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튀어오르건
쏜살같이 달아나건
설설 기건
웃음 위를 달리는 것.

가장 점잖은 말조차
그 묵직한 편자에
웃음을 묻히고 있다

말이란 그런 것.
말이란 웃음 위를 달리는 것.

재갈 물린 말.
갇힌 말.
말의 발효, 웃음의 숙성.
폭발은 코르크마개를
달아나게 하는 것.

난로 위의 주전자처럼
적당히, 적당히
하품을 하십사.

(p.28)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다......

(p.46)


밤이 깊으면

소리가 세계를
그물처럼 받쳐준다.
새들은 지저귄다.
무의미한 소리도 의미깊게.
소리가 그치지 않는 한
세계는 별수없이
존재하기에,

나뭇잎과 바람이
다른 새와 새들이
지저귀는 틈을 타
새는 멈춰 쉰다.
여전히 세계를 쪼아보면서
그물이 느슨해질세라
이어 지저귄다.

새가 지쳐 부리를 다물 때
느슨해진 그물코로 낙하해 잠이 들 때
화들짝 놀란 새를
나뭇가지가 받쳐준다.

바람이 작은 몸짓으로
불어온다.
새는 기다린다.
정적에 흔들리며

기다린다.

(p.64)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6-02-2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어 하셨던 시인님의 책을 읽으셨군요.^^
올려주신 시들이 참 좋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23 17:12   좋아요 0 | URL
네 5권 모두 빌려와서 열심히 읽고 있어요.ㅎ 좋아요.^^

실비 2016-02-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용히 잘 읽고 갑니다^^

꿈꾸는섬 2016-02-23 17:13   좋아요 0 | URL
실비님 얼른 나으시길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6-02-23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새벽에 올리신 시 읽었어요.
오늘 날이 추워요.
따뜻하고 좋은밤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23 23:1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고맙습니다.^^
내일 다시 추워진다니까 건강조심하세요.^^

후애(厚愛) 2016-02-2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도 시집 책들을 대출 받을 수 있군요.^^
좋으시겠당~ ㅎㅎ
감기조심 꼭!!! 하시고 따뜻한 오후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24 17:55   좋아요 0 | URL
시집은 되도록이면 사고 싶은데 없을땐 빌려 읽어야죠.^^ 후애님도 즐거운 오후되세요.^^

서니데이 2016-02-24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섬님, 좋은 저녁 되세요.^^

꿈꾸는섬 2016-02-24 22:04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고맙습니다. 좋은밤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6-02-2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맛있게 챙겨드시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