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네 장 담그기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6
이규희 글,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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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콩꼬투리가 누렇게 어물었어요. 가을이네가 봄에 심은 콩이 익은거에요. 이제 콩을 베어야겠대요.

가을이 아빠는 도리깨로 내리쳐서 콩꼬투리에서 노란콩이 나오도록 해요. 그럼 엄마는 차락차락 키를 까불구요. 그럼 콩깍지랑 티끌은 날아가고 노란 콩이 남는대요. 장 담글 콩이라 벌레 먹고 찌그러진 건 안된대요. 반들반들 잘 여문 콩만 쏙쏙 골라야한대요. 가을볕에 잘 말려야 한대요.

아주 쌀쌀한 날이래요. 아침부터 온 집안이 북적북적했대요. 메주를 쑤는 날이래요. 마당가에 걸린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에 불린 콩을 가득 넣었대요. 콩 비린내가 나지 않게 잘 삶아야한다고 할머니가 단단히 일러요. 가을인 옆에서 탱글탱글 삶은 콩을 후후 불며 먹고 있네요. 맛있겠죠? 저도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어요. 대신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요.

아빠가 삶은 콩을 절구에 넣고 찧고 할머니랑 엄마는 대청마루에 앉아 메주를 만들어요. 반듯반듯 네모난 메주를 만들어 대청마루에 줄줄이 늘어서서 해바라기를 한대요. 꾸덕꾸덕 마르면 건넌방으로 올기고 뜨끈뜨끈 군불 지핀 방에서 속속들이 잘 띄워야 한대요.
저 어릴때도 이렇게 만들었던 게 기억나요.

건넌방 메주가 궁금한 가을이가 코를 꼭 싸쥐고 있어요. 곰팡이가 피고 썩었다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 핀거래요. 제 기억에도 냄새가 지독했어요.

어느새 하얗고 노란 곰팡이가 메주를 소복이 덮으면 메주를 볏짚으로 잘 묶어 건넌방에 조롱조롱 매달아 놓는대요. 날이 풀리면 메주를 꺼내 처마끝에 매달고 햇볕이랑 바람을 쐬어주구요. 메주는 점점 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해져요. 거죽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말랑하지요.

장은 정월 말날 담그신대요. 음력 정월 말날 담가야 가장 맛있다지요.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아침부터 온 식구가 바빠요. 메주는 솔로 박박 씻어 햇볕에 말려 놓고 함지박 가득 소금물도 만들어 놓구요. 아빠는 볏짚에 불을 붙이고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 실금이 간 건 아니가 알아보신대요. 나쁜 벌레도 잡아내구요. 항아리 바닥에 숯불을 피우고 꿀도 한 종지 부어 태웠대요. 항아리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 말라구요.
가을이도 열심히 돕고 있네요. 꼭 저 어릴때 같아요.

장 담그는 날, 아침 일찍 목욕부터 깨끗이 하고 메주 한 덩이랑 소금이랑 볶은 고추를 소반에 올려놓고 정성껏 빌어요.

할머니랑 엄마는 메주를 차곡차곡 항아리에 담고, 소금물을 주르르 부어요. 잘 말린 고추랑 대추도 넣고 벌겋게 달군 참숯도 넣구요. 매콤한 고추는 나쁜 균이 생기지 않게 하고 달콤한 대추는 장맛을 좋게 한대요. 참숯은 잡내를 없애주구요. 또 항아리에 새끼줄로 금줄도 치고 하얀 버선본도 거꾸로 붙여 귀신을 막고 찬대요.

날이 점점 따뜻해지면 햇볕을 자주 쬐어줘야 장이 맛있게 익는대요. 항아리에 귀를 갖다대면 뽀글뽀글 공기 방울 터지는 소리도 들리구요. 그렇게 장이 익으면 항아리에서 메주를 전져내고 남은 찌꺼기는 베 보자기에 받쳐서 거른대요. 까만물이 줄줄 나오는데 이건 간강이래요. 날간장을 가마솥에 붓고 뭉근한 불에 오래오래 달인대요. 항아리에서 건져 낸 메주는 커다란 함지박에 넣고 잘 치애서 다시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고 하얀 소금을 술술 뿌려 익히면 구수한 된장이 된대요.

어릴때 해마다 보아왔던 풍경이 이제는 생각도 잘 나질 않는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치 내가 가을이가 된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장 담그기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우리 문화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보면 정말 좋을 듯한 책이다. 잊혀져가는 우리것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소중한 책을 만났다. 아이들에겐 학습으로 나에겐 어린시절 추억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너무 좋구나.
현준이가 유치원에서 장담그기를 체험하고 왔었기에 책으로도 만날 기회를 주고 싶어서 구입했던 책이라 좀 어렵고 벅찰 수 있는 책인데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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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9-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울아이는 초등학교 입학해서 학교에서 빌려왔었는데...
현준이 너무 똑똑해지겠는데요.^^

꿈꾸는섬 2009-09-17 23:26   좋아요 0 | URL
생태유치원이라 우리 문화나 전통과 관련된 것들 위주로 수업진행하더라구요. 오히려 학습적인 것과 멀다고 엄마들이 싫어해요. 영어도 주2회, 한글 수학 이런건 거의 안하고 놀이나 체험 위주거든요. 유치원에서 경험한 것 책으로도 보면 좋을 것 같아서 구입했죠. 아마 같은하늘님 서재 갔다가 보고 샀을걸요.^^물론 땡스투도 날렸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