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을 일을 하고 남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히 36시간을 일하진 않았을 거다. 간간이 쉬는 시간도 있었을거고 틈틈이 눈을 감고 졸기도 했었을 거다. 그래도 집을 나가서 36시간만에 돌아왔다. 요새 남편이 하는 일은 아스팔트를 까는 일을 한단다. 아스콘을 실어다 날라다 주는 일이다. 도로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차량 통행이 많은 낮시간보단 밤시간이 유리하다. 하지만 그 일을 위해서 남편은 하루를 꼬박 세우고나서 오후까지 또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물론 그 일을 하게 되면 우리집 경제는 윤택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남편의 몸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순간 상해가고 있을 것이다. 

하루 8시간의 노동, 주 5일 근무가 만연한 요즘 아직도 이렇게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남편을 처음 만났을때부터 남편은 골재를 운반하는 일을 했었다. 그땐 그래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12시간 정도 일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달에 두번 휴식. 그때도 참 열악하다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비가 오게 되거나 갑자기 물량이 취소된다거나 하는 날은 쉬게 되고 일이 많이 잡힌 날은 하루고 이틀이고 꼬박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이런 일의 특성도 잘 알지 못하고 지금도 막연하게만 알고 있기에 남편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어떻게 사람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운전을 할 수 있지?" 

"우리,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당신 몸 상하는 건 우리 가족에게 너무 큰 손실이야. 제발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생각해보자." 

하지만 남편은 늘 한결같다. 자신이 할줄 아는 것도 없고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쉽게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그 말이 이해가 되고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또한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라는 남편의 말에 더이상 뭐라 얘기할 수 없다. 

열심히 일 한 만큼의 댓가라도 있다면 이런 불만을 하지도 않을텐데, 늘 우리에겐 덫이 놓여져 있다. 열심히 일 한 만큼 차 할부금으로 나가고, 열심히 일 한 만큼 차는 감가상각되며, 열심히 일 한 만큼 차도 노쇠해서 수리비에 타이어 교체 비용, 자질구레한 보험료까지 열심히 일 한 댓가가 구멍난 모래주머니에서 모래가 새어나가듯 새어나간다. 

주유비 인상에 따른 주유보조는 화물차들에 한정되고 덤프차에는 지원조차되지 않으며 면세유 또한 제공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 한 남편의 댓가는 늘 다른 곳으로 나가버리게 된다. 주유비가 인상되었을때 인건비는 정말 천천히 올랐었다. 그런데 주유비가 조금 인하하자 인건비가 바로 삭감되는 우스운 사건도 있었다. 

남편이 열심히 일한 댓가를 다른 누군가가 늘 가로채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늘 든다. 그래서 너무나 안쓰럽다.  

하루종일 아니 이틀을 꼬박 일을 하고 들어온 남편의 얼굴이 푸석푸석하다. 몹시 지친 얼굴에 피로가 무거워 보인다. 그런 그에게 현명한 아내가 되어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는 남편을 어떻게 일깨워 줄 수 있을까? 그가 품고 있는 꿈을 향해 한걸음 걸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생의 아직 반도 살지 않았기에 여기서 주저앉고 싶지 않은 나의 마음을 그는 알고 있을까? 돕고 싶다. 그와 나, 우리 가족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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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8-25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까와 하시는 마음이 제게도 느껴지네요.
이렇게 옆에서 아내가 생각해주는 것을 남편이 알면, 힘든 것도 잊겠어요.

꿈꾸는섬 2009-08-25 23:25   좋아요 0 | URL
남편도 알겠죠. 오히려 제게 미안해해서 안쓰러워요.

2009-08-25 0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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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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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1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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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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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8-2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가 기본으로 제공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고 개인의 희생으로 버티어 가는 게 화가 나요. 모니터로 읽어도 안쓰럽고 안타까운데 가족들은 오죽하겠어요. 그저 화이팅 외쳐봅니다.

2009-08-25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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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25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분들이 수고한 댓가를 충분히 받지 못한다는 게 거 가슴아프죠. 짠한 마음이 읽혀요~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 불끈 힘을 내겠지요.

2009-08-25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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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18: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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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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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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