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형부를 만나고 왔다. 작은 항아리에 담겨 조그마한 유리창 너머로나 볼 수 있는 형부를 만나고 왔다. 내가 얼른 결혼하기를 바라던 그래서 늘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잘 해주었던 형부를 이제는 직접 볼 수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다.

7여년의 연애끝에 작은 언니와 결혼해서 예쁜 딸아이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형부가 이제 우리 곁에 없다는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어느덧 2주기가 되어간다.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설 걸 알았는지 현준이는 어젯밤 일찍 잠이 들었고 아침에 목욕을 시키는데도 얌전히 목욕을 하고 이른 아침밥을 먹고 조용하게 언니네 식구들을 만나러 갔다. 일죽을 가는 동안 집으로 오는 동안내내 차안에서 조용히 잠도 자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얌전히 있어준 현준이도 둘째 이모부를 만나러 간다는 걸 알았던걸까.

추모관에서 예를 지내고 나오는 우리의 뒤에서 나이 지긋한 분들이 쯧쯧 혀를 차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내 마음도 이렇게 아리고 아픈데...언니 마음은 어땠을런지...항상 꿋꿋하게 웃으면서 지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형부가 옆에 없다는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아무렇지 않은듯 혜지도 담담하게 아빠를 만나고 아빠, 안녕.......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혜지 눈에도 눈물이 살짝 비쳤다.

유난히 아이들을 좋아했던 형부라 현준이도 얼싸안고 덩실덩실 데리고 놀아주었으련만......함께했던 시간이 우리가 살아가야 할 날보다 짧겠지만 어떻게 우리가 형부를 잊을 수 있을까.

일죽을 떠나면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기로 하고 혜지, 수민이, 큰형부, 현준아빠 이렇게 넷은 스케이트를 타고 언니들과 지민이, 현준이와 난 아이스링크 밖에서 구경을 하였다. 형부는 없지만 우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신나게 누리고 있다. 재밌게 누리고 있다. 그래서 산사람은 산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는가보다.

 

형부...너무 보고 싶네요...정말 있을 때 잘했어야 했는데...미안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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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0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너무 가슴아픈 얘기예요. 산 사람은 어떻게든 결국 살아가긴 하겠지만....

꿈꾸는섬 2006-02-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죠...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잊혀져 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