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 문학과지성 시인선 373
이병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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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봄은 찬란하게 좋기만 하기를 기대해본다.
<찬란> 시집에 이병률 시인의 친필 사인을 받을 기회가 생겼다. 시인님의 찬란한 문구가 내 시집에 쓰여졌다.
˝찬란하게 좋기만한 봄˝을 실제 보내고 있는 나였기에 이 문구가 유난히 더 빛나보인다.

사랑의 산책자

마음이 마음을 흠모하는 것
줄 서는 것 떠드는 것
시간이 시간을 핥는 것

서서히 차오르는 것
그러고도 모른 체하는 것
소멸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

(이하 줄임)



어제의 시간이 서서히 잊혀져 간다.
오랜만에 느꼈던 설레임과 떨림의 시간이었다.
크게 웃을 수 있어 좋았고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과속 폐달을 밟으며 돌아왔다.

나지막히 화내던 남편은 저녁무렵엔 ˝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하고 너그러워졌고 ˝너무 늦어 당황스러웠어˝하고 이해해주고 말았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피곤해한 나를 위해 외식을 했다. 오전에 큰아이 학교 녹색봉사활동을 마치고 월말 자유수영이라 가볍게 수영하고 돌아와 뒤척이다가, 시집 읽다가 카톡하다가 문자하다가 시집 읽다가를 하고 잠깐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와 졸고 있던 모습이 애처로웠단다.
아직 식지 않은 애정으로 늦은 귀가에 대한 화를 풀어준 것 같아 더 미안한 마음이 커졌다



사는 연습을 하느라 절고
그것이 억울하여 편다
근황을 이을 것이 없어 절고
하루 일을 일러바치듯 편다

삶이 많은 것은
숱한 가지에 거짓을 매달 수 있기 때문
그러니 거짓을 따듯 마음을 절고
위험을 따서 치우듯 마음을 편다

-시집 <찬란> ˝다리˝ 중 일부 50쪽~51쪽

내 남편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이 드는 시였다.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중략)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중략)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시집 <찬란> ˝찬란˝ 중에서 34~35쪽

이 시집을 가장 찬란하게 빛내주던 시가 아니었을까하고 다시 읽어 보았다. 역시!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는 시다!



돌아와서 돌아와서
몇 번이고 돌아오는 버릇이 있는 나는
돌아오고 압니다?
박은 것들보다
뽑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시집<찬란> ˝못˝ 중 일부 14쪽

늘 집으로 돌아오고야마는 나! 나란 여자는 집밖으로 도는 걸 꿈꾸지만 결국 돌아온다 집으로!
남편 가슴에 못 박는 일은 결코 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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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30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30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30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30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5-0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울고 싶어요.
부러워요. 사인.... 이시인님 싸인.....

2016-05-01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6-05-01 22:16   좋아요 0 | URL
다음번에 또 보자하셨으니 그때 사인을 받아요. 우리ㅎ
저도 여행컬랙션 장바구니 담아놨어요.^^

단발머리 2016-05-01 22:19   좋아요 0 | URL
다음번에는 사람 많고 바쁘시고 하면 꿈섬님 사인처럼 이렇게나 예쁜 싸인은 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책을 준비하기는 하겠지만....

엉엉.... 울고 싶어요. 절호의 찬스를 놓친 나는야 바보로다~~~~~~~~~~~~~

꿈꾸는섬 2016-05-01 22:23   좋아요 0 | URL
근데 그날 정말 제 사인본이 가장 최고였어요.
다음번엔 단발머리님께 그 행운이 돌아갈거에요.^^
우리 다음을 또 기약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