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말이란
튀어오르건
쏜살같이 달아나건
설설 기건
웃음 위를 달리는 것.
가장 점잖은 말조차
그 묵직한 편자에
웃음을 묻히고 있다
말이란 그런 것.
말이란 웃음 위를 달리는 것.
재갈 물린 말.
갇힌 말.
말의 발효, 웃음의 숙성.
폭발은 코르크마개를
달아나게 하는 것.
난로 위의 주전자처럼
적당히, 적당히
하품을 하십사.
(p.28)
비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다......
(p.46)
밤이 깊으면
소리가 세계를
그물처럼 받쳐준다.
새들은 지저귄다.
무의미한 소리도 의미깊게.
소리가 그치지 않는 한
세계는 별수없이
존재하기에,
나뭇잎과 바람이
다른 새와 새들이
지저귀는 틈을 타
새는 멈춰 쉰다.
여전히 세계를 쪼아보면서
그물이 느슨해질세라
이어 지저귄다.
새가 지쳐 부리를 다물 때
느슨해진 그물코로 낙하해 잠이 들 때
화들짝 놀란 새를
나뭇가지가 받쳐준다.
바람이 작은 몸짓으로
불어온다.
새는 기다린다.
정적에 흔들리며
기다린다.
(p.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