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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하다는 건 불편하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가질 수도 없고 마음대로 누릴 수도 없으니 말이다.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남들보다 조금 더 좋은 물건을 갖고 남들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산다면 좋겠단 생각을 나도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한다.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는 어떤 짓이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자문해본다. 나는 어떤 인간일까? 나의 욕망과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말이다. 

딩씨 마을 사람들도 꿈을 꾸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피를 팔아 좀 더 멋지게 살 수 있는 꿈을 말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해도 돈을 번다는 일은 늘 어렵기만 했을 것이다. 못사는 마을이 피를 팔기 시작하면서 잘 사는 동네로 변화하고 딩씨 마을 사람들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피를 팔아 고기를 사고 피를 팔아 샴푸를 사고 피를 팔아 기와지붕을 얹은 멋진 집을 짓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에 의해 피를 팔기 시작하던 그들중 피를 사들여 되파는 중간업자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더 편안하게 피를 팔기 시작한다. 그렇게 피를 팔아 부를 이루기 시작한 그들에게 열병이 나타나고 피를 팔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열병에 걸리게 된다. 그것의 병명은 에이즈. 가벼운 감기처럼 왔다가 열이 내리지 않으면 죽게 되는 병,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피를 사모아 되팔았던 매혈우두머리인 딩후이,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을 여러사람앞에서 용서를 빌길 바라지만 아들은 그럴 생각이 없고 오히려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들을 자신이 관리하며 이마을 저마을 다니며 관을 팔고 음혼을 성사시키며 사람들로부터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인다.   

둘째아들은 열병에 걸려 부인에게 외면당하고 학교로 쫓겨나자 그곳에서 사촌동생의 아내와 간통을 하고 결국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았던 그녀와 함께 마지막 생을 이어간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또다른 욕망에 자신의 전재산을 걸고, 그녀와의 마지막 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끝내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다. 동생의 장례를 거창하게 치루는 딩후이, 끝내 무덤은 도굴당하고 그들 집안의 원한은 끝없이 이어진다. 자신들은 죽어가지만 딩후이는 점점 더 잘 살게 되고 그들의 원망은 끝이 없다. 결국 자신들의 선택으로 피를 팔았지만 모든 것은 딩후이의 잘못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모든게 내탓이 아니라 남의 탓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 중 누군가는 딩후이의 가축을 아들을 독살하기에 이른다. 또 도시로 나가사는 그의 집에 대문을 부수고 창문을 깨고 집안에 소변을 누고 물건들을 훔쳐간다. 그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아간다는 식이다.

이 모든 걸 지켜보는 아버지의 입장은 어떠할까? 평생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학교를 관리하며 살았던 그의 마지막 결정은 어떠한가? 독살당한 손자의 음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마을로 온 아들, 할아버지의 꿈에 모든 걸 보여주었던 손자, 제발 자신을 딩씨 마을에서 떠나지 않게 해달라는 외침에 할아버지는 몽둥이를 들어 아들의 뒤통수를 때려 죽인다. 그렇게 모든 욕망은 처절하고 참혹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3개월의 복역을 마친 할아버지는 마을로 돌아오지만 이미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는 황폐한 곳이 되어 버렸다. 마을 곳곳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은 사람들에 의해 모두 잘려지고 학교의 물건들도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가져갔다. 쓸모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씁쓸하고 안타까웠겠는가 말이다. 결국 자신의 손으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꿈을 좋아하는 할아버지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허벅지로 손을 가져가 꼬집어보았다. 예전에도 할아버지는 꿈에서 깨어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자신의 몸을 꼬집곤 했었다. 한 번 꼬집기만 하면 곧장 꿈에서 깨어나 자신이 원래 모습 그대로 학교에 있는 방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었다.(중략) 할아버지는 자신이 꿈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눈앞에, 돈이 가득 쌓여 있는 아들의 방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물었다. 

" 이돈이 얼마나 되는 게냐?" 

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할아버지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쓸만큼만 있으면 됐지 돈이 이렇게 많아서 이디에 다 쓸꼬?" 

아버지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열병이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요? 저는 상부를 대신해 대형 관 공장 다섯 개를 관리하고 있고, 때문에 평원에 있는 나무들을 전부 베게 된 것이었어요. 지금은 동북지방에서 구한 나무를 이곳으로 운반해 오고 있지만 그래도 매일 만들어내는 관이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라고요. 이번 달에만 해도 저는 죽은 아들딸들의 음혼을 열 건 이상 성사시켰어요. 그리고 매일 농촌으로 가서 음혼 실적을 집계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이라 아직 음혼이 이루어진 사람 수가 결혼하지 못한 채 죽은 혼령으 삼분의 일 밖에 안 도는 실정이에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음혼을 주선하는 일은 선을 행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지." 

아버지가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저는 한평생 선행만 하고 있잖아요."(415 ~416쪽 중)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인간의 도덕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자신의 부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는 약삭빠른 인간의 허세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말이다. 자신의 일을 부끄럽게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분명 살고 있다. 그들의 거짓말에 어리석은 사람들은 모든 걸 다 퍼주게 되는 게 현실인 것이다.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은 실로 섬세하다. 인간의 나약함, 인간이 가진 양심의 문제, 부끄러움, 반성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을 만났다. 중국에서 이 책이 발간되던 해에 법적 소송을 벌이게 된 사연도 결국 국민을 파국으로 몰고 간 당사자, 책임자가 정부이기 때문에 제 발 절인게 아닌가 싶다. 옌렌커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그의 작품은 상당히 무게감있게 전해져 온다. 다만 아쉬운 건 좋은 작품을 번역하여 출판한 출판사가 어째 이리 오타가 많았냐는 것이다. 내용이나 구성은 훌륭하나 기본적인 것을 소홀히한 출판사에게는 좀 유감이다. 사실 별 다섯개를 주고 싶었으나 읽으며 오타에 짜증이 좀 나서 별하나를 뺐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돈이란 쓸만큼만 있으면 되는게 아닌가 말이다. 무지한 욕심과 욕망의 끝은 처절한 죽음뿐일 것이다. 죽은 뒤의 쌓인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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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쪽 2줄 아른 아침~~~> 이른 아침 

125쪽 15줄 아내 할아버지~~~>이내 할아버지 

222쪽 7줄 밥을 짓고 시작했고~~~> 밥을 짓기 시작했고 

431쪽 아래서 8줄 우리집에 딩씨 마을에~~~> 우리집이 딩씨 마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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