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이세욱 옮김 / 비채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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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이야기,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나는 신비한 여정이라고 할까요.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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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동생이 선물한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표지가 우표로 사용된 책이다. 좋아하는 언니에게 내가 선물한 책은 어떤 우표가 붙은 책인지 알지 못한다. 그저께 밤 언니는 책을 잘 받았다며 문자를 보냈다. 우리는 그 밤에 김연수의 산문집에 대한 짧은 기대를 나눴다. 겨울비가 내리는 아침, 언니의 이런 문자를 받았다.

 

 - Y야, 여기는 비오는 아침이야. 보내준 책 너무 유쾌한 걸? 완전 좋아. 고마워! -

 

 김연수를 말하는 하루다. 언니와 나는 김연수를 함께 만나고 서로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예쁜 동생을 생각한다.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진 사람들이다.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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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4-11-28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산문집 읽고났더니 김연수 작가님 팬이 되었어요그리고 선물해주고픈 사람도 떠오르더라구요

자목련 2014-12-01 10:13   좋아요 0 | URL
김연수 작가 님 정말 좋아요. 선물을 받으시는 분도 기뻐할 책이 아닐까 싶어요^^

댈러웨이 2014-11-2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표 사진이 다 다르다는 건 몰랐네요. 전 <4월의 미 칠월의 솔>.콜렉션 들어가야하나요? ㅎㅎ 자목련님, 김연수 산문집 중 최고. 즐독하시기를요.

자목련 2014-12-01 10:12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 님!!!!!!!
잘 지내셨나요. 아니 잘 지내셔야 해요. (횡설수설...)
몇 개의 계절이 지났는데 댈레웨이 님은 봄처럼 반갑고 환해요.

김연수 산문집 중 정말 최고인가 봐요. 여기 저기 끊이지 않아요.
여긴 눈이 마구 쏟아져요. 검게 물든 하늘이 정말 예뻐보여요.
아, 정말 반갑고 반가워요!!

게라심 2014-11-29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표랑 표지 색상, 이 디자인이 제일 이쁜 것 같아요.

자목련 2014-12-01 10:08   좋아요 0 | URL
다른 디자인도 갖고 싶게 만드는 마케팅, ㅎ
 

 

 안부를 전하는 일은 얼마의 마음 조각이 필요한 일일까. 곧 닫힐 11월을 보내는 날들이라 그런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립다. 어느 계절을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작아져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그렇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불안하고 서운하다.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 건 아닌가 쓴 약을 마시는 짐작을 한다.

 

 또 한 해를 살았다는 안도와 함께 제대로 살지 못한 날들을 홀로 원망한다. 매년 올해의 리스트를 작성했지만 2014년에는 쓰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니까 반복되는 일상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며 그들의 얼굴을 보고자 했던 다짐도 냉동실 속 아이스크림처럼 얼어버렸다. 이제는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야만 한다.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하고 누군가의 소식을 듣는다는 건 소소한 기쁨이 아니라 아주 큰 즐거움이다.

 

 작은 소동이든 큰 사건이든 일어나고 해결된다. 죽음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매일 죽음의 소식을 듣는다. 가까운 이, 누구나 다 아는 공인, 나와는 상관없는 어떤 사람의 죽음을 듣는다. 때문에 죽음에 익숙해진다. 때문에 죽음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다 마주한 소중한 이의 죽음은 버릴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지울 수 없는 그림이 된다.

 

 

‘누군가 죽는다는 것은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완전한 이별, 미련과 기대와 슬픔마저 사치로 만들어버리는 깨끗한 결단. 종지부. 두부를 삼키면 두부가 눈앞에서 사라지듯이 죽음은 그들을 삼켜 없애버린다.’ (내 침대 아래 죽음이 잠들어 있다 중에서, 187쪽)

 

 어쩌면 나는 박연준의 『소란』에서 그 상처와 그림을 매만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의 문장이 건네는 안부가 오직 나를 위한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문장에서 그 봄을 떠올리고 잠시 봄의 목소리를 듣는다.

 

 

 ‘사랑이 편애라면, 나는 4월의 나무 이파리들을 편애한다. 꽃 진 다음 이파리가 주인공이라고 외치듯, 막 태어난 색깔인 듯 화사하게, 처녀의 종아리처럼 빛난다. 아직은 떨어질 일이 없다고, 아마 영영 없을 거라고 자신하는 저 몸짓! 앳된 얼굴들. 자전거를 막 배운 아이처럼 생동하는 움직임! 눈물이나 떨어짐, 기우는 일 따위는 모르는 듯 떨다 웃다 선명해지는 저 잎사귀들. 저건 어느 나라 사파이어지? 그늘마저 화사한 4월의 나무들! 좋다. 참 좋다!’ (이파리들 전문, 145쪽)

 

 

 4월을 편애하는 내게 이런 문장은 달콤한 커피처럼 스며든다. 겨울의 중심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에 봄으로의 도피를 도와주는 문장이다. 그 봄, 어디든 연두가 춤을 췄다. 그리고 그 봄 부실한 이를 가진 마른 과일 껍질 같던 아버지가 밥상에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고 있었다. 제 기능을 상실하는 귀로 인해 내 목소리를 잘 듣지 못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서성이다

  미소처럼, 아주 조금 찡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지나가는 뱀을 구경했다

 

  기운이 없고 축축한 ― 하품을 하는 저 뱀

 

  나는 원래 느리단다

  나처럼 길고, 나름답고, 축축한 건

  원래가 느린 법이란다

  그러니 얘야, 내가 다 지나갈 때까지

  어둠이 고개를 다 넘어갈 때까지

  눈을 감으렴

  잠시,

  눈을 감고 기도해주렴  -「뱀이 된 아버지」 의 일부

  귀여운 귀여운 아버지

  사그라지는 몸

  사그라지는 목소리

  사그라지는 실체

 

  마침내 잦아드는,

  흘러넘치는

  아버지라는 액체  -「물빛, 정오」 의 일부

 

 

 아버지도 무언가가 되었을까. 시 때문인지 박연준과 아버지는 같은 단어로 여겨진다.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킨 큰언니에게 아버지는 어떤 단어로 기억될까. 아직 그 질문을 큰언니에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영영 묻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는 걸 안다.

 

 곧 12월이 된다. 잠시나마 세상의 죄악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 천사의 눈이 내릴 것이다. 12월의 첫날, 다시 이 문장을 읽을 것이다. 끝이라는 말보다 시작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12월이 될지도 모른다. 12월이 되면 불안을 누르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나만의 12월을 갖고 싶다. 

 

 

 ‘이상하다. 12월이 되면 모든 것의 윤곽이 흐려진다. 달력의 숫자들조차 꿈틀거리며 도망가려는 듯 보인다. 명징한 얼굴을 보여주길 거부하듯, 12월이 품은 날들은 웬일인지 모두 흐리다. 인디언들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 혹은 ‘침묵하는 달’,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 ‘늙은이 손가락 달’, ‘태양이 집으로 여행을 떠나는 달’ 등으로 부족에 따라 달리 부른다. 재미있다. 우리말로 12월은 ‘매듭 달’이다.’ (12월, 머뭇거리며 돌아가는 달 중에서, 197쪽)

 

 

 여전히 당신의 목소리는 내게로 오지 않는다. 그러니 나의 목소리도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 안부 대신 건네는 문장을 당신의 목소리로 읽히는 상상을 한다. 상상은 곧 현실이 되리라는 믿음과 함께. 가느다란 믿음이 이스트를 품은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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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을 정리한다. 가만히 책들을 바라본다. 몇 년 전에 환호하며 읽었던 책, 탐났던 문장들, 눈물을 닦아주던 문장들이 거기 있었다. 잊고 있었던 책들도 발견한다. 책날개에는 소중한 이의 손글씨와 내가 남긴 메모가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도 눈에 들어왔다.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에는 단정한 글씨로‘2008. 10.1 김연수’가 적혀 있었다.  

 

 책을 정리하면서 책 속에 숨겨진 욕망을 보았다. 내가 도서 정가제를 핑계로 사들이는(그렇다, 읽기가 목적이 아니라) 분야의 책은 시, 문학, 예술이 많았다. 철학, 인문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읽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기에 멈춤에 이르렀다. 직접 마주할 수 없는 그림을 예술서를 통해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주말을 전후로 구입한 책은 소설가 7인의 옷장이란 부제가 있는 『THE CLOSET NOVEL』, 착한 가격과 함께 호평으로 이어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기도』, 『개더링』,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리고 이 책 『ART 세계 미술의 역사』다. 갖고 싶은 책을 생각하는 일은 행복한 고통을 선물한다. 『백치, 『악령』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고민은 괴롭다. 그럴 때마다 지인의 추천으로 기운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추천을 더 잘 알려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함께 담았다. 몇 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언니를 위한 선물로 『소설가의 일』을 주문했다. 선물을 생각하니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이 떠오른다. 연말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누군가에게 이 책을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선물을 받는 이는 김연수의 팬이 아니어야 한다.

 

 

 

 

 

 

 

 

 

 

 

 

 

 

 

 

 

 

 

 

 

 마지막을 위한 마지막 리스트는 끝났다. 목요일 이후에 나는 어떤 책을 마주할 것인가? 어떤 책을 살 것인가? 아니,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어쩌면 여전히 책을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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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엔 강한 바람이 불었다. 16년 만에 수능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진짜 겨울이 시작되었다고 중얼거렸고 아침에는 쌀가루처럼 내리는 눈을 보며 첫눈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사는 소읍엔 수능이라 해도 출근을 늦추거나 등교 시간에 대한 변경이 없었다. 공무원이나 은행원들은 달랐겠지만 말이다. 주변에 고3이나 수능에 관련된 사람이 없다 보니 그저 춥다는 말이 지배한 하루였다.

 

 저마다 11월 13일을 기억하는 방법은 달랐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첫눈이 내린 날이며, 누군가에는 평범한 목요일이며, 누군가에게는 김장을 담근 날이며, 누군가에게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는 날이다. 물론 내가 전태일 열사의 기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건 아니다. 덕분에(부끄럽지만) 이런 책을 펼쳐보는 날이다.

 

 

 

 ‘머리채를 잘랐던 어머니는 흉한 머리를 감추기 위해여 한여름 내내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일했다. 태일은 이른 새벽에는 여관을 돌아다니며 구두를 닦고,낮이면 평화시장·남대문시장·중부시장 등에서 시다나 미싱보조로 노동을 하고, 밤에는 껌과 휴지를 팔러 다녔다. 이렇게 하여 그해 가을 모자가 돈을 보태어 2,500원으로 헌 천막 하나를 샀다. 그 당시 남산 중턱에는 골격만 세워놓고 공사가 중단된 큰 아파트형의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그 건물 뼈대에다가 집 없는 사람들이 합판으로 각각 칸막이를 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 빈터라고는 옥상밖에 없었는데, 어머니와 태일은 옥상에다 천막을 쳤다. 밤이 되니 관리인이란 사람이 올라와서 철거하라고 하여 그날 밤만 사정사정하여 새우고, 그 다음날 새벽에 철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모자는 또다시 헤어져 돈을 조금 더 모아서 판잣집을 세내기로 하였다. 김장철이 되었을 무렵 어머니는 남산동 50번지의 한 판잣집을 사글세로 얻었고 오랜만에 어머니, 태일, 태삼 세 모자가 함께 살게 되었다.’ (87쪽)

 

 

 

 그 시절을 몰랐던 혹은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누군가의 삶은 소설이나 영화처럼 다가온다. 나 역사 다르지 않다. 이런 책을 통해서 그들의 시간을 불러올 뿐이다. 천막에서 살아야 하는 삶은 여전히 비닐하우스로 이어지고, 발끝이 닿지 않는 방 한 칸에서 살림을 사는 삶은 줄어들지 않았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진실로 보도되고, 권력과 부가 휘두르는 칼에 서민들은 깊고 큰 상처를 입는다.

 

 우리가 바라는 삶은 어떤 것일까? 부자가 되는 것, 명예를 갖는 것,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은 극소수가 바라는 삶이다. 아니 바란다고 될 수 있는 삶이라면 좋겠다. 그저 내 식구가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을 꿈꾼다. 아프면 참지 않고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세상, 잘못된 부분을 바로 인정하고 시정할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맨 먼저 달려온 사람들은 늘 차별과 소외가 있는 곳에서 함께해온 헌신적인 사회단체 사람들과 고통받는 노동자들이었다. 이랜드-뉴코아 여성 노동자들, 코스콤 비정규자들, 며칠 전 고공농성을 마친 GM대우 비정규직들, 재능교육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 전국해고노동자투쟁위헌회 회원들, 그리고 시청 앞에서 성람재단 비리 해결을 위해 끈질기게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우들 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자신의 권리를 넘어 전체 차별받는 이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이었다.’ (189쪽)

 

 

 

 

 

 

 수능은 끝났고 출제경향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지 않을 시간이다. 시험을 치른 아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들 모두 특별한 하루가 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멋진 꿈을 꾸며 잠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며 눈물을 삼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2014년 11월 13일을 기억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분노나 절망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저 평범한 하루를 마치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에 작은 감사와 평안의 조각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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