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밥 도둑 맹&앵 동화책 4
백금남 지음, 서하늘 그림 / 맹앤앵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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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앤앵 출판사에서 네번째 동화책이 나왔다. 매번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심지어 눈물도 뚝뚝 흘리게 만드는 감동을 주는 책들이었는데, 이번에 출판된 이 책도 진한 감동을 여지없이 전해준다. 

<꽃밥도둑>, 어쩜 이리 제목도 예쁜가. 그런데 꽃밥이 뭐지? 사실 몰랐다. 식용가능한 꽃을 넣고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 향도 좋고 맛도 좋단다. 이 꽃밥을 훔친 도둑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책 사이사이 그려진 그림이 참 정겹다.

얼마전 읽었던 <나쁜피>에서 느꼈던 가족의 또다른 의미가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피를 나눈 사람들의 집단만을 가족이라 부르기에는 이제는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회가 많이 변하고 있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땡땡이동산이라 불리는 천사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이곳 아이들은 모두 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다. 각기 이 곳으로 오게 된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아버지의 규칙속에 아버지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글의 화자인 어진이는 엄마가 병이 나서 돌아가시자 스님이 이곳으로 보낸다. 남도는 아픈 엄마와 갈 곳이 없자 아버지가 거두어 주시고, 혜명이도 할머니와 이곳에서 산다. 망정이도 엄마가 잠시 맡겨두고 떠나게 되고 호봉이의 사연도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이들만 사는 곳이 아니라 전쟁에 다리를 잃은 아저씨, 온 몸이 나무처럼 굳어가는 아저씨, 모든지 먹어대는 드럼통 아저씨, 치매에 걸린 노랑할머니 등 갈 곳없는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을 거쳐 서울로 대학에 진학한 형, 누나들도 많단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의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소외된 이웃들의 이야기인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이 책의 막내인 남도의 사연은 정말 눈물을 뚝뚝 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어느날 어진이는 남도가 아버지 서랍에서 돈을 훔치는 걸 본다. 하지만 돈을 훔쳐본 어진이는 남도의 짓임을 이르지 않고 남도에게도 다그쳐 묻지 않는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들켜 남도는 혼이 나고, 나중에 안 사실은 아픈 남도의 어머니가 다시 아버지가 돌아오면 남도와 함께 읍내에 나가 꽃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밥을 사주고 싶어 돈을 훔쳐 돼지 저금통에 저금을 해나가고 있었던 것인데, 결국 어머니는 죽고만다. 어머니가 죽은 제사상에 남도는 꽃밥을 올려주려고 하고 아이들 모두 남도 어머니의 제사상에 꽃밥을 올리기 위해 꽃밥식당에 간다. 남도의 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꽃밥을 살 수 없는 돈이고 결국 아이들은 불꺼진 식당에 들어가 꽃밥을 가져오려고 한다. 그런데 가게주인은 눈치채고 미리 숨어있다가 아이들을 잡는다. 경찰서에서도 오고, 아버지도 불려오는데, 아이들의 사정을 알게되는 주인은 아이들을 용서하기로 한다. 그리고 꽃밥을 싣고 땡땡이 동산으로 온다. 남도는 엄마가 좋아하는 꽃밥을 제사상에 올려주고 그걸 보는 내 마음은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을 어떻게 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남도의 그런 사정을 알고 함께 도와준 형들의 마음도 얼마나 예쁜가 말이다. 자신을 낳아준 엄마에 대한 사랑이 있기에 남도를 비롯한 어진이, 호봉이, 망정이, 혜명이는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다. 각자 혼자라면 너무 외롭고 슬프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천사원 식구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우리 못지 않은 사랑과 행복이 넘칠 수 있는 것 같다. 

 어진이가 키우다 데려온 럭키가 몇달동안 집을 나갔다 돌아왔는데 새끼를 배어서 돌아왔다.  

   
 

어느 사이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새끼를 배었구나."
"예?"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런 것 같구나."
망정이가 헤헤헤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남도 클 났다. 동생이 새끼를 배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엄마다!"
호봉이가 말했다.
"맞다. 엄마다."
이번에는 혜명이가 말했다.
"치 난 동생이 좋은데......."
남도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슬픈 얼굴이 되어 고개를 숙였다.
나는 일어나 남도를 안았다.
"남도 말이 맞다. 럭키는 여전히 남도 동생이다. 아름다운 여동생. 여동생이 엄마가 된 기다."
"맞다!"
남도가 나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그래, 어진이 말이 맞다. 엄마가 돼서 돌아온 거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남도를 생각해 그렇게 말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다.(114~115쪽)

 
   
   
 

"조금만 힘을 내거라. 조금만 더. 너도 이 세상에 이렇게 태어났단다."
럭키의 눈에서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생명은 저렇게 태어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뜨거운 그 무엇이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쳐 올랐다.
엄마도 나를 저렇게 낳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코가 찡하고 눈 밑이 후끈 더워졌다.(118쪽)

 
   

자연의 섭리를 우리는 자연에게서 배우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설사 지금은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이 세상에 오기까지 엄마의 고통이 함께 했다는 걸 깨달으며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피로 맺어진 형제들은 아니라도 하늘이 맺어준 그들의 인연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자고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그런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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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3-0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리뷰에요.^^ 잘 읽었어요~ 감사

꿈꾸는섬 2010-03-03 15:20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셨다니 저야말로 감사해요.^^ 후애님 아프신 건 좀 나으셨나요?

같은하늘 2010-03-04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는 다르게 따뜻함이 있는 이야기군요. 눈여겨 둡니다.

꿈꾸는섬 2010-03-04 21:44   좋아요 0 | URL
너무 좋아요.^^ 큰아이가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맹앤앵에서 나온 동화책1,2권은 2학년 올라가는 조카에게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는데 너무 재미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읽더라구요. 이 책도 그 조카에게 선물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