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아직도 더 좋아해서 혼자 읽기가 더디다고만 생각했는데 재미있는 책을 만났을때 혼자 읽기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꼈다.

보통은 내가 먼저 읽어보고 재미있으니 읽어보라고 했었다.

중고서점에서 시리즈 7권을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주문을 하였는데 2권의 상태가 엉망이라 반품하고 다시 주문하는 과정을 거쳤었다. 나중에 아들이 읽다보니 다른 한권의 뒷부분이 완전 구겨져서 속상해하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그냥 감수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유인즉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1~2학년 수준의 책이니 10살 아들이 읽기엔 수월했을 것이다. 거기에 '엽기과학자'라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얼마나 많이 자극할지 상상이 간다.

아들이 다 읽었다며 내게 가져와서는 엄마도 읽어보고 싶으면 읽으세요 한다.

이번에 내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니 책 읽기 독립에 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하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재미있는 책이 좋은데 매번 딱딱하고 지루한 지식 위주의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말아야지하고 다시 생각했다.

 

현준이가 동생 현수의 유치원 졸업 선물로 준비했다. 학기마다 학교에서 받았던 문화상품권을 아껴두었다가 동생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아들의 마음이 정말 예뻤다. 보통 다른 친구들은 게임아이템을 사거나 문방구로 달려가 딱지, 카드 등등의 것들을 사는데 쓴다고 들었는데 아들은 그런 것의 유혹을 견뎌주었다는 사실에 고맙다.

현수는 오빠에게 받은 <쌍둥이 할매 식당>을 재미나게 읽었다.

음식을 나누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느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내게 하는 말이, "엄마, 엄마의 음식도 다른 동물들이 먹고 싶어할 정도로 맛있어요." 한다. 사실 그다지 맛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집 식탁에서는 늘 '맛있다' '대단하다' 등등의 칭찬을 아빠부터 한다. 제대로 된 밥상을 받을 거라는 기대도 안 하고 결혼했다는 남편은 내가 차려주던 밥상들에 매번 놀랐단다. 해본적 없다더니 늘 잘 해낸다고.

언젠가 어딘가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 안나지만) 음식을 만들 때 도저히 맛이 안날때 찬장에서 최고의 조미료가 담긴 통을 꺼내 음식에 조금씩 넣으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음식을 했다는 어떤 주부의 이야기였다. 음식을 만들며 찬장에서 최고의 조미료가 담긴 통을 꺼내 늘 넣는 아내의 비법이 궁금했던 남편이 어느 날 그 통을 보았는데 비어 있었단다. 그래서 물었더니, 그 최고의 조미료는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단다. 사랑 한 큰술 담아 준비하는 음식이 어찌 맛이 없겠는가. 그때부터 나의 최고의 조미료도 사랑 한 큰술로 바꾸었다. 이 글을 대체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쌍둥이 할매 식당>을 읽고 우리도 그 식당 찾아가서 맛있는 할매의 음식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내가 말했더니 우리 현수는 "엄마, 나도 꼭 데려가"한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정겨움, 그런 게 삶을 더 재미나게 살만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순오기님이 진급하는 현준이에게 보내주셨던 책이다.

현준이는 알라딘의 순오기님 마녀고양이님 양철나무꾼님을 뵌적은 없지만 좋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자기에게 늘 재미난 책을 보내주신 분들이기 때문이다.

<강치야, 독도 강치야>가 우리 집에 온 날, 독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남자아이답게 단숨에 읽어냈다.

"엄마, 강치들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요. 나쁜 일본사람들. 정말 무서워요."한다.

현준이가 좋아하는 류의 책이다. 동물들의 이야기지만 가족의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을 좋아한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강치의 아빠의 모습은 자신의 아빠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호기심 많은 아라는 자신에게 투영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날, 저녁 밥상에서 아빠에게 강치 이야기를 해주고, 아빠는 아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현수는 자기도 독도에 대해서라면 절대 빠지지 않는다며(유치원에서 독도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독도에 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쏟아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우리나를 보았나,가 나의 감상이다.

<악어 우리나>는 현수의 선물답게 현수가 자기 방으로 가져가서 읽었다. 다 읽고나서 하는 말이 "엄마, 정말 재밌어요."였다.

무엇이 재미있었을지 궁금한 나도 단숨에 읽었다.

"정말 재밌다."

게다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내 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우리나, 나나니, 쿠나쿠나, 여미여미......여기에 나온 100마리의 악어들 모두, 내 아이들의 모습 아니 어릴 적 내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재미난 책을 선물해주신 순오기님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운 어린 시절이다. 아이에 대한 좀 더 세심하게 이해해야겠다.

 

얼마전 여울마당님 서재에서 <산다는 것, 이것은 숨쉬는 것이 아니라 활동하는 것이다......가장 많이 산 사람은 가장 오랫동안 나이를 헤아리며 산 사람이 아니라 삶을 가장 충만하게 느낀 사람이다.>라는 글을 읽고 너무 좋아서 메모해두었다.

삶을 가장 충만하게 느끼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우리 아이들에게도 충만한 삶이 주어졌으면 하고 생각했다.

충만한 삶의 한 부분은 아무래도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책이 한 몫할 것 같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끄적이는 일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내 아이들에게도 그런 삶이 주어지기를 바란다. 맛있는 음식이 살과 피가 되듯이 재미있는 책이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의 삶이 충만해졌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책읽기는 역시 좋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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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3-0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는 오늘 입학식을 했겠네요.
우리집에도 초등 입학한 1학년 아이 둘이 책읽으러 왔어요.
책읽고 만다라 색칠하고 코팅해 주고, 독서공책도 한 권씩 주었더니 좋아라~ 돌아갔어요.^^

현수와 현준이 감상에 덩달아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드뎌 봄이 왔어요!!

꿈꾸는섬 2014-03-11 10:34   좋아요 0 | URL
현수는 의젓하게 입학식을 치르고 학교에도 잘 다니고 있어요.^^
우리 동네는 아직도 봄같지 않아요. 바람도 차고 날도 추어요.

하늘바람 2014-03-07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 멋진 오빠네요

꿈꾸는섬 2014-03-11 10:35   좋아요 0 | URL
현준이를 생각하면 참 고맙고 대견하고 한편으론 미안하고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