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집안 일을 하다보면 "여보, 나 좀 도와줘."하고 소리칠 때가 있다. 그럼 남편은 집안 어딘가에서 "왜, 무슨 일인데..."하고 대꾸해온다. 그렇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간다는게 새삼 좋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혼자서 열심히 살아간다고 잘 살아갈 수 있늘 곳이 아니다. 나만 혼자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되는 것이 아니란 얘기를 했다. 부모 마음대로 되지 않는게 자식 교육 문제라고, 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었다는 얘기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결국 나도 스트레스 주지 않겠다고 열심히 놀리다가 정말 현준이나 현수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세월을 흘려 보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했다.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늘 진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느순간 보수의 탈을 쓰고 앉아 있기도 하고 나는 늘 평등을 얘기해왔는데 어느날엔 권위를 따지기도 했던 부끄러운 인간이었다는 걸 알았다.
이 에세이가 마음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부끄러운 기억들을 모조리 끄집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것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들을 꺼내 놓고 반성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 수 있을까?
정치에 관심도 별로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나니 어렴풋이 그런 곳이었구나 짐작을 해볼 수 있었다. 세상은 참 이상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한 것 같단 생각도 함께 한다.
이런 저런 것들 다 제쳐두고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여보, 나 좀 도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