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미루기병을 좀 고쳐야할 것 같다.
해야할 일을 미뤄두고 발등에 불 떨어진 뒤에 수습하느라 바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건강검진도 미루고 미루다 12월 중순쯤에 겨우 받았는데 7월부터 운전면허 적성검사 받으라는 안내문을 받고도 1월 마감 가까이 다가오니 허겁지겁 면허시험장에 가서 받고 왔다. 그 바람에 늘 사진은 시험장 지하의 즉석사진기로 찍고, 면허증 받아들고는 후회한다.

정말로 병이다. 매번 미루지 말자하고는 미루느라 오늘은 애들 실내화와 가방도 겨우 빨았다. 방학한지 거의 2주가 되어간다. 비누칠하여 솔로 박박 문지르며 한숨 한번 쉬고, 오늘도 다음으로 미룰까 하다 이러면 안되지하고 마음 먹고 빨았다.

벌써 몇주전부터 독서모임 발췌를 맡아 두었는데 책은 미리 읽어두고 며칠 전에서야 부랴부랴 발췌하려니 생각이 가물거려 또 후회를 했다. 읽으면서 미리 밑줄이라도 혹은 메모라도 좀 해뒀어야했는데 나의 미련함에 고개를 저었다.
어제 발췌분을 프린트하고, 오늘 참석자들 프린트물 준비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1시간전에서야 프린트를 복사하는데 집에서는 일일이 앞뒷면을 신경써야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거의 막바지에 잉크도 떨어지고, 계속 종이걸림이 생겨 결국 10분 지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더할나위 없었다.
이번달부터 각자 추천 책을 발췌하기로 한 거라 모인 사람들 모두 좋은 책을 알게 되고 읽게 되어 너무 좋았다고 평해주었다.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상담봉사 선생님들이라 더 많은 도움이 될 듯 했다.
올리버 색스의 책을 처음 읽는 나도 그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게 사실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영혼의 경이로움 (역자후기 제목이다)을 고스란히 느꼈다.
단순한 흥미와 재미가 아니라 우리의 생활을 주변을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갖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겉으로 들어난 것들 이면의 것들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고 싶다. 따스함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희망적이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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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1-0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우산을 든 남자 표지로 읽었어요. 학교에 아이 데리러 갔다가 학교 도서관에 학부모-교사 책이 꽂힌 곳에서 뽑아왔더랬죠.
같이 독서모임하시는 분들이 상담봉사를 하시는 분들이군요.
아무래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시다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아이들 독서모임에서 각자 책을 추천하는 방법이 좋았던 기억이 나요.
친구의 책 소개에, 아이들이 나도! 나도! 하기도 하더라구요.
발췌까지 하시느라 바쁘셨겠어요~~ 미룬다 하셔도 꿈꾸는 섬님은 진짜 부지런하셔요.
저도.... 실내화 아직이예요. ㅋㅋㅋㅋㅋ

꿈꾸는섬 2018-01-05 12:57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읽게 된데에는 단발머리님도 한몫하셨어요.
제가 좋아하는 알라디너분들의 리뷰, 페이퍼 보고 읽고싶어했는데 드디어 읽었네요.^^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역시 알라딘에서 추천받는 책은 믿고 볼 수 있어요.ㅎㅎ
실내화 빨기는 정말ㅎㅎㅎ

2018-01-06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8-01-07 10:59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올 해는 미루지 않고 일처리하는 해로 보내고 싶어요.
건강검진 꼭! 받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