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놀아 줄게 맹&앵 동화책 1
김명희 지음, 이경하 그림 / 맹앤앵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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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앤앵>출판사에서 동화책이 나왔다. 그동안 나온 그림책들 <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지구가 찌그러졌어요> <도마뱀 꼬리가 잘렸어요> <복면 쓴 개>를 보았을때 느꼈던 따뜻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출판사가 제시하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만들기'를 한번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혼자 잘한다고해서 혼자 잘났다고해서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수 없듯이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생각해봐야할 것들, 이해해야할 것들이 담겨져 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의 감정선이 내게도 맞아 떨어진 것일텐데 내게는 아마도 부모를 일찍 여읜 진성이의 초라한 삶이 가슴 아팠던 것 같다. 엄마로서 느끼는 그런 감상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는 더 많이 울었다. "'후회'는 참 아픈거야"라는 말이 가슴에 와서 콕 박혔기 때문이다.  

   
 

자리에 돌아와서 연지는 엄마가 주신 도시락을 한참 만지작거렸습니다.어차피 주었어도 오늘 진성이는 먹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참 후회가 되었습니다. 주어야 할 때 주지 못한 것.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지나거나 필요한 그 때가 아니면 소용이 없단느 것, 연지는 그런 것들이 후회가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후회는 참 아픈 것 같습니다.(46쪽)

 
   

모든게 풍족한 연지는 보통 아이보다 키가 작고 옷은 늘 계절에 따라 한 벌씩 같은 옷만 입으며 늘 손톱 밑에 새까만 때가 낀 진성이와 짝이 된 것이 싫었을겁니다. 심지어 어떤 냄새인지 알 수 없으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느끼는게 당연하죠. 부모의 손에 곱게 자란 연지가 어떻게 진성이의 아픔을 알 수 있었겠어요. 매일 할머니와 나물을 다듬으며 손톱 끝이 까맣게 물이 들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웠던지 마음이 찡했습니다.  

   
  연지는 새까매진 손톱과 손을 여러 번 비누로 씻었지만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순간 어떤 장면 하나가 '확-'하고 연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가슴 속으로 뜨거운 어떤 것이 올라옵니다. 진성이가 할머니와 함께 늘 고구마 줄기 껍질이랑 호박잎을 벗기고 있던 장면이.......(83쪽)  
   

수업시간엔 늘 자기보다 먼저 손을 들고 답을 말하는 진성이가 미웠을겁니다. 지저분하고 공부도 못하게 보이는 아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진성이가 아프고 며칠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니 자꾸 빈 옆자리가 허전합니다. 그렇게 외로움을 알게 되고 친구의 소중함을 깨우쳐가는 연지의 성장이 대견하고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예쁘게 자라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지는 가슴 한구석에 무언가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밀려 왔습니다. 또 한 번 아픈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연지는. 진성이가 떠난 지 3일째입니다. 친구들은 별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끼리끼리 놀고, 아직 짝이 없는 연지는 빈자리만 가끔 바라봅니다. 진성이가 없으니 이제 연지가 가장 먼저 손을 들고 가장 먼저 발표도 합니다. 그런데 별로 기쁘지가 않습니다. 진성이가 차지했던 1등을 이제는 연지가 합니다. 그것도 전혀 반갑지가 않습니다.(77쪽)

 
   
   
 

 혼자 뒷산에 올라온 연지는 찔레꽃 한 송이를 꺾어 듭니다. 어딘가 진성이가 뿌려졌을 자리에 그 꽃을 놓습니다. 미안함으로, 부끄러움으로 눈물이 가득 고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미처 하지 못한 것, 해야 할 말을 그떄 하지 못한 것, 꼭 전해 주고 싶은 것을 전해 주지 못한 것, 그떄 같이 놀아 주지 못한 것, 그건 정말 아주 많이 많이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때가 아니면 소용이 없다는 걸 연지는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중간중간 보는 예쁜 그림이 너무 좋아서 책을 보는 재미가 더 좋았습니다. 별을 다섯개를 줄까도 생각했지만 한개를 뺀건 너무 슬퍼서였습니다. 부모도 없이 할머니 한분과 외롭게 자란 진성이가 결국 아파하다 죽게 되는 스토리가 싫습니다. 모든 걸 가진 여자아이를 동경하는 것도 싫었구요. 죽은 뒤 연지네 아파트 뒷산에 유골을 뿌려달라는 것은 더더구나 싫었습니다. 아이가 너무도 아이답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 주변에 이런 아이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테지요. 현실이 아이답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아이들 말이에요. 결국 우리 모두의 잘못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더 많이 슬퍼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별을 네개 줄 수 있었던 건 친구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연지가 마음을 열고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연지와 같은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겠지요. 그 아이들이 모두 연지처럼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하면 이 책을 많은 아이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아이들도 연지처럼 쑤욱 커갈테니까요. 좋은 책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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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9-3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짠한 이야기입니다. ㅜㅜ

꿈꾸는섬 2009-10-01 22:40   좋아요 0 | URL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어요.ㅠ.ㅠ
그림도 내용도 너무 예뻐요.^^

2009-10-07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9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