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엄마와 <수상한 그녀>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보러 가자고하면 절대 거절하시지 않는 엄마. 예전엔 뭐 그리 영화보러 쏘다니냐며 잔소리 꽤나하셨었는데, 그떈 영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셔서 그랬던가하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갈증이 난다는 엄마를 위해 팝콘과 음료까지 샀다.

처음엔 정말 많이 웃으며 봤다. 하지만 '빗물'을 부르던 그때부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쩜 그리 어여쁘게 잘도 부르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툭 떨어졌다. '나성에 가면'은 흥겹게 들었고, '하얀나비'를 부를땐 정말 절정이었다. 스크린과 노래가 나의 감수성을 엄청나게 자극했다.

영화 댓글에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글을 보고, 사실 큰 기대를 안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며 점점 나는 그 속에 빠져 들었다.

 

'청춘을~~돌려다오.'하는 유행가 가사처럼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나이는 늘면늘었지 절대 줄어들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영화 속 그녀는 청춘사진관의 사진사가 50년을 젊게 찍어주겠다는 대사처럼 정말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어 돌아오고, 젊은 시절 누리지 못했던 삶을 살아보게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가. 내 나이도 어느새 마흔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이십대같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데 과연 내가 내 나잇값을 제대로 하며 살고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어쨌든 난 어느 순간, 어느 시간으로 아직은 되돌아가고 싶진 않다. 더 나이가 들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과 가슴 아픈 상처로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말했다. 다시 내 삶을 산다고해도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이 그대로 살겠다고, 악착같이 자식위해 몸이 부서져라 살았던 그녀는 한치의 흐트러짐없이 자신을 내던진다. 정말 펑펑 울었다. 엄마도 함께 우셨던 것 같다. 우리 엄마도 자식 넷 키우시느라 안 해본 일 없으셨는데 그땐 그걸 제대로 감사할 줄도 모르고 당연히 받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이 둘 낳은 엄마가 되고 이제야 조금씩 엄마를 알아가는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요즘 젊은 아가씨들과 판이하게 다른 그녀, 입담도 걸죽하고, 남의 일에 참견도 잘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지 못하는 그녀를 다시 보게 된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엄마도 그녀처럼 다시 열렬한 청춘을 살고 싶어하는 그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뗘? 후달려?" 하던 그 대사가 자꾸 생각나서 웃는다.

어느 시간, 어느 순간이라도 후회되지 않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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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2-13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고 느낀 바가 많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

꿈꾸는섬 2014-02-13 13:2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적절한 표현이에요.ㅎㅎ
재미도 감동도 생각도 많았던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