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감싸던 스카프가 목이 아닌 침대나 소파에 있는 시간이 많다. 봄이 오고 있다는 증거다. 마음에 앞서 몸이 봄을 향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뜨거운 밥과 국을 찾는다. 매년 맞는 시기, 겨울과 봄 사이에서 겨울을 밀어내고 있으니 미안할 뿐이다. 벌써 냉장고의 김치엔 손이 안 가기 시작한다. 아, 이 간사한 입맛이라니.
감기를 앓고 있을 때 줄였던 커피는 다시 제 양을 찾았다. 다시 머그나 커피 잔에 시선이 가고 참았던 책도 둘러본다. 읽는 속도는 현저하게 느리지만 멈춤이 아니니 괜찮다고 말하면서 책을 주문한다. 1월과 2월 이런 책을 샀다. 읽은 책은 겨우 『환상의 빛』한 권뿐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계속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우선 『지평』과 『8월의 일요일들』을 곁에 두었다. 아직 읽지 않았으니 어떠냐고 묻지 마시길 바란다. 물론 다른 책도 다르지 않다.
내게 코맥 매카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였다. 그럼에도 매번 그의 소설이 궁금하다. 『선셋 리미티드』도 그런 결과물이다. 신영배의 첫 시집 『기억이동장치』가 새단장으로 돌아왔다. 첫 시집을 만나는 설렘의 시간이 곧 시작될 것이다.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는 다시 읽고 싶어 구매했다. 내게 없는 다른 책이 그렇듯 큰 언니 집 책장에 있을 것이다. 봄맞이를 알리는 책은 당연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바람』이다. 죽음과 상실로 가득했던 단편집 『환상의 빛』을 읽으면서 겨울 바다와 봄 벚꽃을 떠올렸듯 『휘파람 부는 바람』을 통해 봄향기를 맡는다. Winter Hours: Prose, Prose Poems, and Poems 란 원제가 있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아직은 봄이 아니라고 겨울과의 동거가 끝나지 않았다고 소리치는 2월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그럼에도 어지러운 그림자를 만들 봄 햇볕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