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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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년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대요.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다네요.
정말 멋진 얼룩 고양이죠. 부리부리한 눈에 멋진 털을 가진 고양이의 삶을 보실래요?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대요. 고양이는 임금님이 싫었대요. 임금님은 싸움 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하고 고양이를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다네요. 전쟁터에서 날아온 화살에 맞아 고양이는 죽었대요.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대요.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죠. 헤엄을 칠줄 몰랐던 고양이는 바닷물에 빠져 죽었대요.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대요.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었어요. 마술사는 날마다 고양이를 상자 속에 집어넣고 톱으로 쓱싹쓱싹 상자 반을 잘랐대요. 어느 날엔 정말 고양이를 반으로 잘랐죠.

그리고 고양이는 할머니의 고양이이기도 했구요. 어느 소녀의 고양이이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는 죽었죠. 그리고 이번에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고양이로 태어난거에요. 자기만의 고양이가 된 거죠.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어요.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신부가 되고 싶어했대요.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기도 하고 먹음직스런 쥐를 갖다 주기도 했죠. 하지만 고양이는 자가 자신을 좋아해서 그 누구도 눈에 차지 않았나봐요.

그런데 이 예쁜 고양이 보이시죠? 얼룩무늬 고양이가 "난 백만 번이나 죽어 봤다고!" 말해도 "그러니."하고 대꾸할 뿐 관심을 갖지 않았대요. 하얀고양이의 마음을 얻고 싶은 얼룩무늬 고양이는 빙그르르 재주도 부리며 하얀고양이의 마음을 얻었어요. 그 뒤로는 "백만번이나......"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대요.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한 고양이는 하얀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다네요. 그리고 고양이들도 점차 나이가 들어가고 마침내 하얀고양이가 움직임을 멈췄어요.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대요.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백만 번이나 울었대요. 그리고 어느날 울음을 그치고 하얀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다네요.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대요.

백만 번을 사는 동안 진정한 사랑은 단 한번이었지만 고양이는 아마 온몸과 마음을 다했을 거에요. 하얀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두 번 다시 고양이를 살아나게 하지 않았겠죠.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내가 더 좋아하는 책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렵기도하고 주제가 무거워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선뜻 이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진 않는 것 같아요. 다만 엄마가 읽으면 어쩔 수 없이 본다고 할까요. 그래도 나는 이 멋진 얼룩무늬 고양이에게 매료되어 가끔 이 책을 꺼내 봐요. 그리고 남편에게도 보여주었어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 정서에 맞는 듯 남편도 너무 좋다고 하네요.
하얀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너무도 눈물겹고 아름다운 책이에요.

고양이야, 그런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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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정말 반했어요.
이런 주제를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도 경배를!

꿈꾸는섬 2009-10-22 21:24   좋아요 0 | URL
ㅎㅎ정말 좋은 책이에요. 제가 순오기님 리뷰보고 산 책이죠.^^

순오기 2009-10-27 08:42   좋아요 0 | URL
섬님 요렇게 써야 포토리뷰고, 제가 올리는 리뷰는 포토리뷰 아니고 그냥 그림만 넣어서 쓰는 거예요.^^

꿈꾸는섬 2009-10-27 23:3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제가 잘 몰라서요.^^
포토리뷰 올리는 것도 순오기님께 배웠잖아요.ㅎㅎ

같은하늘 2009-10-21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순오기님 리뷰에 이어 다시보게 되는군요.
역시나 느낌이 좋아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꿈꾸는섬 2009-10-22 21:24   좋아요 0 | URL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죠.^^

마노아 2009-10-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사랑해요! 이 책 때문에 사노 요코가 더 좋아졌어요.(>_<)

꿈꾸는섬 2009-10-22 21:2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의 리뷰도 한몫했던 책이죠.^^ 정말 너무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