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사는 일이 가장 큰 사치가 되었다. 가끔 편할대로 늘어진 셔츠나 꽉 끼어 도저히 입기 힘든 바지나 치마를 볼때마다 옷을 좀 사긴 해야할텐데 하면서도 벌써 여러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고 같은 가방을 매고 다닌다. 사실 집에 있다보니 그렇게 멋부릴 일이 많지 않아서 더 야박하게 구는 것 같다. 그래도 책은 봐야겠고, 가끔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사람 심리가 내 집에 있어야 내 것 같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정말 갖고 싶은 책들은 사는 수밖에......


오랜만에 시집에 눈길을 돌린다. 언제부턴가 시집을 멀리했다. 미안하다. 나를 일깨우고 나를 키워주던 것들을 등한시했던 미안함. 얼마전 눈여겨보던 김기택 시인의 껌, 나희덕 시인의 야생사과, 황동규 시인의 겨울밤 0시5분. 삶에 찌든 나의 일상에 일종의 보너스라고 생각하며 시집 몇권 끌어안고 싶다.
박민규 신간 소식을 듣고도 이제야 집어 든다. 어찌 박민규를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의 재치와 위트와 풍자, 그 모든게 좋다. 기대가 많이 되는 작품이다.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지금 내겐 무엇보다 중요하다. 좀 더 효과적인 교육법이 있다면 당장 그걸 쫓아 찾아내고 싶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은 책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이에게 조근조근 설명해주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엄마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지금 내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일 것 같다.
아이와 아빠의 신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아이도 아빠도 서로가 믿어주는 만큼 성장해나가는게 아닐런지. 가끔 어린 아이들을 어른 대하듯 하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덥썩 집어든다.