곳에선 봄이 오는 소리가 크고 선명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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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명절_ 무사히 견디고 만나요.

자목련 2015-02-17 23:28   좋아요 0 | URL
야나 님도 무탈한 날들 보내세요. 맛난 떡국과 덕담도 많이 드시구요^^

해피북 2015-02-1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짐싸며 어떤 책을 가지고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어요 ^~^책 없이 간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죠 ㅋ 터미널에 내리면 책 한 권 사들고올 서점들일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래이기도 한답니다 ㅋ

자목련 2015-02-17 23:30   좋아요 0 | URL
어떤 책을 선택하셨을까 궁금하네요. 지금쯤은 길이 아닌 곳에 도착하셨을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목을 감싸던 스카프가 목이 아닌 침대나 소파에 있는 시간이 많다.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에 앞서 몸이 봄을 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뜨거운 밥과 국을 찾는다. 매년 맞는 시기, 겨울과 봄 사이에서 겨울을 밀어내고 있으니 미안할 뿐이다. 벌써 냉장고의 김치엔 손이 안 가기 시작한다. 아, 이 간사한 입맛이라니.

 

 감기를 앓고 있을 때 줄였던 커피는 다시 제 양을 찾았다. 다시 머그나 커피 잔에 시선이 가고 참았던 책도 둘러본다. 읽는 속도는 현저하게 느리지만 멈춤이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면서 책을 주문한다. 1월과 2월 이런 책을 샀다. 읽은 책은 겨우 환상의 빛』한 권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계속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우선 『지평『8월의 일요일들을 곁에 두었다. 아직 읽지 않았으니 어떠냐고 묻지 마시길 바란다. 물론 다른 책도 다르지 않다.

 

 내게 코맥 매카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였다. 그럼에도 매번 그의 소설이 궁금하다. 『선셋 리미티드도 그런 결과물이다. 신영배의 첫 시집 『기억이동장치가 새단장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을 만나는 설렘의 시간이 곧 시작될 것이다.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다시 읽고 싶어 구매했다. 내게 없는 다른 책이 그렇듯 큰 언니 집 책장에 있을 것이다. 봄맞이를 알리는 책은 당연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바람이다. 죽음과 상실로 가득했던 단편집 『환상의 빛』을 읽으면서 겨울 바다와 봄 벚꽃을 떠올렸듯 『휘파람 부는 바람을 통해 봄향기를 맡는다.  Winter Hours: Prose, Prose Poems, and Poems 란 원제가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직은 봄이 아니라고 겨울과의 동거가 끝나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2월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그럼에도 어지러운 그림자를 만들 봄 햇볕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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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모르는 책이 많아요. 휘파람 부는 사람_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퐁당 넣어놨어요. 따뜻한 봄날_ 곧 멀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요, 우리.

자목련 2015-02-12 10:01   좋아요 0 | URL
<완벽한 날들>을 먼저 만나셔도 좋아요. 김연수가 사랑하는 시인,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ㅎㅎ
눈부신 봄날을 기다리는 시간, 이미 봄인지도 몰라요^^

보물선 2015-02-1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날이 지나면 이제 봄이 오는거죠! 봄~너무 좋은 단어^^

자목련 2015-02-12 10:00   좋아요 0 | URL
맛난 떡국 한 그릇 먹고 나면 짠, 하고 환한 봄이 나타날 것 같아요.
 

 말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사라진 말들이 아니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지녔기에 침묵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공포가 몰고 거대한 침묵, 고통 그 이상의 고통이 말을 잊게 만든 것이다. 그것에 대해 알지 못하는 우리는 쉽게 나쁜 기억이나 심한 트라우마라고 말한다. 경험자가 아닌데도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말하곤 한다. 무려 20여 년이 훌쩍 지났기에 이제는 나아지지 않았냐고 묻는다.

 

 나는 몰랐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모른다. 당신의 입술이 굳게 닫힌 이유를, 당신이 망각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모른다. 부끄럽고 창피한 고백이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른이 되어서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소설과 영화로 수많은 당신을 만났지만 이번에 만난 한 소년은 달랐다. 소년이란 글자가 말하듯 너무 어렸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였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13쪽)

 

 ‘혼은 자기 몸 곁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45쪽)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왜 자꾸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소년은 모든 게 어려웠다. 그러나 누나와 형 곁에 있고 싶었다. 친구를 찾겠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뜨거운 가슴을 뒤로 한 채 엄마가 있는 집으로 혼자 돌아갈 수 없었다. 그저 차가운 강당 바닥에 누워 있는 죽은 사람들을 외롭게 두고 싶지 않았다. 혼도 떠나지 못하는 그곳에 함께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니다, 나는 모른다. 소년의 행동을 읽는 나는 그렇게 짐작할 뿐이다.

 

 ‘서로가 누군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서로가 얼마나 오래 함께였는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어. 처음부터 함께였던 그림자와 새로 온 그림자가 나란히 내 그림자에 겹쳐질 때,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들의 기척을 구별할 수 있었어. 어떤 그림자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들을 오래 견딘 것 같았어. 손톱 아래마다 진한 보랏빛 상처가 있던, 옷이 젖어 있던 몸들의 혼이었을까. 그들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 끝에 닿을 때마다 끔찍한 고통의 기척이 저릿하게 전해져왔어. 만약 그렇게 좀더 시간이 흘렀다면, 어느 순간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될 수 있었을까. 마침내 어떤 말을, 어떤 생각을 주고받을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59~60쪽)

 

 왜 그들은 죽어야 했을까. 왜 그들은 죽어서도 엄마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다시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다. 살아남았지만 제대로 된 생을 사는 이는 없다. 어느 누가 이토록 잔혹한 시간을 온몸으로 겪고 먼지를 털 듯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시간을 견디며 죽음을 바라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안다고 착각하는 시간은 밖의 시간일 뿐이다. 진실인 양 들려주는 보도와 몇 장으로 남겨진 사진을 통해 그 거리와 시간에 들어설 수 없다. 과감히 그 시간에 들어갈 용기를 가진 이도 없었을 것이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벌어진 잔혹하고 야만스러운 인간 그 이하의 행위는 말할 수 없는 말들이 되고 말았다. 살아남은 자들에게 그런 말들은 쌓여 독이 되고 스스로를 병들게 만든다. 살아 있다는 자체가 죄를 실행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어떻게 그 말을 꺼낼 수 있단 말인가. 일부러 도려내고 도려냈던 기억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단 말인가. 몸에 새겨진 잔인한 시각을, 끊임없이 펼쳐지는 악몽의 날들을 말이다.

 

 사실은 이 소설에 대해 아주 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대로 말이다.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건 매우 어리석고 건방진 생각이었다. 나는 이 소설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이들은 소설 속 인물들뿐이다. 기억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 그 기억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이들도 그들이다.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가 선생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고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134쪽)

 

 이처럼 한강은 인간의 고통을 향해 직진한다. 우회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고통의 본질을 캐내려 한다. 타인의 고통에 다가서야 나눌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것은 외부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내부의 존재와 맞닿았을 때 궁극적인 삶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어서다. 그리하여 아주 미세하게 나마 고통의 일부에 공감할 수 있어야 희망이라 이름 붙일수 있는 삶의 조각을 간직할 수 있으니까. 대낮의 태양이 되기 위해 태양 안에서 그것을 견디려는 「노랑무늬 영원」 속 이런 구절처럼 말이다. 소설을 통해 내게로 온 소년, 그 소년이 내게 건넨 말들도 결국엔 그것이었다.   

 

 ‘노랑은 태양입니다. 아침이나 어스름 저녁의 태양이 아니라, 대낮의 태양이에요. 신비도 그윽함도 벗어던져버린, 가장 생생한 빛의 입자들로 이뤄진, 가장 가벼운 덩어리입니다. 그것을 보려면 대낮 안에 있어야지요. 그것을 겪으려면.그것을 견디려면. 그것으로 들어 올려지려면…… 그것이, 되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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