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조카들과 읽을 책 정리하느라 조금 바빴다. 큰 조카가 시 읽기가 어렵다고 해서 시 읽기를 준비중인데 어떤 시를 골라야하는가를 생각하느라 더 머리가 아팠다. 전번주에 이미 한차례 시 읽기를 했지만, 뭔가 너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준비중인 것이 시대적 상황이 시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알려줘야겠단 생각에 일제 시대의 시를 준비하는데 생각보다 싶지는 않다. 

전번 시간엔 주로 이 책에서 선별한 시를 주로 읽었다. 다음 시간엔 일제 시대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시인들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필요한 것 같고, 시대적인 상황이 시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저 내 마음가는대로 읽는 시가 아니라 더 골치 아프고 정신 사나워 시가 잘 안 읽혀 성을 내며 컴퓨터를 꺼버렸다. 내일은 도서관에 가서 참고 도서 좀 찾아봐야겠다. 

 

저녁엔 인삼을 넣고 닭백숙을 끓였다. 며칠 골골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힘이 좀 나라고 끓였는데 내가 제일 많이 먹은 듯 배가 엄청나게 부르다. 아직도 소화가 안 되었다. 

아이들 재워놓고 잠시 TV를 켰다. 보통 EBS에 맞춰져 있어 TV를 켰더니 EBS 다큐프라임이 하고 있었다. 우연찮게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이미 처음은 지나간 듯 했지만 거의 앞부분부터 보기 시작했다.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이 나왔다. 어, 이 글 어디서 보았더라, 하고 있는데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30년 우정 어린 편지 이야기가 나온다. 권정생 선생님이 종지기로 계시던 그 어느 날부터 이오덕 선생님은 권정생 선생님의 자질을 아시고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한다. 권성생 선생님의 글을 모아 책으로 발간되기까지 남다른 애정으로 힘을 쓰셨다고 한다. 이철수 판화가와 이오덕 선생님 장남 이정우 선생님의 인터뷰가 간간이 나오고, 권선생님과 이선생님의 편지글이 낭송되었다. 이와 함께 안데르센과 잉에만의 우정 어린 편지가 함께 소개되었다. 안데르센이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기 전, 잉에만은 안데르센의 자질을 남달리 봤고, 그가 작가의 길에 들어서도록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구두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의 환경에서 어려울 수 있는 일, 그 당시 유명한 글을 구해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매일 밤 열심히 읽어주었단다.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를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 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는 안데르센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거기에 더 감동을 전해준 것은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의 죽음 가까이에 선 그분들의 이야기는 더한 감동을 주었다. 아프신 이오덕 선생님을 걱정하여 아드님에게 전화를 건 권 선생님은 이오덕 선생님이 드시기를 거부해도 밥을 꼭 드시게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오덕 선생님은 권 선생님이 여전히 가까이 옆을 지키고 계시다고 하셨단다. 2003년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2007년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권정생 선생님의 유골은 이오덕 선생님 묘소 근처에 뿌려졌다고 하신다. 죽어서까지 이오덕 선생님 곁을 지키신 권정생 선생님을 생각하면 한결같으심에 눈물이 난다. 

우리 정서에 맞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으셨던 권정생 선생님의 글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따뜻하고 가슴 뭉쿨하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도 워낙 많아서 다 읽어보진 못했다. 우리 아이들이 권정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단 생각을 한다.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의 글쓰기 교육에 관련한 책들을 주로 떠올리게 하신다. 읽어본 책보다는 안 읽어본 책이 사실 더 많다. 내가 처음 만났던 책은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였다. 요즘은 <우리글 바로쓰기>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 평생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가르치시던 살아있는 교육을 몸소 실천하셨던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정생 선생님처럼 흙속에 묻힐뻔한 진주를 발견하시고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주신 걸 생각한 진심으로 감사하다. 권정생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화를 나도 읽고 우리 아이들도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매력적인 것은 그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아도 그의 글이 세상 어딘가에 남아 아이들의 영혼에 불을 밝히고 한층 더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준다는 것일테다. 

우연한 기회에 권정생 선생님과 이오덕 선생님을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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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1-02-15 23:54   좋아요 0 | URL
앗, 그렇군요.ㅎㅎ 수정할게요. 제가 잘못 올렸네요.

마녀고양이 2011-02-1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유, 저는 읽어본 책이 없네요.
그러고보면 저는 너무 우리나라 동화는 접하지 않은 듯 해요, 반성 중....

마음이 따뜻해지는 밤이었다니, 저도 맘이 따뜻해집니다.

꿈꾸는섬 2011-02-17 00:53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읽어보지 못했어요. 유명한 책만 몇권 읽었어요. 아이들이랑 찾아 읽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