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주면 좋단다. 이야기를 완전히 파악해야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옛이야기가 갖고 있는 느낌만 알아도 충분히 효과적이란다.
아이들 읽어주려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정말 재미있다.
저녁 먹고 현수가 읽어달라고 졸라서 얼른 읽어주는데 옆에서 남편이 덩달아 재밌다며 자리를 떠나질 않는다.
내가 좀 재미있게 읽기도 하지만 남편도 흥미로웠던가보다.
아이를 갖기 원하는 할미가 소원을 빈다. 아이를 낳는다고 낳았는데 구렁이를 낳았다. 옆집의 정승댁에 딸이 셋이 있는데 옛이야기 상 착한 셋째딸과 결혼한다. 결혼 당일 구렁이 허물을 벗은 잘 생긴 남편, 자신의 허물을 잘 간직해달라고 부탁하고 과거를 보러 떠난다. 못된 언니 둘은 동생에게서 허물을 빼앗아 태우고, 구렁덩덩 새신랑과 영영 이별하게 된다. 새신랑을 잊지 못하는 셋째달은 새신랑을 찾아 나서는데 새신랑은 다른 처녀와 결혼하려 한다. 이에 새신랑이 그 집에 찾아가 새것보다 묵은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전부인과 처녀를 시험한다. 항아리에 맑은 물을 담아오면 이기는 것. 결국 셋째딸이 어려운 상황에도 물을 잘 길어와 새신랑과 아들 딸 낳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옛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다. 주인공의 기이한 탄생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 결국 선이 이긴다는 것. 이런 것만 생각해도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니 좋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남편은 덩달아 재밌다며 신이 났다. 결국 새신랑과 셋째딸이 다시 만나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을 맺으니 읽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것 같다.
남편의 허물이 결국 내 허물이 된다는 말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남편을 미워했던 마음을 이렇게 아이들 책을 읽으며 허물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