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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제주도는 내가 사랑하는 섬이다. 육지에 살고 있는 나에게 바다는 경이로운 대상이다. 숨막힐 듯 갑갑한 일상을 벗어버리기 위해 가끔 바다를 보러 떠나기도 한다. 동해, 서해, 남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 제주도의 바다는 이루 말 할 수 없이 아름답다. 어느 곳으로 가도 바다를 만나게 되는 제주도는 내게 더 많은 위안을 준다. 삶의 여유가 있다면 종종 제주도로 여행을 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니 제주도에 대한 동경은 더 클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요새 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또 다른 소설로도 나와 있다. 그 중 내가 본 것은 <숨비소리>뿐이다. <숨비소리>에서 그려내고 있는 만덕할망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라 청소년 어른들까지 모두 읽어두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게 하였다. 

열두살의 나이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오빠들과도 헤어져 살게 된 만덕, 관기를 하면서 모은 돈과 수양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돈으로 제주의 거상을 꿈꾼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상인이 아니라 제주의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상인이 되려고 한다. 고병기라는 악덕 상인에 맞서 정도(正道)를 걸으며 거래를 하는 만덕의 상도는 요즘 기업인들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삼킨 수많은 넋들에 대한 슬픔과 아픔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지게 만드는 이 책은 제주의 살아 있는 숨결을 느끼게 한다. 

   
 

 "만덕아....... 고난은 행복의 시작이요, 행복은 고난의 시작이라는 말이 있느니라. 현실이 고통스럽다고 좌절할 필요 없으며, 바랄 나위 없이 행복한 때일수록 고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잊지 말고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알았지?(37쪽)

 
   

틈틈이 들려주는 어머니의 이야기는 만덕이 외로운 처지에 놓였을때에도 힘을 주었을 것이다. 

   
  만덕은 제주 거상들의 매점매석이 얼마나 극심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략) 그들의 욕심 때문에 피를 보는 것은 늘 제주의 가난한 백성이었다. 만덕은 기왕지사 상인이 될 바에는 거상들의 매점매석을 근절시키고 백성의 삶을 위하는 참 상인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167쪽)  
   

 좀 더 어릴때 이런 구절이 담긴 책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큰 사람이 되는 사람들은 어릴때부터 남다른 꿈을 품고 사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거상이 되어 제주 땅을 벗어나 온 천지를 맘껏 활보하고 싶어요. 돈이 없어, 갈 곳이 없어 궁상맞게 눈물이나 짜내는 생활은 이제 싫어요. 조선의 여자는 너무나도 슬픈 존재들이에요. 게다가 우리는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제주 땅에 갇힌 채 살아가고 있잖아요. 조선 여자로 태어나 상인이 되기를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얘긴지 알아요. 하지만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바늘구멍만 한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이 옳아요. 여자도 사람이잖아요.(172쪽)  
   

조선시대, 이런 생각을 품은 여자가 있었다니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가. 지금도 우린 여자라는 이름으로 작은 꿈만 꾸며 살아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이라도 더 큰 꿈을 꾸라고 독려해주고 싶다. 

조선시대 제주도의 인구가 적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륙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것을 깨고 육지로 나와 임금이 계신 한양과 금강산을 둘러 본 최초의 여자가 되었다는 구절은 또 얼마나 가슴 뭉쿨하게 했는지 모른다.  

   
 

당장 큰 변화가 오지 않겠지만 물꼬를 텄다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일은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법 아니던가.(278쪽)

 
   

 역사의 한부분을 소설로 만나는 일은 참으로 즐겁다. 그때 그 시절의 아픔과 슬픔, 그 시절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다음번 제주 여행은 아마도 <숨비소리> 김만덕 역사탐방 올레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제주목 관아, 동문시장, 만덕 객주 터, 건입포구, 만덕관을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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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3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2권짜리 김만덕 소설을 나중에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관심가는 조선의 거상 김만덕이에요.^^

꿈꾸는섬 2010-05-04 00:36   좋아요 0 | URL
김만덕의 이야기는 무엇으로든 읽어두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2권짜리 소설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