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치민주화를 이룬 우리 사회의 과제는 경제민주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은 일리가 있다.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도무지 알길이 없던 돈 많은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에 까무러칠뻔 했다. 전혀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그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모습은 돈이 가져다 주는 위력은 가히 행복이라는 이름 그 이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순간 부럽단 생각을 안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돈은 귀신도 부린다.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이면 지옥문도 여닫는다. 돈만 있으면 의붓자식도 효도한다. 돈 있어 못난 놈 없고, 돈 없어 잘난 놈 없다. 돈은 살아 있는 신이다.'  

돈과 관련한 속담들만 보아도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돈 앞에서 무너져내린 정의와 도덕성, 이런 것들이 이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적나라하게 파헤쳐진 소설을 읽다보니 더욱 서글퍼졌던게 사실이다. 

우리가 교육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기준같은 엘리트가 할 수 있는 일도 고작 남의 돈 불려주고 자기 실속 차리는 일일뿐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아이들을 더 많이 가르치려고 하는 이유인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학을 다녀오고 박사학위를 받은 그가 하는 일이란 고작 돈으로 사람을 사는 일이며, 돈을 위해 부정한 일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게 우리 사회의 엘리트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모습이라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소신을 밝힌 이유로 검찰에서 쫓겨나게 된 전인욱의 경우에도 우리 사회의 정의 또한 돈으로 세워진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꿋꿋하게 맞서 대응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은 가슴 뜨겁게 한다. 또한 신문 칼럼때문에 교수직을 박탈당한 허민의 모습에서도 우리에게 돈의 위력을 느끼게하한다. 그것을 극복하고 이 사회를 향해 진실을 밝혀내는 그의 글은 우리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든다. 그런 사람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조정래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언제나 생생한 현실의 인물처럼 느껴진다. 마치 살아 숨쉬는 인물들의 모습에 마음 쓸쓸하고 허탈함도 느끼지만 전인욱이나 허민이라는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할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다. 

태봉그룹에서 일광그룹으로 옮겨와 태봉의 조직을 그대로 옮겨오는 박재우의 모습은 또다른 강기준의 모습이 되고, 이것은 또 다른 기업의 비자금을 형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이런 반복적이고 습관적이 되어갈 기업의 모습들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현재의 문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이 쌓은 혁혁한 공을 위시한 기업의 횡포에 눈가리고 아웅하는 검찰이 있는 한 우리의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진실을 알려야하는 기자들까지 돈에 매수되는 현실이니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게다가 교육의 현장에서조차 돈을 쫓아가는 형국이니 제대로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비현실적이고, 소수이긴 하지만 만만한 상대들은 아니오. 그들의 단체가 많아질수록 시한폭탄이나 지뢰가 늘어나는 것이나 다름없소. 중동 사람들한테만 자살폭단 테러가 있는게 아ㅣ오. 그자들한테 항상 신경 써야 해요. 

(중략) 

그자들 대부분이 저 80년대에 화염병 던지던 자들인데, 그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화염병을 던지기 시작햇을 때, 그들 힘에 군부독재가 끝장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었소? 그런데 그 완가하던 30년 군부독재가 종말을 고했소. 저 구름에 비 들었으랴 하는데 소나기 쏟아진다고 하지 않소. 우리 세상이 오래 가기를 원한다면 적을 우습게 복 무시할 것이 아니라 똑바로 보고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그거요.

 
   

 하지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들 모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들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군부독재체제에서 자신의 발언도 맘껏 할 수 없던 시절에도 많은 시민들은 정치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심했을 것이다. 과연 독재정권이 타도될 것인가? 하지만 누군가는 다함께 민주화를 이루어야한다고 일깨웠고, 그것을 따라 사람들은 움직였다. 그때의 그 환희의 순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것이 사실이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으로 우리 사회가 부패한 것이라면 우리의 욕심을 살짝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요새 <사는 게 참 행복하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의 순박한 시골 생활에서 느끼는 정취는 <허수아비춤>에 나온 강기준, 박재우, 윤성훈은 절대 모를 그런 생활에서 오는 즐거움이며 행복함이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어찌 인생이 돈이 없다고 불행할 것인가. 

우리는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돈을 쫓아가는 그들, 아니면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그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귀찮다거나 모르겠다는 이유로 외면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 끊임없이 그들을 경계해야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몫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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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12-06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네요~ 저도 읽고 싶은데 게을러서 ^^

꿈꾸는섬 2010-12-07 12:56   좋아요 0 | URL
제가 다 읽고나니 남편이 얼른 챙기더라구요. 워낙 유명하니 읽고 싶은가봐요. 평소엔 책 잘 안 읽는 사람이거든요.ㅎㅎ

매버릭꾸랑님도 읽어 보셔요. 생각할게 많네요.

마녀고양이 2010-12-0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개? 꿈섬님.. 이 책 제게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꿈꾸는섬 2010-12-08 11:2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취향과 상관없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경제민주화 꼭 이뤄야잖아요.^^

다이조부 2011-01-24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 ㅆㅆ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