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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평점 :
이 책을 구입해두고 한참동안 읽을 결심을 하지 못했다. 너무 슬플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플 것만 같아서 좀 더 나중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국 읽어내고야 말았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로 처음 만났던 작가다. 2005년 말에 김애란을 만나고 얼마나 많이 흥분하며 좋아했었는지 모른다.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유머가 독특했다. 그녀의 작품이 주는 신선함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 뒤에 나온 두번째 작품집은 아직 읽어보지 못한채 시간이 흘렀고, 그녀가 처음 내 놓은 장편소설을 읽게 되었다. 역시나 사랑스러운 작가다.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 한아름. 그에겐 평범한 삶이 가장 어려운 삶이다. 남들처럼 산다는 일이 쉽지 않다.
남들보다 빨리 늙는 병에 걸린 탓에 아름이의 나이는 열일곱이지만 몸은 이미 할아버지의 몸이다. 아름이의 나이에 부모는 아름이를 낳았고, 아름이의 나이에 두배가 되었지만 아름이보다 젊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아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만약 내 아이가 아름이와 같은 병에 걸렸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나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얼마나 가슴 아프겠는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게 자라난다기보다 늙어가고 있는 자식을 아니 죽어가고 있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지.하는 마음이 들 것 같다.
하지만 작가는 아름이를 늙어가는 병에 걸린 아픈 아이로만 그려내질 않는다. 몸이 자라는 만큼 생각도 키우기 위해 닥치는대로 책을 읽은 아름이, 그 아이의 생각의 그릇은 그 아이만큼 자라났다. 자신을 낳고 길러 준 부모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아름이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움 그 자체이다.
서하와 주고 받았던 편지들을 통해 아름이는 한층 더 자라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36세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거짓된 편지였다는 것을 알게 된 충격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쉽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서하와 아름이의 애틋한 편지가 오갈데마다 조마조마했던 것이 둘 다 불치병에 걸려 결국 누군가가 죽고나면 얼마나 가슴 아플까였는데 작가는 독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거짓된 편지로 마무리를 한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 아름이의 마음에 상처가 더 컸을 것만 같다. 독자인 내게도 충격 그 자체다. 불치병에 걸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리기 위해 아름이에게 접근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의 모습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의 위로는 거짓이었을테니 말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제목이 참 좋다. 마치 내 인생에도 어떤 설레임이 가득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다고 생각할때가 있다. 그때에 잊지 않고 기억해두어야겠다. 이 세상은 "살아있는 것 투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아름이가 서하에게 썼던 편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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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색깔이 뒤섞인 저녁 구름. 그걸 보면 살고 싶어져.
처음 보는 예쁜 단어. 그걸 봐도 나는 살고 싶어지지.
다음은 막 떠오르는 대로 나열해볼게.
학교 운동장에 남은 축구화 자국, 밑줄이 많이 그어진 더러운 교과서, 경기에서 진 뒤 우는 축구선수들,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여자애들, 어머니의 빗에 낀 머리카락, 내 머리칸에서 아버지가 발톱 깎는 소리, 한밤중 윗집 사람이 물 내리는 소리, 매년 반복되는 특징 없는 새해 덕담, 오후 두시 라디오 프로그램에 전화를 걸어 말도 안되는 성대모사를 하는 중년남자, 내 상상의 속도를 넘어서며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전자기기들, 한낮의 물리치료실에서 라디오를 통해 나른하게 들려오는 복음성가, 집에 쌓인 영수증......
와......정말 많다, 그지? 아마 밤새워도 모자랄걸? 나머지는 차차 알려줄게.
어쨌든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해.(p.27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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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모든 것이 두근거리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어떤 인생을 살든, 감사하게,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또 하게 되었다. 또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것까지 더불어 감사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