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 (정영효)
동굴을 지날 때까지만 침묵하기로 했다 우리는 너무 많은 말을 했으므로 자주 의심했고 너무 빠르게 계획했으므로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같은 곳에 있어도 같은 곳을 보지 않았다 누군가 소리친다면 돌아올 듯한 울림, 동굴의 문제는 두려움이었고 앞을 감싼 채 단단해지는 어둠과 알 수 없는 형상이 닿은 주변을 따라서
하나의 길만 믿었다 하나의 출구를 찾았다 고요함도 시선도 하나뿐인 게 이상했다 여태 우리가 모으지 못했던, 하나라는 것은 모두 평화로울까
그러나 동굴을 지날 때까지 묻지 않았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게 궁금했으므로 친구가 필요했고 너무 쉽게 헤어졌으므로 소문을 가지고야 말았다 같이 시작했는데도 다르게 걱정하면서
동굴을 선택했다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길을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을 위해 함께 움직였다 함께 이해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만 있다는 게 함정처럼 느껴질수록
동굴을 지나갈 때까지만 계속 침묵하기로 했다
---<계속 열리는 믿음> 시집을 읽으며 가장 많이 공감한 시이다. 때로는 `침묵`만큼 좋은 해결책이 있을까 싶었던 적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남편과 다툴 일이 많았던 결혼초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도 부족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것도 달라서였던 것 같다. 그럴때마다 잔소리 비슷한 말로 시작해서 서로 감정 상하는 대화까지 이르는 일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좀 더 침묵할 필요가 있었고 좀 더 기다리고 믿어줬어야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남편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더 기다려주지 못하고 아이들을 믿어주지 못해서 애먼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예전보다는 나은 것도 같지만 결국 관심이 없어진 거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그래도 상처내는 말보다는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나을 수 있겠다. 하지만 오랜 침묵은 서로에게 벽이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도 따를 것 같다. 어렵다, 사람과의 관계가, 소통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