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알림을 설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온 걸 몰랐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다가 알게 되었다. 장바구니에 담고 구매를 클릭하려는 순간, 나는 주저했다. 구매를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배송료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신간 무료 배송이나 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정책이 바뀐 것이다. 나는 종종 책을 한 권씩 사며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렸다. 책이 도착하면 빨리 읽어야지, 그 책을 읽고 또 다른 책도 주문해야지 하는 그런 마음을 쌓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배송료 인상은 예상된 일이었다. 먼 거리 음식 배달에 추가 배달료가 생긴지 오래고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 모르는 사이 배송료가 인상되었음을 발견하곤 했다. 그래서 무료배송을 조건으로 월 가입비를 받는 쇼핑몰로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고 구매하는 쇼핑몰은 단연 서점이다. 신간이 아닌 중고로 책을 구매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조금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책을 사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서글프다. 그래서 지금 책을 사야 할까, 고민한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서점 가운데 하나(예스24)는 오늘부로 배송료가 인상되었고 알라딘은 16일부터 인상된다. 이제는 고객센터 공지글도 살펴봐야 한다. 오늘 구매하려고 한 책은 무료 배송 정책에 포함되는 가격이 아니었고 무료 배송을 받자면 한 권 더 구매해야 하고 그러면 가격은 더 늘어난다. 눈 딱 감고 이번만 배송료를 결제해야 하나.
서점의 마케팅은 더 놀랍고 용의주도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적립금이나 포인트를 지급하고 사용기간을 설정한다. 어떤 날은 너무 반갑고 고마운 포인트지만 어떤 날은 그 적립금(겨우 1000원)이 아까워 사고 싶었던 책이라는 이유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없었던 적립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지만 계정에 들어와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숫자는 참으로 유혹적이다.
이제는 산 책이 아니라 사고 싶은 책 목록이 늘어나겠구나. 책탑 사진과 책 읽는 소녀의 등장도 뜸할 것이다. 사고 싶은 책들은 이렇다.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 『흰 옷을 입은 여인』, 아무튼 시리즈 중 홍한별의 『아무튼, 사전』, 김경미 시인의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시집 한 권씩 가볍게 기분 좋게 사는 일이 어려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계획 소비를 진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현명한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한 권의 책이 주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건 슬프다. 이 슬픔을 달래려 알라딘에서 책을 한 권 살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다 오른다. 촘촘한 생활을 요구하고 아끼는 일상으로 완전하게 전환해야 한다.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렵고 아끼는 일상은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